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순
부산에서파도소리와갈매기소리에익숙한아이로자랐다.2007년《대구문학》신인상으로등단해2011년에대교눈높이아동문학대전에서동시부문대상,2015년에《월간문학》수필부문신인작품상,2020년동화부문신인작품상을수상했다.동시집『드디어셋이만났다』를썼다.2021년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동시집『앵무새는귀가필요해』를발간했다.현재아이들과함께상상력과꿈을잃지않는글쓰기를이어가면서창작의즐거움을놓치지않고있다.
제1부담장에서그림자를만나다바람꽃담장에서그림자를만나다녹아든세월이끼시카펫호흡사월제2부흙길을돌고돌아서도래샘고금古今신발기억을새기다약초를달이며가시버시짐길목소리제3부푸른빛이나는속서리태네잎클로버소띠남편두꺼비국수산책강낭콩쌍둥이편지제4부손꼽아보는시간손님김밥집그림을만나다옥탑방온정그때그우물비오는날서영이동양자수서양자수
마음속에강이있어흘려도흘려도남아있는눈물은가두지않는이야기가되어삶의기억은때로반성이되고때로내실을다지는계기가되기도한다.홀로사는인생은없다.윤희순작가의첫수필집『누구나마음속에흐르는강이있어』는저자의삶이자함께한이들의이야기이다.사이사이시를수록해보다진솔한감정을드러낸다.“깊은우물들여다보듯/살아가라고하셨지만/얕은물에서허우적거리다/물을흐릴때가있습니다./바람이고개를쳐들고/일상을침범해오는날/바람곁에서도꽃을피우는/나무를바라보며/다시당신의숨결을느낍니다.”(시「엄마」중에서)아버지의잦은사업부도로인해유조선청소를하던어머니의끊이지않았던한숨소리를기억한다.(「바람꽃」)비록낡았을지라도자국이선명하도록힘주어다려입은아버지의정갈한옷도떠오른다.(「담장에서그림자를만나다」)때론자식을통해부모를떠올리며위아래로짐을지고사는위치를각인시킨다.남편,자식들과의소소한추억(「신발」,「산책」,「그림을만나다」등)으로는자식을통해성숙한부모가되어가는과정을담았다.더나아가신혼시절인심을전해받은주인집부부(「옥탑방온정」)와풋풋함으로삶을고뇌하던어린시절친구(「비오는날」),웃음을가르쳐주는학생(「서영이」)등의관계로모가난부분이닳아둥글어지기까지혼자가아니었음을보여준다.저자는누구나마음속에흐르는강이있다고말한다.유속이빠른지느린지에따라부유물이퇴적되는양도다르고,강물이맑은지탁한지에따라노니는물고기의종류도다르다.우리네삶이바로그렇다는것이다.더깊은강으로흐르기위해서작은물줄기로시작한다.미숙했던지난날의추억에공감하다보면독자들의마음속에도흐르는강이느껴질것이다.머리말비슷한풍경도가끔시선을바꾸면분명다르게보입니다.변하든지변하지않든지갈등은일고심오한무게가다르겠지요.그것이마음이라생각합니다.마음으로깨달아행복을느끼는무게는스스로만드는것입니다.인생에도끝이있고결과가있다고생각하기때문입니다.그러기에보여주지않고보이기,말해주지않고말하기,그려주지않고그리는모순적인형상을쫓아온것같습니다.장면하나로는불가능한서사가있는삶,종내는그렇게살고자한것같습니다.앞으로도제가다짐할수있는일중에가장쉬운것은모든것에감사한마음으로살아가는것입니다.지난삶에대해보상받는방법이기도하니까요.걸어온길이아쉬움은있어도부끄럽지않다면잘걸어온것이겠지요.그래서더욱안전하게잘걸어가려합니다.마음속에흐르는강이있기때문입니다.책속에서“오늘자고나면또언제올래?”침묵을감지하셨는지다시또올것을물으신다.만날때마다하시는말이여느때와달리허망하게귓전을울린다.자식에대한어머니의그리움은바닥이보이지않는우물같은것인지,이리도아슬아슬한고비길에서도생각나는것이자식뿐인지,힘이들어간목을짓누르며침을삼킨다.나는오래기억되는밤이될것같아잠을청하지못하고있다.하룻밤의만리장성이라도쌓을요량으로어머니의얼굴어느한구석도놓치지않고눈에담고있다.얼음장같은어머니손을이불속에서갈무리하듯비빈다.나에게있는온기를모두전할수만있다면무슨바람이필요할까.---「바람꽃」중에서대저조급하면서날렵하여화를잘내는성질의남편을상황에딱맞게맞추기란쉬운일이아니었다.그런아들에게남편은자신의성격을잘파악하고견딘다면사회생활도잘할수있을거라는변명을아들의칭찬처럼했다.자식을힘들게해서마음아프지않은부모가어디있으랴마는속내는자식에대한사랑이넘쳤다는것을아들은감지했을것이다주방을통해남편의모습을훔쳐보면서표정을살핀다.운동화안쪽과바깥쪽을속속히잔솔질을한다.젖은신발을이리저리돌려가며하얗게될때까지문지르는남편의마음에어떤생각이들어있을까?