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書)를 서(序)하다 -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서평모음집 8

서(書)를 서(序)하다 -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서평모음집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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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경엽외

저자:김경엽,김민정,김창희,라은희,박선아,박소윤,백무연,신우철,안영희,이경애,이풍경,정규진,최은영

목차


나에게책은

김경엽_버티는삶은아름답다/청년은우리모두의미래
김민정_나에게건네는위로한권/역사가주는교훈,그때의역사속으로…
김창희_시공간을넘어서/‘현재’라는‘선물’
라은희_박기옥의테마수필집『아하』는사랑이었다/식물에게서배우는인문학
박선아_세상에서없어져야할책/스포일러주의?
박소윤_눈으로볼수있는것을잃어버렸으니,다른것을만들어야해/사랑은선착순이다/이정도면악인가요
백무연_비뚤어지고험악한세상길에서/새로운슈퍼휴먼의탄생,사피엔스의종말은오는가?/일벌레와밥벌레
신우철_나는그저이[蝨]를죽였을뿐이야/순교자는누구인가
안영희_당신도브람스를좋아하세요?/시간과공간을넘어박지원을만나다
이경애_어느편집장이전하는예술의향기/진화하는지역사회의플랫폼,공공도서관이야기
이풍경_분탕질서평/한길[一道]
정규진_도서관,복합문화공간이되다/美치도록매혹적인
최은영_그래도책속에꿈과미래가있음을가르치자/들여다보며연결짓기

학이사독서아카데미연혁

출판사 서평

문무학학이사독서아카데미원장은“서평은책에대한평이다.평은칭찬일수도있고비난일수도있다.칭찬이든비난이든차례가있어야하고객관적근거가있어야한다.그것이書를序하는것이다”라며발간취지를말했다.느낌을적는독후감과는달리서평(書評)은일반적으로간행된책을독자에게소개할목적으로개인적,사회적의미를밝히고논평이나감상등을쓰는것이다.이서평집을통해책을보는서로의다른시선과서평을쓰면서얻어지는기쁨을만날수있다.

또문무학시인은“서평은읽은책의주제에서부터책의내용과표현에이르기까지챙길것은챙기고버릴것은버려야한다.잘챙겨야버릴수있고,잘버려야챙길것을챙길수있다”며책을읽고서평을쓰는사람들에게충고한다.

대표저자인김경엽회원은머리말에서미디어홍수시대에책을읽는다는것은무엇이며,왜읽어야하고어떤책을읽어야할지,어떻게읽을것인지를배우며서평에대한막연함이구체화되어읽고쓰고싶은마음이생겼다고말한다.‘책읽는자들은책이라는바다를갈아타면서스스로의바다에이른다’는말을인용해앞으로더많은독서를통해각자의바다에서항해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았다.

서평이란것이막연하게느껴질때다른이들의서평을읽는것보다좋은경험이있을까.같은책을읽어도저마다보고느끼는바가다르니정답은없다.서로다른관점을가진서로다른형식의서평모음집을통해읽는다는것은,쓴다는것은어떤의미인지각자의답을찾아나갈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미디어홍수의시대에서초단위로반응하는현란한콘텐츠들을보다보면책이라는것이이제꽤낡은방식의매체로느껴지기도합니다.쉽고빠른것들에익숙해져글을읽는것에인내심이필요하기도합니다.그런생각에잠겨있을때쯤학이사독서아카데미를만났습니다.책을읽는다는것은무엇이며,왜읽어야하고어떤책을읽어야할지,어떻게읽을것인지에대한명쾌한강의들은매주목요일저녁이기다려지게했습니다.독서와글쓰기에대한막연함이구체화되어읽고쓰고싶은마음이생기는소중한경험이었습니다.

이책은8기회원들의그경험을엮은결과물입니다.지난해강의를시작으로올해마지막교정까지함께하면서,이제야아카데미가마무리되는기분입니다.‘책읽는자들은책이라는배를갈아타면서스스로의바다에이른다’고합니다.아카데미는끝이났지만,각자의바다에서항해할모두를생각하니마냥아쉽지만은않습니다.

