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당기다 (조문환 시집)

시위를 당기다 (조문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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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동편지』(2012), 『바람의 지문』(2016), 『반나절의 드로잉』(2018) 등 시와 에세이로 섬세한 감수성을 선보인 조문환 시인의 새로운 시집이다. 창고 대방출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 실린 70여 편의 시는 그간 무시로 뱉어오던 천진한 언어를 정리해 모은 것이다.
저자

조문환

1963년경남하동에서출생했다.
『하동편지』『네모습속에서나를본다』『괴테를따라이탈리아로마인문기행』『나는마을로출근한다』를썼으며,『평사리일기』『바람의지문』『반나절의드로잉』을통해시를익혔다.시로삶의영점조정을하고있다.

목차

1부.텅빈한가운데

가슴이오네/모른다/저편의강이내강이듯/방방사진관/이월/텅빈한가운데/아이엠서울/시위를당기다/너로보였다/유월같은비린내/후회하지않기/그득하다/시선/저너머엔붉은소년이있다/가을묘사/돌부처/광개토대왕/나풀거리는

2부.켜켜이쌓이다

불필요한공감/켜켜이쌓이다/금광/내이름에는/꼬리를친다는것/과거진행형/한사내/선행자/천국가는길/파도/감따는일/흔적/누군가/긴이월/사자춤/이름내놓은역/너머

3부.먼저온기별

같이혼자/별이떨어지다/먼저온기별/팽팽하다/먼울음/도시고양이생존연구소/창자쏟아진아침/외박/시두편반/시리다/두고온것/비님/좋은일예상되는날/둥지/말한마디에/장마/타작마당일기

4부.곱하기제로

사랑총량의법칙/강심장/이별연습/빈다리/자연선택/박영감/곱하기제로/서울과안〔不〕서울/노을에동백꽃/죽음에대하여/이중인격자/정전/눈맞춤/높이나는이유/개/끌려나오다/마중/산을데리고집으로왔다/정차중

해설_살아있다는건,속에아직꽃이있다는것…이빈섬

출판사 서평

홀연히온삶,
홀연히온시

지리산악양들판과쌍계의물소리와그마을의낭창한사투리,이빈섬시인은하동을시라평한다.그런하동에서난조문환시인은홀연히온삶처럼시와만났다.인생이그렇게왔듯이,이모습이대로시가온것이행운이라말하는시인은시로삶의영점조정을하고있다.

“함석헌의스승이자이나라근대신학의여명을연다석류영모(1890~1981)는인간은모름을지키는존재로보았다.이른바‘모름지기’다.알지못하지만알고싶은갈망을내내지니는것이바로,신(神)을향한태도라고본것이다.시는어떤사람에게는신이기도하다.모름의갈망으로시를쓰는까닭은,살아있는내내그것이켕기기때문이다.”(해설중에서)

이빈섬시인은조문환시인의시를추동하는힘을모름의인정과모름속에숨은갈망이라본다.“모르기때문에갈망하고/영원히모르기를바라는것은/널찾아떠나기위해서지”(‘모른다’중에서)라고말하는저자는천진한언어로시를찾아나선다.

시로지은집속에서시인의시간이,삶이흐른다.시인에게이월은앓던이가양은냄비같은곳에나자빠지는시간이다.(「이월」)생명이역동하는유월은젖비린내,물비린내흥건하게마주쳐온다.(「유월같은비린내」)두꺼비새끼가얼마나컸는지보러팔짝팔짝뛰어내려가는태령씨(「시선」),차앞에서한발짝도움직이지않고선새끼고양이(「돌부처」),꼬리가없어표정을읽을수없는강아지(「꼬리를친다는것」),따스한온기가아직남아있는작은둥지(「둥지」),오동나무에서튀어오르는수백마리의참새떼(「시위를당기다」)를시인은오랫동안응시한다.시선이머문시간만큼그들의생명력이시가되어시인의집안으로들어온다.

오가는계절과생명을담은시인은점점안으로들어간다.진정한내얼굴은타인이보는얼굴,지금서있는이쪽의강,양심조차내것이아니라건너편의것이다.(「저편의강이내강이듯」)이름두자또한아버지의소원이었음을알게된시인은그이름이가문의기도,선조의소원에서더나아가바람의속삭임과이슬,비,눈의다독거림,그소리에응답한자신의호흡으로이루어져있음도깨닫게된다.(「내이름에는」)

시인은“살아있다는것은아직다피워내지못한꽃이있다는것”(「사랑총량의법칙」)이라고한다.오늘은꽃피우는날이다.바닥날때까지사랑을쏟아내고,이별을연습하고,가져온것보다두고온것이더많다는걸깨닫기위해여행을떠나는날이다.하동의바람을담은시인의시는모두가꽃을품고시로살아가고있다는사실을전한다.

조문환시인은잡동사니는발도못붙이게할각오로이번시집에모든것을훌훌털어냈다.홀연히온삶과시에고마워하는시인의시집은독자가무엇을모르고,그렇기에무엇을갈망하는지돌이켜볼수있는질문이되었다.속시원해지기위한재고떨이라말하지만시마다통효가있고,말맛이있고,새로움이있다.시위를당겼다놓은후의진동처럼여운이남는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