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의 달빛 소녀 (양장)

대가야의 달빛 소녀 (양장)

$12.00
Description
경북 고령 지역 대가야국에 대한 장편동화이다. 대가야국은 『삼국사기』 지리지 편에 16대 520년간 존속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가야고분군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대가야읍에 있는 순장 박물관에는 어린 소녀들이 매장된 무덤을 발견한 기록이 있다. 동화는 12살 소녀 달이를 통해 대가야국의 역사와 순장이라는 비인간적인 장례문화, 대가야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역사의식과 비판의식 성립에 도움을 준다.
저자

한현정

대가야의도읍지고령에서태어나고자랐어요.2002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동시가,2016년〈농민신문〉신춘문예에소설이당선되었어요.2019년부터《아동문예》등에단편동화를발표했어요.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나눔,대구문화재단창작지원,대구지역우수출판콘텐츠지원등을받았어요.지은책으로동시집『고자질쟁이웃음』,『후비적후비적』,장편동화『대가야의달빛소녀』등이있어요.

목차

토령,흙으로빚은방울
신라인신녀
우륵의가얏고소리
풀수없는실타래
다가오는말발굽소리
임금님가시는그곳
길고도모진밤
스스로를구할방법
실낱같은희망의끈
달빛능선으로가는길
장례식전날밤의장례식
대가야의달빛소녀

출판사 서평

“제목숨은,
죽은임금님의것이아니에요
온전히제것입니다”

12살소녀달이는대가야의토기장이연조와신라인신녀모단사이에서태어났다.대가야국은팽창하는백제세력을견제하기위해신라와결혼동맹을맺는다.모단은왕비를따라대가야로온신라인시녀였으나이후신열을앓고대가야국을세운여신,정견모주를모시는신녀가되었다.

신라인의세력이커지는것을우려한금곡대비는노골적으로신라의풍속을금지하고어긴자는가혹하게처벌했다.모단은자리를보전하고누운왕비의건강과두나라의화합을기원하며신라옷을입고춤을춘다.이사실이발각되어죽음을맞는다.

결국두나라사이의동맹이깨어지고,신라는왕비에게고국으로돌아올것을명한다.우륵이서글프게가야금을뜯는가운데월광태자는어머니와눈물로이별한다.얼마지나지않아이뇌왕이운명하고달이는순장대상자가된다.

죽음이순간이다가왔다.달빛능선의어두운먹구름아래,깊게판흙구덩이앞에선달이는모단이만든토령을손에꼭쥐고정견모주께살려달라는기도를올린다.이상하게도방울에서느껴지는따뜻한기운이온몸으로퍼져나가며달이는금곡대비와월광태자앞으로달려가죽음을기다리는사람들이하지못한말을쏟아낸다.

“살고싶어요!돌아가신임금님의새나라에는가고싶지않아요!우리나라의맑은공기를마시며아름다운회천강가와주산을마음껏뛰고싶어요.모든대가야의아이들이그러하듯이요.대비님,저는이제겨우열두살이에요.아직죽기에는일러요.”

『삼국사기』지리지편에따르면경북고령지역대가야국은16대520년간존속했다고한다.6세기중엽,백제의성장으로위기감을느낀대가야의이뇌왕은신라와결혼동맹을맺는다.신라는이찬비조부의누이를100여명의시종과함께시집보냈으나왕비를보필하는시종들이신라의옷을입은일로문제가생긴다.신라군은파혼의보복으로몇몇지역을정벌하고돌아간다.

『대가야의달빛소녀』는역사적기록을바탕으로하고있다.하지만저자는대가야의도읍지에서나고자란사람으로서순장에대해쓰고싶었다고말한다.고령의지산동능선에서발견된둥글고큰흙무덤,그중가장큰무덤에무려30~40여명의사람들이함께묻혀있었다.대가야읍에있는순장박물관에는12살정도되는소녀들이매장된무덤을발견한기록이있으며지산리제44호고분에는8세로추정되는소녀들도나왔다.