2023년8월
학이사독서아카데미8기
회장김경엽
---「머리말」중에서

지혜로운노인은독자를자연스럽게능동적으로생각하게만든다.우화속에서소년에게적절한시기에인생과성공과행복을깨달을수있도록해줌으로써말이다.소년이스스로“지금,이순간”이얼마나소중한지를깨닫는순간과같이.거창하지않고문장이화려하지도않다.어렵지않은,오래전부터내려온삶의지혜를주는책이다.또한현실을살아가는우리에게‘행복과성공’이라는키워드에초점을맞춰그것을성취하기위한,단순하면서도명쾌한지도를제시한다.
---「김창희,‘현재라는선물-『선물』,스팬서존슨,랜덤하우스코리아」중에서

책에서보르헤스는지적인성실성을끝까지유지하는진정한지성인의면모를보여준다.보르헤스가특별히아끼고사랑했던책『신곡』은수많은작가들에게영감의보고가된다.「연옥편」의피아이야기에서영감을얻은서머싯몸이『인생의베일』이라는명작을남긴것도어쩌면불행하다고생각한지옥에서사랑을발견했기때문은아닐까.(중략)책은어떤목적에서읽어야하는것이라기보다는물이아래로흐르듯자연스러운것이다.어떤책은표지가예뻐서읽고,어떤것은첫문단이매력적이라보게된다.그저이유없이끝까지읽다보면좋아지는책도있고,마지막장을덮을때내안에꼬깃꼬깃숨겨두었던비밀이살포시고개를드는책도있다.어떤책을읽는지는곧그사람이다.
---「박소윤,‘눈으로볼수있는것을잃어버렸으니,다른것을만들어야해-『말하는보르헤스』,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민음사」중에서

그러고보니『변신』은우리에게얼마나많은질문을던지는가.20세기초에던진카프카의질문을21세기를지나는우리가받아야한다.적어도카프카의시절만큼일벌레와밥벌레로출구가막혀있는상태는아니라고답변해야한다.그리고진정한삶의이유와존재의목적을카프카에게다시질문하지않으면안된다.(중략)길을잃고헤매고있는가.그렇다면그레고르에게물어봐야한다.그레고르에게21세기를사는우리의존재와정체성에대하여새로운질문을계속해야한다.개인이직면한존재적인고통과사회적인억압,그리고인간의존엄성에대해서질문해야한다.도끼(책)로내면의무지를깨뜨려야한다.어영부영하다자칫그레고르처럼일벌레나밥벌레로양극단에서끝장날지도모른다.
---「백무연,‘일벌레와밥벌레-『변신』,프란츠카프카,문학동네」중에서

박종채는아버지의위대한문학가로서의면모뿐만아니라그인간적면모와함께목민관시절의흥미로운일화들도자세히들려주고있다.자식이아버지를곁에서보면서기록하였기에다소객관적인글일수있을까싶지만어쩌면아들이었기에내용이더욱사실적이고자세할수있을것이다.(중략)누군가에게보낸편지를보면장대한기골과는어울리지않게그가얼마나섬세하고부드러운정서를가졌는지도알수있다.책을읽는내내연암박지원의삶에눈앞에생생히그려진다.연암의시대가흘러가도변하지않는따뜻함과인간적인모습,공직자로서가져야할태도,그의문장등은시대가지나도결코낡거나녹슬지않았다.
---「안영희,‘시간과공간을넘어박지원을만나다-『나의아버지박지원』,박종채,돌베개」중에서

꿈을꾸며살아간조핵공,딸깍발이가토해내는이야기를읽다보면,나도덩달아조핵공이되고딸깍발이가된다.2023년의딸깍발이는어떤모습일까.승용차없이대중교통을이용하는뚜벅이일까,염색하지않고들깻가룻빛머리를한그대의모습일까,손일기를쓰는당신일까.대부분사람이어리석어남과비교하다시간을허비한다.인간이라면먼저풀어야할과제는분명하다.필수문제를쾌활하게풀고,꾸준히한길,한글연구에집중한그의삶,삶과하나가된스물두꼭지를읽었다.‘골계미’의진수를느낀다.이책은그의외모처럼작고얇지만,내용은93년간산삶의흔적이깊게얽히고설켜그윽한울림이있다.조핵공은그시절제일키가컸었던김부귀에게어떤메시지를남기고있다.어서읽어보기바란다.
---「이풍경,‘한길-『딸깍발이』,이희승,범우사」중에서

우리는매혹을갈구하면서도여전히통속적인틀안에서크게벗어나지못한삶을살고있는지모른다.짜릿하고강렬한매력에이끌려사랑을나누고,그사랑이영원하기를갈망하지만매혹은언제나찰나였고,책임이라는무게만남는다.그래서인생에서본질적이고중요한가치를외면한채찰나의사랑을선택한이들에게비난의화살이쏟아지는지도.혹시매혹의세상에서뛰쳐나와일상적인세계에진입한소설속그녀들을지켜보면서안도의한숨을쉬지는않았는가.하지만이렇게한번반문하고싶다.“너의행복을왜나에게물어?”도덕적굴레에서벗어나지못한채타인을의식하며,지극히통속적인세상에안주하기를바라는이시대에매혹이남기는잔상을물끄러미쳐다보게되는작품이다.
---「정규진,‘미치도록매혹적인-『태연한인생』,은희경,창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