삼천포에 빠지다 (민 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삼천포에 빠지다 (민 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15.00
Description
우리가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우는 것과 모국어로서 우리말을 배우는 것은 내용이 다르다. 어릴 때 텔레비전을 보다가 “어, 미국은 거지도 영어를 잘 하네.” 하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힘들게 배우는 외국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것인데,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능력은 모국어 화자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능력이다. 언어 학습이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국어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과로 가르치고 배운다. 그 이유는 우리말에는 의사소통 이상의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 속에는 우리말을 써온 우리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말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말에 대해 탐구해 본다는 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고,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와 연결된다.
말은 세상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지 무균실이나 진공관 같은 곳에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신망을 받던 자가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도 말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공기처럼 실체가 잘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인간사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말은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구체적 시공간과 같은 상황 맥락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바른말 고운 말이라는 것도 인간관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경상도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이 문디!”라고 하는 것이 ‘문둥이’라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시키는 대로 “이 한센병 환자야!”로 순화하는 것보다 더 적절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염병하네!”라는 일갈이 비속어이기는 하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것을 바른말 고운 말을 쓴다고 “장티푸스를 앓고 있네요.”라고 한다면 얼마나 어색한가? 이런 점 때문에 나는 표준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좁은 의미의 ‘바른말 고운 말’ 대신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말(바른말)’과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고운 말)’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말 이야기 1권의 제목을 ‘자장면이 아니고 짜장면이다’로 지었던 이유도 표준어보다 사람들의 삶 속에 있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표준어나 문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말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표준어와 문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맞춤법이 틀렸다, 표준어가 아니다, 순우리말을 써라 등등의 지적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답답하고 즐겁지가 않다. 반면 재치가 번득이는 말로 재미있게 말할 줄 알고, 주고받는 말의 궁합이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밤을 새워 이야기를 해도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말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대학교 때부터 국어 교사 생활을 20년을 한 지금까지 나는 ‘우리말에 대한 교육이 왜 필요한가?’,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산다. 이것은 직업인으로서의 고민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뭘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분야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어서 교육과정 해설이나 논문으로 여기에 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답들은 너무 막연해서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소소하지만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실제 사례들에 좀 더 관심을 두고 글로 정리를 해 왔다. 우리말 표현의 미세한 차이, 어원과 같은 우리말에 대한 지식, 말이 사회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 등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중요한 사례들을 최대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쓰려고 노력을 해 왔다.
정확한 표준어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삼천포로 빠진’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도시 삼천포에 가 보면 뜻하지 않게 아름다움에 빠져볼 수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뜻하지 않게 우리말의 재미에 푹 빠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자기 글에 대해서는 졸고拙稿라고 하며 겸손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기는 하지만, 글들을 모아 놓고 보니 꽤 괜찮은 수필집이자 인문학 교양서라는 생각이 든다. 담백하고 깔끔한 디자인도 참 마음에 든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 편이라 실수도 있었는데,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하시고 예쁘게 디자인까지 해서 출간해 주신 학이사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8년 5월
민송기
저자

민송기

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현재대구능인고등학교에재직하고있다.전국연합학력평가출제팀장을역임하였으며,수능특강외다수의EBS교재를집필하였다.2013년에서2018년까지매일신문「민송기의우리말이야기」칼럼을연재하였으며,지은책으로는『자장면이아니고짜장면이다』,『삼천포에빠지다』(학이사)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1부_말을통해보는세상이야기
돌직구│엄친아│금수저와아부지수저│현대레알사전│놈자者│맛있는건바나나?│노벨문학상│공포화법│도로명주소유감│한국의만델라│사표死票│이름이야기│공화국│궁극적│새뚝이마당과박정희시│버르장머리와망언妄言│유감遺憾│저녁이있는삶과밥그릇│스승과멘토│사자성어│국회의원과국회의원들│남자사람친구│선생│성인들은정말반말을했을까?│공무도하가와동북공정│약속│중독│

2부_삼천포에빠지다
삼천포에빠지다│건달과간달프│알아야면장│영계와마누라│몰빵│지리멸렬支離滅裂│잔나비│교편敎鞭을잡다│싸가지│갈구다│감자탕│자린고비이야기│고치이야기│관광과여행│꿈을꾸다│따라지│바리와도리│호구虎口│

3부_손가락과달
산은산이요,영화는영화다│그렇구나│손가락과달│효자효녀이야기│염량세태炎凉世態│슬픔을나누면│이상함과독특함│작심삼일作心三日과삼년고개이야기│빌리다│새로움에대한강박│신경숙사태와평론가들의역할│정신승리│꽃과말│신화의세계│임금님귀는당나귀귀│비평│명절에무슨이야기를해야할까?│SNS사용법│복지부동│코끼리그리기│

4부_문학과거짓말
홀린사람│미르│은혜를갚다│공황장애│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급식과도시락│하늘의뜻│충신과간신│막말과거짓말│문학과거짓말│장을지지다│전략│뇌정雷霆이파산坡山하여도│사실과팩트│꼰대│어른의길│패러디│경주최부잣집육훈六訓│최부잣집에서배우는참된보수│사이다│

출판사 서평

공감백배!
우리말을통해생각해보는세상이야기

이책은우리가모국어화자로서알아야할우리말에대한지식들을수필처럼쉽고재미있게쓴책이다.이책이지닌가장큰장점은우리말을다룬여타의책들과달리사람들에게바른말고운말을쓰라는훈계하지않는다는점이다.사람들이흔히쓰는말에대해표준어,맞춤법규정에맞지않는다고지적하는대신사람들이왜그런표현을많이쓰는지,그런표현에는어떤사고나문화가들어있는지를분석한다.때로는사람들의언어습관과동떨어진표준어,맞춤법규정을비판하기도하기때문에책의내용이불편하지않고,공감하면서책의내용에빠져들게된다.
이책에공감할수있는이유는우리말을바라보는필자의관점때문이다.필자는말이라는것이사람들의삶속에존재하는것이기때문에절대적으로옳은규칙은없다고이야기를한다.표준어나어문규정에맞는말이라고해서바른말고운말이되는것은아니라고한다.그러면서모국어화자에게바른말고운말은표준어가아니라실제상황에서가장적절한말이라고전제한다.어떤말이적절한지는우리말에담긴역사와문화적맥락,우리말을사용하는사람들의삶에대한이해가있어야한다.그래서모국어화자가우리말을공부하는것은표준어와맞춤법을익히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세상을보는눈을키우는과정이라고할수있다.
이책은우리말지식을다루는한편세상을보는방법을이야기하는인문학교양서이다.그렇지만생활주변에서볼수있는소소한것들에서의미있는것들을이끌어내는방식으로이야기를풀어나가기때문에어려운내용들도빙긋이웃으며빠르게읽을수있다.우리말문법을알고싶어서책을선택한사람들에게는‘삼천포로빠진’책이라고도할수있다.그러나삼천포에가보면그아름다운도시의매력에빠지게되는데,이책을읽으면서도뜻하지않게우리말의재미에빠져볼수도있을것이다.
이책의필자는대한민국고등학생이라면필자가출제한문제를한문제이상은반드시풀어야한다고할정도로다년간각종시험의출제자로서활동을해왔다.EBS수능연계교재집필및검토자로서활동도계속해오고있다.필자는국어문제의출제및집필과정에서생각한문학해석의문제,헷갈리는문법,비문학독서와관련된배경지식에대해서도이야기를한다.고등학생에게는인문학교양서뿐만아니라쉬운수험서도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