유골뒷머리가깨져있는것으로보아순장자들은묻히기전에죽임을당한것으로보인다.지배층은저세상에서도부와명예를누리고자죽여서라도자신을보필해줄백성을데려갔다.동화는순장위기에처한12살소녀달이를통해대가야국의역사와당시사람들의삶을보여준다.주인공의입장에몰입해어린이들이비인간적인장례문화에문제의식을느끼고역사의식을성립하도록돕는다.

[머리말]
이책은역사적기록을바탕으로하고있어요.그렇지만정말쓰고싶었던것은순장에관한것이에요.대가야가있었던고령의지산동능선에서둥글고큰흙무덤들이발견되었어요.그런데가장큰무덤에무려30~40여명의사람들이함께묻혀있었어요.대체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요?
지산리제44호고분에는8세정도로추정되는소녀들도있어요.이책에등장하는달이와소야처럼요.유골뒷머리가깨져있는것으로보아묻히기전에죽임을당한듯하다고해요.
이책의주인공달이는왕의장례식전날밤,달빛능선에서이렇게외쳐요.
“제목숨은,죽은임금님의것이아니에요.온전히제것입니다.”
44호고분의소녀들도경상남도창녕에서발견된소녀도어쩌면달이와같은마음이지않았을까요?대가야의도읍지에서나고자란저는그들의이야기를꼭써보고싶었어요.

책속에서

“이옷은대가야국으로올때,달이외할머니께서만들어준옷이란다.”
달이도그옷을본것은몇번되지않았다.아마도왕비를위한기도를할때만꺼내입는듯했다.
“왕비에게신라의정기를불어넣기위해서란다.자리를보존하고계신왕비의쾌차를빌기위해서는어쩔수가없구나.”
모단은그일이얼마나위험한일인지알고있었다.신라의풍속을따르는자는국법으로처형하라는왕의명령이있었기때문이었다.그동안법을어겼다는죄목으로신라에서온많은이들이목숨을잃었다.
-p.14~15,‘토령,흙으로빚은방울’중에서

“달아,세상에허투루피는꽃은없단다.어미는세상에태어나네아버지를만나좋았고너를수태하고낳아기르는동안행복했으니지금죽어도여한이없다.그렇지만정견모주님께서우리달이를세상에내어놓은데는분명큰이유가있을것이다.부디제몫을다하며살아다오.”
모단은무릎을꿇고떨리는손으로달이의얼굴을쓰다듬었다.
“헛소리는집어치우고죄인은순순히따르라!”
쇠로만든칼과도끼를찬병사들이모단을거칠게포승줄로묶었다.
“아버지!저사람들이어머니를데리고가려고해요.아버지가좀막아주세요!”
다급한달이의목소리가끝나기도전에연조가병사들에게달려들었다.그러나곧병사의칼날이그의목을겨누었다.
“여보!안돼요.달아,아버지에게서떨어지지말고그냥있어!어미를따라오면절대안돼!”
끌려가면서도모단은남편과딸을걱정했다.연조는달이가본얼굴중가장슬픈얼굴로,쓰러지듯딸을끌어안았다.연조의눈물이달이의통통한한쪽볼을적셨다.병사들의발자국소리가멀리사라질때까지연조는달이를안고놓지않았다.
-p.21~22,‘신라인신녀’중에서

손에든방울을내려다보았다.따스한시절어머니가만들어준것이었다.모단이죽고석달이나지난후에야연조는그것들을가마에넣고불을지폈다.그리고잘구워진토령과토우들을아내의체취가남아있는신당에가져다두었다.달이는토령을만지지않았다.아물고있던마음의상처가덧나는게두려웠다.
마치처음본물건이라도되는듯토령을감싸쥐었다.그순간뭔가번쩍하고불빛이일었다.그렇지만푸른불빛은금세사라져버렸다.달이는이상하다는듯고개를갸웃했다.
-p.35~36,‘풀수없는실타래’중에서

