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금이다 (이무웅 수필집 | 양장본 Hardcover)

지금이 금이다 (이무웅 수필집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오랜 세월을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퇴직 후 그간의 좁고 편협한 시각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주변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전적으로 수필을 만나고부터였다. 저자에게 수필은 자신을 응시하는 일이다. 거리를 두고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세월이 남긴 상처를 보듬어 준다. 늦은 나이에 이름을 걸고 수필집을 내게 된 것이 기적이라 말하는, 지금을 금으로 여기는 이무웅 수필가의 수필집이다.
저자

이무웅

저자:이무웅
경북대학교수의과대학졸업
ROTC#5군필(포병장교)
경북도,대구광역시,농정과장역임
부이사관퇴임
《한국수필》신인상등단
에세이아카데미회원
10인수필집『기억저편』공저

목차


1부.정글의법칙
밥/남자의위상/편애/아버지와나/정글의법칙/휴대폰유감/돌하르방사고/짝사랑/술과인생/나이듦에대하여/해후/자이언트

2부.내부도둑
기회/내부도둑/인생은미완성/아버지와도둑/신권주가/민물뱀장어/내기의법칙/가는세월/팔순즈음에/석린성시/공짜/벤허

3부.지금이금이다
코로나풍경/궁합이야기/새옹지마/고수/궁금하다/아버지기일에/그집앞/울릉도에서/녹명/지금이금이다/오래된집에/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

4부.다람쥐와건망증
말의씨/나와운전/각자무치/병영일지/흔적/반신반의/개의시간/대상포진/다람쥐와건망증/동물의세계/노년의상념/젊은사자들

발문_이무웅수필집『지금이금이다』에부쳐/박기옥

출판사 서평

지난날과훗날은모두은이다
지금이금이다

저자는지극히평범한일상속에서도소소한가치를끄집어낸다.아버지가서장으로있던본서에야통위반으로잡혀갔던일,세례식날예수를믿느냐는목사님의말에반신반의한다고말해별명이반신반의가된어머니이야기,귀가어두워전복죽사오란아내의말을금복주사오란말로오해한사건까지유쾌하고익살스러운문체로풀어간다.‘정글의법칙’,‘내부도둑’,‘지금이금이다’,‘다람쥐와건망증’4부로나뉜수필은때로는웃음을부르고때로는오늘을돌아보게만든다.

“부부끼리정답게쓰고,나중에입으려고장롱안에포개어간직한좋은옷은당장꺼내어입고새신발도꺼내신기바란다.다리에힘이남아있을때산천경개두루구경하며지금이마지막이라는생각으로미리유서준비해놓고,해외여행이라도다녀오길권한다.시간은흐르고,우리는얼마남지않았다.지난날과훗날은모두은이다.지금이금이다.”(150쪽)

수필로지난80여년의인생을돌아본저자는말한다.지난날과훗날은모두은이다,지금이금이다.수필을통해자신을드러내고,쓰다듬고치유하다가마침내독자에게손을내밀었다는박기옥수필가의평처럼읽는동안웃음이나고공감하다한숨쉬고가슴을쓸어내리게되는수필집이다.

책속에서

어느날친구들과어울려칠성시장과향촌동술집을싸돌아다니다야통위반에걸리고말았다.집이바로가까이있다고사정했으나묵살당하고관할파출소에연행되었다.일일이조서를받고대기하다가호송버스에태워져서7명모두의자도변변히없는경찰서에내팽개쳐졌다.아버지가서장으로있는본서였다.
우리들외에도다른여러관할파출소에서검거된잡범들로경찰서는시끌벅적했다.직원들은모두반말지껄이로우리들을윽박질렀다.소변이마려워변소에갈때도단속이따라붙었다.하필이면아버지가있는본서였기에창피하고민망스러워얼굴을들수없었다.행여아버지와부딪치기라도할까봐전전긍긍했다.친구들이눈치도없이너희아버지께부탁하자고졸라대어,“아버지알면맞아죽는다.”고화를벌컥냈다.(중략)다행히친구들돈을합하여범칙금을납부하고,야통해제사이렌과동시에모두풀려나왔다.모두들잠도한숨못자고허탈하여각자집으로흩어졌다.
터벅터벅걸어서집에도착하니아침이었다.아버지는방금출근했다고했다.나는가슴을쓸어내렸다.까딱늦었으면아버지께들킬뻔하지않았는가?
그러나그것은착각이었다.오후에늦은점심을먹으면서엄마한테들으니,아버지는이미알고있었던모양이었다.엄마한테도모른척하라고일렀다고했다.얼굴이화끈달아올랐다.한편으로는나에게야통위반외에도아버지가모르는3건의비슷한범죄행위가더있음을떠올리고는묵묵히밥을먹었다.
-p.24~27,‘아버지와나’중에서

나는김장철에월계수잎을넣어삶은돼지고기수육을찢은김치로싸서먹는걸좋아한다.그런데그월계수잎이생각이안나서생굴하고그월계관넣고삶은수육을먹고싶다했더니아내는아내대로‘월계관’이라는이름의옛날정종을떠올리고는
“월계관사라진지가언젠데그술을찾소?누가돼지고기를정종술에삶는단말이요?”
“거왜술말고버들잎사귀같은거있잖나?”
“월계수잎사귀말이오?말을하려면확실히좀하소!”
무안하게핀잔을들었다.이제는청각장애와더불어건망증까지어깨동무하여중증장애자수준에이르렀다.
그뿐인가.어느날은집안에서휴대폰을분실했다.아내전화기로신호를보내니냉장고에서소리가났다.문을열어보니냉장실상단에맵시도우아하게휴대폰이놓여있는것이아닌가.어찌나반갑고이쁘던지다정하게쓰다듬던중친구한테서전화가왔다.나는대뜸
“아이고,친구야.냉장고안에서많이추웠지?”
“임마!무슨소리야?지금초여름이잖아?”
옆에있던아내가휴대폰을빼앗더니친구에게휴대폰분실사건을설명한다.치매검사라도해야할판이라고면박을준다.
-p.152~153,‘오래된집에’중에서

‘반신반의半信半疑’는사전에‘반쯤은믿고반쯤은의심한다’고되어있다.내어머니의처녀시절별명이기도하다.
남성로제일예배당에서세례받으실때의얘기라고한다.목사님이어머니에게“주예수님을진심으로믿습니까?”하자어머니는‘예!진실로믿습니다’가아니라“반신반의합니더.”하셨다고한다.당황한목사님이“그러시면안됩니다.진심으로믿습니다카시이소.”했다는데서생긴별명이라고한다.
지금은고인이되신어머니는일제강점기를거치는격변의세월중에태어나셨다.해방후,좌우익갈등으로인한피비린내나는동족상잔의비극에서부터6.25사변의눈물겨운참상에이르기까지그야말로산전수전질곡의세월을겪어오셨다.(중략)가끔어머니의‘반신반의’를떠올릴때가있다.목사님앞에서까지정직하고자했던나의어머니.지구상에가장아름답고고귀한가치를지키고자했던어머니.돌아가신지올해로어언17년이된다.
-p.176~179,‘반신반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