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에게 말 걸지 마라 (김창제 시집)

지는 꽃에게 말 걸지 마라 (김창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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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창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지는 꽃에게 말 걸지 마라』는 덜어내고 비우는 과정을 통해 시인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었다. 시는 여백으로 더 많은 말을 한다. 짧고 간결한 시구는 언어 사이를 채우는 여백과 어우러져 담담하게 그 의미를 전한다.

“시는 마음이, 기억이, 기쁨과 쓸쓸함과 절망이 일상의 하찮은 부산물이 아니라 세계의 중요한 구성물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그로써 역사가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일상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자 장소이며, 그 모든 것들과 분리할 수 없는 삶 자체이다. 삶이 생명이고 생명이 함께 살라는 명령이라면 이 시집의 시들은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그리고 절대적으로 그 순간을 드러낸다.”(신용목 시인, 해설)
저자

김창제

·경남거창출생
·영남대학교경영대학원에서석사학위
·1993년《죽순》으로등단,《시와반시》에서「고물장수」로작품활동시작
·《자유문학》,《대구문학》신인상
·시집『고물장수』,『고철에게묻다』,『녹,그붉은전설』,『나사』,『경계가환하다』등
·한국문인협회,현대시인협회,대구시인협회회원
·현재죽순문학회회장,건국철강대표

목차

자서

제1부
새의편지

제2부
파계사/먹고사는일/다시,봄/깍지끼는강/눈온세상/낙엽/참꽃/봄에오는눈/보리암

제3부
검은얼굴/생선구이

제4부
옹달샘/목련/염소울음/욕쟁이아재/누가볼까봐/수몰지구/강정나루/가난의맛/옛생각/부자

제5부
절개지/가버린뒤쪽

제6부
플라스틱/쇠꽃심장/쇠와사랑은/쇠장수/비오는날/어판장/배롱나무

제7부
하지못한말한마디/대암산에신선이산다/담쟁이싹눈/산안개/윤동주/새벽/못/염불암/참꽃,사랑

해설_쇠를물고날아가는붉은새/신용목

출판사 서평

나는나를추억해본다

밋밋한저녁은추억을곱씹기좋은때라,시인은자신을추억해본다.덜설레고,덜화나고,가슴쿵쿵거릴일없는사람이지만목련이핀것을보고문득어머니를떠올린다.그어린시절,장날에는새끼염소처럼울음하나씩목에감고엄마를기다렸고옹달샘에는진달래가동동떠있었다.잠겨서서러운지,서러워서잠겼는지모를수몰지구에서는조각난산골논배미와황톳빛이야기가떠밀려왔다.

검정고무신안에파닥거리는피라미//감자사리산꽃의설익은감자살//누나달비로사먹던호박엿//쌀뒤주에숨어놀던숨바꼭질//겉보리로바꿔먹던풍개맛//불구멍난나일론양말뒤꿈치//잊히지않은별자리

-p.40,제4부‘옛생각’

강정나루엔여전히어린날의깊이로물흐르고,어린날의높이로달이뜨지만잊지못한기억은추억으로만남아있을뿐이다.시인은이번시집『지는꽃에게말걸지마라』에서삶의단편과추억을모아언어로보여주기보다단어와단어,행과행,시와시사이의빈공간으로말하기를선택했다.7부로나뉜40편의시는전통적인문법을지키면서도섬세한단절과깊어진여백으로무게감을더했다.

마냥붉은

고철을들었던/손바닥에꽃이피었다//손금의줄기위로한송이/꽃//마냥붉은//내손에들린/심장//뛴다

-p.49,제6부‘쇠꽃심장’

김창제시인은자신만의시세계가뚜렷한시인이다.『고물장수』,『고철에게묻다』,『녹,그붉은전설』,『나사』등의시집에서드러나듯이그는시에서철강노동자로서의모습을진솔하게드러냈다.쇠를잘라먹고사는,먹어도먹어도쨍그랑거리는사람이기에쇠는그의시에서빠질수없는상징이되었다.
고온에녹아내린쇠는붉게출렁인다.마냥붉은그것은손바닥에핀꽃이기도,심장이기도하다.그에게쇠는단순한노동의산물이아니다.당강당강잘려나간시간이다.잘린새벽이자토막난하루이다.지겹도록엉겨붙은녹물은저녁놀에도스며들어용접봉끝에서붉게타오른다.서러워서붉은게아니라붉어서서럽다했던가.배롱나무를물들인여름은오래도록붉어서오래도록서럽기만하다.
하지만여전히시간은흐르고시인은그자리에머물러서러워하고만있지는않는다.자신의새벽을잘라내며마주한폐타이어에서검은열반을엿보듯이그는노동의순간삶을성찰한다.저물어가는해는향기를잃고비틀거릴지라도시인의빈지갑속을채워주고망개나무열매같은노을속에서지친새는해탈을달게마신다.붉어서서러운여름지나나무들이올곧은업을이룬염불암에는단풍드는소리가가득하다.파계사연못에젖은단풍잎방석깔고앉은산은별빛독경소리를길잡이삼아돌아간다.
신용목시인은김창제시인의시를인간과인간을하나로묶는‘연대’의장르라평했다.세계에존재하는모든사물로부터자신의얼굴을발견하며,동시에삶과노동을통과한자만이흘릴수있는눈물이무엇인지,또그런자만이상정할수있는죽음이무엇인지소박하고담담하지만누구보다아프게되묻는다는것이다.특히이번시집에서두드러지는특징으로,시를단문으로짧게끊어가며정적인긴장감을생성해실존의한순간을일깨운다.이렇듯시에서생생하게드러나는삶의현장성은노동이남긴인간의개별성을강조한다.
가난에자줏빛눈물을흘리며붉어서서러운노동을지고살아온시인은연분홍참꽃을보며사랑을떠올린다.꺾인꽃은다시피지못하나진꽃은또핀다.연분홍으로웃고울다연분홍으로진,한결같은모습으로제몫의생을살아내고는담담하게져버리는그모습에말한다.지는꽃에게말걸지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