“아저씨,지난밤에임금님께서돌아가셨어요.”
연조와달이는놀라서얼굴을마주보았다.
“결국그리되었구나.큰일이다.나라에큰슬픔이닥쳤어.”
연조는궁을향해무릎을꿇고절을두번했다.돌아가신임금에게바치는인사였다.
“시종장께서장례준비를맡으셨어요.장례식은구일장으로모실것입니다.장례식에쓸그릇을준비하라는명을전달하러왔습니다.시간이촉박하니서둘러야겠어요.”
반야는커다란그릇과제사용그릇들을주문했다.큰그릇에는임금이다른세상에가져갈쌀을담을것이라고했다.
-p.54~55,‘임금님가시는그곳’중에서

그때였다.횃불을든대여섯명의남자들이마당으로들어섰다.웅성거리는소리에연조의얼굴이새파랗게질렸다.
“토기장이의딸,달이는명을받들라!”
가슴이덜컥내려앉았다.두려운마음에온몸이떨리기시작했다.
“다,달이라고요?제가아니고요?안됩니다.달이는아직어린아이입니다.”
연조가넋이나간얼굴로애원했다.달이는제사장이전하는명을받기위해무릎을꿇었다.
“토기장이의딸을선택하였노라.선왕께서베풀어주신은혜를기쁘게따르라.명을받들지않거나도망을치는불상사가생기면남아있는아비의목숨도부지하기어려울것이다.”
-p.64,‘길고도모진밤’중에서

“우리나라는순장을하고있지요.왕실로보아서는강력한왕권을세우는데훌륭한수단이긴합니다.그렇지만다른나라에서는이미폐지된풍습입니다.멀쩡히살아있는목숨을죽여장례를치른다는것은몹시잔혹한일이기때문입니다.”
태자는반야의말을묵묵히듣고있었다.
“신라국에서는토,토우라는것을무덤에넣는다고해,했어요.”
반야의말에용기를얻은달이가주저하며말했다.
“토우?”
“사람의모습이나동물,집등을흙으로빚어서구운것입니다.”
달이를대신해서반야가대답했다.
“듣고보니어머님도그런말씀을한적이있다.불교에서는자비심을가르친다지?”
-p.64,‘길고도모진밤’중에서

“썩은가지는쳐내는겁니다.그래야우리왕실을지키고대가야의영광을이어나갈수가있어요!”
대비는위엄을지키려는듯턱을치켜들고매섭게주변을살폈다.
“그래서순장을반대했던저대신,반야를죽이려는겁니까?”
태자는복잡한표정으로사람들속에있는반야를가리켰다.
“그건저자가청한일입니다.불순한생각을한태자를지키려는충정을내가무슨수로막겠습니까?무엇들하느냐?처단하지않고!”
-p.100,‘장례식전날밤의장례식’중에서

‘정견모주님,정말저세상이있나요?그곳에가면어머니를만날수있나요?어머니는제가세상에태어난이유가있을거라고하셨는데그동안저는무슨일을했을까요?’
달이는눈을감고토령을손에꼭쥐었다.그런데이상한일이었다.방울에서느껴지는따뜻한기운이온몸으로퍼져나갔다.
어머니의손을잡은것만같았다.정견모주의따사로운눈빛을받은듯했다.두려움이사라지고마음이편안해졌다.그리고무엇에홀린것처럼벅차올랐다.주체할수없는기운에몸이통통튀어올랐다.
갑자기달리기시작했다.능선위의모든이들이깜짝놀랐다.능선을내려가려던대비와태자앞에가서섰다.
“이,이런무엄한것을보았나?예가어디라고?”
대비가서슬퍼렇게고함을쳤다.
“언젠가제어머니가말했죠.세상에허투루피는꽃은없다고요.그러니저도,세상에태어난이유가분명하나쯤은있을거예요.그건아마도이런게아닐까요?죽음을기다리는저불쌍한사람들이하지못한말이요.저는그말을하고싶어요.살고싶어요!돌아가신임금님의새나라에는가고싶지않아요!”
어디서그런용기가났는지모를일이었다.또박또박말을하는순간무거운짐을벗어던진듯한없이마음이가벼웠다.
“뭐,뭐라는것이냐?이,이어린것이감히!”
대비는뜻밖의상황에당황한듯말을쉽게꺼내지못하였다.태자도놀라긴마찬가지였다.
-p.106~107,‘대가야의달빛소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