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같은 몸에다가 황소 같은 짐을 지고 (사라진 근대 문물을 찾아서)

바늘 같은 몸에다가 황소 같은 짐을 지고 (사라진 근대 문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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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라진 근대 문물을 찾아서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근대 문물은 사라져 우리의 추억에만 남았다. 초가지붕, 지게와 검정 고무신처럼 불과 50년 전에는 흔히 존재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먼 과거의 잔상이 되어버린 근대 풍물들이 그것이다.

지은이 김준호 국악인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농촌으로, 산골 오지로, 때로는 섬마을로 찾아다녔다. 이 책은 그렇게 40년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닌 저자의 발품으로 가득 채운 기억과 기록의 곳간이다.

책에서는 그렇게 얻은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 한국학적으로 접근해 그 숨겨진 유래와 상징의 매듭을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특히 춤꾼이자 작가의 부인인 손심심 씨의 그림은 보는 재미와 더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노랫말과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는 시공을 뛰어넘어 그때 그 시절을 황금시대로 이끈 근대 문물이 가진 문화의 힘을 재조명한다.
저자

김준호

국악인이자풍속학인이다.
1963년경남사천에서태어나부산대에서구비문학과민속학을공부했다.
18세부터김수악명인을은사로장고,북,꽹과리,판소리,구음을시작했다.허종복,한승호,유영례,한윤영,김병하,문장원,양극수,양극노,임순이,김말수명인에게서편소리,구음,들소리,상여소리,중타령,아라리,밀양아리랑,성주풀이,어산영을배웠다.
KBS〈6시내고향〉,〈TV쇼진품명품〉,〈국악방송오락가락〉과MBC〈우리소리우습게보지말라〉,〈달팽이〉등을진행했다.그후다수의방송및기업의전통문화강좌를하였으며,『우리소리우습게보지말라』,『양산의옛소리』,동래명무문장원포토에세이집『빛으로빛나다』등을집필하였다.
현재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동래지신밟기예능보유자이며방송,공연,글쓰기를통해사람들과전통문화소통을하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1부처자권속굶지않게밭을갈고논을갈아

가을운동회/나락베는날/나락타작/마지막얼음뱃놀이/엿장수와아이스께끼/참새쫓기,후여후여


2부고무공장큰애기는반봇짐을싸누나

검정고무신/나의첫자전차/연탄시대/리어카100년/영서산지벽난로고콜/지게와나


3부쌍금쌍금쌍가락지호작질로닦아내어

향장과아모레아줌마/조개탄난로/샘터와리더스다이제스트/우실과바람/바지랑대와빨랫줄/문종이바르는날


4부진주낭군오실때에진주남강에빨래가라

초가지붕이기/빨래터의전설/단지왔심더/동네이발소/아주특별한여름방학/인생오일장

출판사 서평

40년을바람처럼떠돌아다닌기억과기록

빠르게변하는세계화시대,새마을운동에치이고산업화에치인농촌은금세그풍물이바뀌었다.빠른발전을얻으면서불가피하게많은것이대체되거나없어졌다.누군가는의미없는구시대의잔재라고생각할지도모른다.산골방안의벽난로고콜,양은도시락얹어눌은밥긁어먹던조개탄난로,근대세일즈우먼의개척자였던아모레아줌마,잡지샘터와리더스다이제스트처럼추억속에만남은풍경은이미사라져버린문물이지만동시에그시대를이끈원동력이다.

저자는국악인으로살며역마살이낀것처럼바람에실려여기저기를떠돌아다녔다.전통문화를체계적으로해석하여널리알리겠다는포부로한손에는펜을,한손에는장고채를들고걸었다.지역의소리와풍물을탐구하기위해걸은길은기록이되었고,문득뒤를돌아보니급변하는사회속에서어느새사라져버린풍물과문물이눈에밟혔다.가볍게풀어내는추억과노랫말에이제는인생이되어버린민속학,인류학,언어학을더하고부인이자춤꾼인손심심전통예술가의삽화로마무리하자한권의책이완성되었다.


