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연가 (최규목 시집)

통증연가 (최규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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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 아픔의 상처로 남은 그리움

인간은 삶에 대한 희망과 건강한 생명력을 지니며 살아갈 때 생에 대한 유기적 통합성과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삶 속에서 인간이 죽음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면 그 통합성은 균열되고 심각한 정신적 갈등과 혼란에 빠져든다.
시인은 이 혼돈의 시대에 생명의 소중함을 성찰해야 할 운명을 지닌 존재이다. 죽음을 응시하고 생의 숨결을 사유한다는 것, 그것은 결코 밀폐된 관념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유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산 자와 죽은 자의 영혼을 되짚어보며 훼손되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시 구성하고 싶다는 의미를 지닌다. 시인의 이 성찰에는 순수한 정신이 요구된다. 비평가 바슐라르의 말처럼 시인은 지적으로 사색하기 이전에 순정한 꿈을 꾸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

최규목

포항출생
영남대학교디자인예술대학원석사
이상화기념사업회이사장
대구한의대학교외래교수
대구문학관자문위원
종합문예지《상화》발행인
대구문인협회부회장역임
대구하계U대회개ㆍ폐회식문화행사제작총괄담당관
대구예술인상,경북일보문학대전금상,대통령표창
시집『샛강에서자맥질하다』,
무용대본「오작교」
작사곡「내마음의12풍경」외다수

목차

제1부

당신의나라/연/비학준령묘지들/야누스/세오녀/적자생존/상엿집/
그리움지우기/포항/순이는무얼할까/누이야,청산가자/봄은버리라한다/
아침/윤태사/전생/나비/

제2부

불효자/서른즈음에/그분얼굴/가난/홍매화/봄/풍계리고요/하루/
북성로에서/다문화/초춘/누이를보내며/감정낙서/동백,부활하다/
산속에서/뻐꾸기소리/

제3부

이땅에흔적하나/목련꽃눈물/만남/이별/죽음/그대영혼은어디에/
죽음이란/청라언덕에올라/잘가거라/강을건너오며/다시,사랑할수있을까/
소쩍새/갈수있을까/홀로가는길/접동그대/

제4부

지상연가/천상연가/신곡/별의제국/안개/임오시면/만날수있겠지/
고백/장가가던날/가출/26세,결혼하다/혼강에서우는새/선화공주/
공주를기다리며/문명왕후/치마바위,무명치마/절망하는사도/

출판사 서평

■뼈에사무치는원한을남긴사랑
시집은전체4부로구성되어있다.1부에서는고향으로의회귀욕구를다룬시들로태어나면서부터관계를맺어온누이·어머니·고향땅등혈육과고향땅에서느낀다양한정서’를,2부와3부에서는연인의비참한죽음과관련된사건들이비교적소상하게표현되어있으며,4부에서는죽은연인과의재회를그리워하는마음을담고있다.
최규목시인의『통증연가』는삶과죽음의문제를상기할때주목할수있다.삶에서체득한경험들이다양하게변주되면서형상화되어있지만,특히사랑하는연인의죽음-비극적절명이두드러지게부각되고있기때문이다.
이번시집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며중심축을이루고있는것은사랑하는연인의비극적죽음과관련된것들이다.특히이연인의죽음이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점이큰충격을주고있다.과거에첫선을본적이있던사내로부터무참히살해당한젊은연인의죽음과그에따른각골통한刻骨痛恨은시인으로하여금형언할수없는고통의세월을보내게했다.

■우리시대의비극적자화상
여름성경학교를마친후교회앞다방을나오던어느날,시인의연인은오래전맞선을본적이있던성도착증사내에게칼자국을전신에맞고무참히난자당한다.그녀는언덕위의작은교회에서어린새싹들에게복음을전파하던천사같은사람이었다.인간의운명은피할수없는것이라지만얼마나가혹하고원통한참상인가.그녀의이비참한최후는시인으로하여금극한적인비통함에사로잡히게한다.눈부시게아름다운한송이꽃은이렇게성적사디스트에의해무참히꺾여영원의세계로떠나간것이다.
이사회에서저질러지는충동적살인행위는그원인이생물학적결정론이든환경결정론이든심각한죄악에해당한다.특히사회가황량한물질문명에경도되어갈수록아노미현상은더욱심화되어사회구성원들의정신작용에큰영향을미친다.이상황속에서온갖흉악한범죄들이일어나게되고반사회적인물군상들이사건을저지르게되는것이다.따라서사랑하는연인의비통한죽음은한개인,한가족의슬픔만이아니라오늘날우리시대의비극적자화상이기도하다.

최규목시인의이번시집『통증연가』는자신의실존적처지에서체득한다양한경험들을발효시켜여러갈래의주제로드러내보이고있다.고향회귀의식과혈육의죽음에대한정서,자아성찰과인간심리의심층에자리잡은보편적그리움,설화적배경을통한사랑의고결함등다채로운문양文樣으로자신의시세계를선보이고있다.하지만그중심은무어라해도?통증연가?라는시집제목이암시하듯비극적사랑의통점痛點에깊게새겨진정한이다.
영혼의깊은곳을찌르는연인의참혹한절명에대한기억과그고통스러운예각銳角은시인의가슴을아프게파놓았지만,이통한속에서도그는천상과지상의영적교류를갈망하며이루지못한사랑의승화를실현하고자한다.

[머리말]
담쟁이속살을흔드는바람소리가잠을깨웠다.창너머높이뜬보름달이휘영청밝다.달위로무리지어발광하는별들도본다.미리내너머어느별에서그녀도나를비추고있겠지.처음그녀를보았던순간이기억난다.내전신은마비되었고말문도막혀버렸다.젊은괴테가샤를롯데를보았던충격이었다.그녀는나와일년을사귀었고,싸늘한시신으로내곁에돌아왔다.여름성경학교를마치고인근다방을나오다오래전에맞선을본성도착증환자에게무참히난도질당했고,교회청년들이급하게병원으로옮겼으나워낙피를많이흘린탓에스물여섯꽃다운나이에이승을떠나가야만했다.

이시집은그녀를만나사랑하고,그녀를떠나보내기까지내삶의한때를드러낸시들이다.삶이란무엇인가?자문도했고,사랑이란무엇인가?회의도있었다.그러나이모든것을접어두고라도어쩌면운명적으로만나사랑을했고,슬프게떠나간한여인을위하여시인으로살아온사람으로그녀를위무慰撫하는시집한권도남기지않는다면이땅에사랑하며살아가는많은청춘에게죄를짓는것같아시집을내게되었다.

이시집을읽는아내는많은인내가필요할지모르겠다.주변의많은시인들이늦은나이에이혼당한다고시집출간을만류하였다.하지만‘인간이홀연히세상에와서삶의밭을일구고,그속에어떤작물이경작되는가’는각자의사유의영역이다.언젠가는아내를위한시집을내는그런날도있으리라생각하며아내에게헌신을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