평소아들에게효도받으며살았다고생각하던아비의표현일까.더탄탄하게걷고있는가멸찬모습이대견하여말로써표현하지못한쑥스러움을저리도구정물에맨손적시는걸까?남편을측은하게바라보았던마음과달리아들에대한남편의애정이고마워진다.---「신발」중에서옷장서랍을뒤적인다.세월을거스르고묵은종이냄새를훅,풍기며누워있는물건하나를집어낸다.결혼전남편이들고와어머니앞에내밀었던사주단자이다.한지로겹겹이말아놓은두툼한봉투가생소한것은아닌데.오랫동안무심히잊고있었다.결혼후나보고보관하라고어머니가주신것을장롱서랍속에묻어두었다.(중략)사성四星이라고쓴봉투를열어보니“辛丑生五月初十日生”이라적혀있다.나는순간피식웃음이났다.소띠,제대로기록되어있다.결혼말이오고갈때남편은쥐띠라며한살을높였다.맞선을볼때부터나보다두살많은쥐띠로소개받았다.어머니는두살차이라야궁합이맞는다고중매자에언질을놓았기에아마남편보다는중매자의도가더컸으리라생각된다.그렇게나는십여년을두살많은남편으로알고살았다.나이한살정도잘못알고사는것이뭐그리대수일까마는내가알고있는남편의성품으로볼때한마디라도거짓이섞인말은못하는사람이라여겼다.그러기에내게맞는배필이되려고거짓말했나싶어웃음이났다.세월이깊어질수록내가어느새소의울음과두눈에고인눈물을읽게된것일까.---「소띠남편」중에서“우리두꺼비!”두꺼비가풍기는이미지가그리나쁘지않기에아버지는내이름대신부르지않았을까.느리게기어가는두꺼비를보면서아버지의모습도함께아른거린다.어둠이내리기를틈타살짝나왔다가사라지는두꺼비가오히려아버지와닮았다고생각했다.두꺼비는나무아래나돌무지에서지내다가어두워지면활동을한다.사람들의눈에도쉽게발견되지않는다.그만큼남에게해를입히지도않는다는뜻일것이다.아버지는어질다는표현이어울리는분이셨다.남의상처는내것처럼아파하고자신의상처는그냥묻어버리는분이셨다.날마다약을드시면서도어디가아파서먹는다는말한마디하지않으셨다.자신의무능력으로가족을고생시킨다는자책감에목소리도죽이고사셨다.말수가적고크게웃지않으시는아버지의심정을그때는몰랐다.---「두꺼비」중에서이르게결혼한딸이새해친정나들이라는명분으로방문했다.대학을타지에서다녔으니딸의아침을챙기는일은고등학생때의추억을소환하는일이다.설렘을동반한회심에찬식사를차려놓고슬며시잠자고있는딸의방을들어갔다.예전처럼고운두발을곰지락거리며자는모습이귀엽다.그발을한겨울에도이불밖으로내놓고자는버릇이있다.내발이큰편이어서그런지딸의발은유난히작아보인다.숨길수없는습관이발동했다.옛기억을떠올리며살며시발을주물렀다.언제나그렇게아침을깨웠기에.사람에게서는발만보아도그사람의성격이나생활을엿볼수있는것같다.딸아이의발을보면서성격을세밀히짚어본다.속내를잘드러내지않고묵묵히할일을하는처연함이어느척박한땅에서도뿌리를내리며꽃을피우는들국화를생각하게한다.딸에게서는언제나국화꽃향기가났다.발을주무르며국화향기를맡을수있다니나같은팔불출이나해명할수있을일이다.---「그림을만나다」중에서지금생각해보면어린아이둘을데리고바동대는새댁이뭐가그리철이들었을까.모르는것이태반이었을텐데아줌마는그저나만보면막냇동생바라보듯다독여주셨다.옥수수를찜솥가득푹삶아내는넉넉함을배웠고,시골마당처럼옥상전체에배추와무를널어놓고김치담그는법을배웠다.주부한테가장어려운전통장담그기,고추장,김장등을모두아줌마에게서배웠다.달리이웃이없던나는남편이출근만하면친정집찾아가듯이쪼르르계단을내려4층에갔다.지난밤에있었던사건을시시콜콜아줌마에게보고하였다.잘한다하면더잘하고싶어하는본성이나에게는있어서그런지날마다칭찬해주는아줌마앞에서는뭐든지잘하고싶었다.정말이지내가뭐든지잘하는사람인것같았다.불볕더위의열기로가득한옥상에물을뿌려식혀놓고거기에돗자리를깔고누워별을바라보며아이들과별나누기를했다.그기억은도심에서평생을자란나에겐더없이아름다운기억이다.옥상가장자리에아저씨는흙을퍼올려작은화단을만들었다.갖은꽃들을심고가꾸라고했다.서툰나는바라만보았지결국은아저씨의손길로해바라기가자랐고보라꽃을피운도라지가자랐다.나는해바라기가해님의얼굴을따라가며부끄러워고개숙이고도라지가2년이상이지나야비로소먹을수있는뿌리가생긴다는것을그때알게되었다.달구어진방안에서잠시도견디기어려운상황이라그해여름날잠못이루는밤은옥상에서나날을보냈다.그러나아이들에게는즐거운놀이터였다.낮에는바람을불어넣고만드는대형풀장에서온종일물놀이를했다.두발자전거도마음대로탔고,마당같이넓은옥상은온통우리차지였다.남의집에세들어살면서이리도자유로울수있었을까.---「옥탑방온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