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서: 곡란골 일기 (천영애 산문집)

지금, 여기에서: 곡란골 일기 (천영애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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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시에 살다가 곡란골로 이사 오면서 시골 생활의 본모습을 글로 썼다. 시골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꿈의 공간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주 공간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얼룩처럼 번져나가는 시골에서의 일상을 담았다. 시골이라고 모든 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분명 도시보다 거주 공간으로서는 아름답고 편안하다. 그 아름답고 편한 삶의 이야기이다.
저자

천영애

경북대학교철학과대학원을수료했다.2010년대구문학상을수상하고,2019년대구문화재단‘개인예술가창작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저서로는『나는너무늦게야왔다』,『나무는기다린다』등이있다.

목차



공간은사람에게아무말도하지않는다/별이반짝이는밤에/환대와나눔의관계/역마의꿈이자라는봄밤/영등할매가오시는음이월/영춘화가피는마을/부활하는숲/꽃은피었으나보는이없으니/노인보호구역/다사다난한5월/맑은하늘이그리운날/선한사람들이사는마을에서/적막한마을의정오/정겨운현수막의나라/천천히더느리게/큰개불알꽃이피는겨울,그리고봄/나무들이꾸는봄밤의꿈


여름

고요와적막의소리/곡란골의여름아침/기대살아야할것들/납딱바리스릴러/농사짓는일의즐거움/농촌마을이아프다/양심의맑은눈이밝혀주는무인판매대/사람이할수없는일/시골인심이사납다고요?/우박이쏟아지고난후/움직이는나무들/자연에기대어사는사람들/적막한평화가나를자유롭게할지니/참깨의추억/하늘과바람과비/할머니의자가용


가을

고택음악회/곡란골의오래된친구들/끝났다고끝난것이아닌/날마다농사세미나를했으니/무위의아름다움/바람과함께사라지는것들/바야흐로가을이/쌀한가마의수고로움/욕쟁이앵무새부터소쩍새까지/할머니들의화투판


겨울

눈이내리고숲은수런거리니/기억이완성하는집/두부사러산협에드는일은/두번째겨울/영원회귀의삶이있는마을/원초적인생명의숲/고등어와아버지/김장하는할머니/다시새해를맞이하며/거기에사람이있다

출판사 서평

[머리말]

짐승은몸을다치면굴속에숨어서먹는것도작파하고치유될때를기다리며웅크리고있다.앓는소리도내지않고완전한침묵속에침잠해버리는짐승은그렇게스스로를치유한다.아픈짐승의‘지금,여기’는자기존재의회복을위해서필요하다.짐승은본능적으로그걸알고그렇게다시살아난다.
도시를버리고시골로,그것도하루에버스가서너번다니는시골에터를잡기로결심한것에는나의아픔이컸다.항암을해야하는몸상태도그랬지만도시에서사람에게치이며다친상처들도컸다.특별한장소에서특별한시간을,그것을나는짐승의시간이라고표현하지만그런시·공간이필요했다.
곡란골에서나는제일먼저텃밭을만들었고,원래부터있었던사과밭에서일을했고,마당의잡초를뽑는것으로하루를시작했다.아파트라는허공에뜬집에서갈곳이없었던몸은흙에발을디디면서다시강한생명력을회복하기시작했다.벌레에물린팔에는두드러기가돋았고얼굴도검게타기시작했지만나는그것이좋았다.
나는아직도짐승이생존을위해굴을찾듯이이곡란골에있다.살아난짐승이숲을버리지않듯이나도‘지금,여기’있다.스스로찾아든적막과밤의어둠과숲과들이나를살게할것이라고믿기때문이다.무엇보다내가지금,여기있을수있어인생이안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