에헤에어한단이나간다
어허어어그소리뒤미쳐나도또한단
에헤에어하더니묶었다
새로한단이묶어라
그소리거두미쳐나두또한단
에헤헤어나도한단
에헤헤어하더니묶는다
새로한단이묶는다
얼른하더니한단을묶어
에헤어어나도또한단이라

-강원양양,‘벼베는소리’중에서

거둔다는말에서유래된가을의농촌은눈코뜰새없이바빴다.오죽하면죽은송장도꿈지럭하고부지깽이도덤벙인다는속담이생겼겠느냐는저자의말에고개가끄덕여진다.경운기도없던시절,나락을베는일부터타작까지일일이손이들어갔다.목매라부르는통나무에볏단을때려탈곡하다홑태로일일이훑는방식을거쳐게롱게롱소리가나는인력탈곡기에서발동기탈곡기까지,저자의할아버지는그모든변화를거쳐가며나락타작을해왔다.콤바인으로벼베기에서타작까지한번에하는때에보는발동기탈곡기는새삼스럽다.볏섬을옮기는일도자전거에연결한리어카몫이었다.

땀을비오듯쏟으며리어카질을해집으로옮긴볏짚으로는덕석도만들고,가마니도짜고,새끼줄도만들고지붕도이었다.가축의먹이,퇴비,땔감역할까지하는요긴한재산이었다.선조들은짚위에서태어나짚과함께살았기때문에짚을신성시했다.산모와아기를이어주는탯줄도짚과동일시하여짚으로꼬아서만든줄은자식을부르듯이새끼라고이름붙였다.풍작을빌던정월대보름대동놀이에빠지지않는줄다리기에쓰인새끼줄은재수가좋다고서로떼어가려했다고한다.

벼를베고,지붕을이고,지게를지고,빨래를하는고된노동의시간동안선조들은노래로그힘듦을달랬기에노래에시대가담겼다.농촌에서일하는동안부르던노동요‘벼베는소리’,‘가을걷이소리’,‘새쫓는소리’,‘줄꼬는소리’와삶의멍에가된지게를지고볏단나르며부르던‘나이나타령’은산업화바람에쓸려가고그자리를다른노래가차지하게되었다.


열여덟꽃봉오리열아홉꽃봉오리
눈물의부산처녀고무공장큰애기야
하루에사백환의고달픈품삯으로
행복하겐못살아도부모봉양극진트니
한많은네청춘이불꽃속에지단말이냐

-‘한많은내청춘(1960)’중에서,남인수노래

문명의발전과더불어신발은계급을나누는중요한척도가되었다.지위고하에신을수있는신발이엄격히구분되어있었던조선시대이야기도풀어나간다.우리나라는일제강점기를거치며고무신이라는신문물을받아들이게되었다.농사일잦은풍토라방수성뛰어난고무신은인기를끌었는데,저자의어린시절에는그신이흙놀이용불도저가되기도했고올챙이를담는어항이되기도했다.급증하는수요에따라들어선고무공장에서세계대공황을핑계로노동을착취당한여공들은파업에들어갔다.우리나라최초의고공시위를벌였던강주룡노동자이야기와부산고무공장화재로인한대참사이야기는가슴을울린다.이렇듯이땅의고난의시기를함께했던고무신도20세기말과함께사라졌다.

이밖에얼마나많은문물이기록되지도못한채사라졌을까.이책은학술서적이아니다.사회격동기를살아내며전통문물의이야기를전해듣고,근대풍물과함께했으며,마침내현대문물로모두바뀌는과정을겪은사람의추억이야기일뿐이다.사라졌지만잊어서는안될우리사회의뿌리한조각이다.저자는잊을수없는기억들을민속학적으로쉽고재미있게이야기하면서옛풍물과문물의유래와상징의의미를밝힌다.그시대를살았던사람에게는잊은줄도모르고지내던것들에대한향수를자극할것이고,이시대를살아가는사람에게는뉴트로로나아갈실마리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