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서면 / 일상 / 겨울나기 / 평등하고 평온하게 / 쪽문 / 옷 정리 / 너무 좋은 시절의 교훈 / 1+1 / 손톱 / 손톱 2 / 좋은 시절 / 좋은 시절 2 / 좋은 시절의 신문 / 나이를 먹는다는 것 / 아틀라스 산맥의 당나귀 / 그물의 코
2부 사랑이 익는 것도 같다
늦누에 / 가장 기본적인 / 나락에 떨어지다 / 여행 끝내기 / 미술관에서 길을 잃다 / 새벽 전화 / 봄바람 / 눈으로 덮인 세상 / 긴 바지를 자르지 않고 입다 / 단상 / 사막 풍경 / 연애 / 간절하게 / 사랑이 익는 것도 같다 / 결혼 / 바나나가 준 깨달음
3부 너무 시시한 것은 싫었다
배롱나무꽃 / 잡초 / 달맞이꽃 / 매화 / 님과 같은 봄 / 꽃이 핀다 / 복숭아꽃 / 허물어진 찬란한 그때 / 폭풍이 몰아치는 날의 꽃자리 / 12月 어느 아침 / 여기 꽃이 피었던 자리에 / 가장 기본적인 2 / 분재 / 나비 / 능소화 / 파초
4부 신발 끈을 묶지도 못하고
우리 집 뒤뜰의 검은색 고양이 / 파도 / 등 굽은 할머니처럼 / 바닷가 작은 무덤 / 비를 피한다 / 노래 / 만선의 깃발은 찢기고 / 낙동강 / 신발 끈을 묶지도 못하고 / 주운 돈 / 노을 / 나이가 든다는 것은 / 다 떨어진 마누라 속옷을 개키며 / 기적 / 단풍이 드는구나
세찬 장대비에 조릿대는 우리의 허약하고 하찮은 일상처럼 사각거린다. 폭풍우가 지나는 바다의 장엄함을 넋 놓고 바라만 보다 금은빛 꿈을 건져 올리던 시절을 떠올린다. 너무 시시한 것은 싫었으나 비바람을 온실에 가둘 수는 없었다. 그저 묵묵히 눈빛과 숨결조차 흩트리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릴 일이다.
시인은 많은 시에서 지나온 오랜 세월을 암시하고 있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노쇠하지 않았다. 봄바람을 찍기 위해 “아지랑이도 놀라지 않도록” 기다릴 줄 알고, “봄바람을 그물로 건져” 올릴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찍힌 사진에서 봄바람을 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너머의 존재를 품어야 하며, 그것을 언어로 쓸 수 있는 자가 시인”이라는 천영애 시인의 말처럼 박세호 시인은 봄바람 그 너머를 품는다.
천영애 시인은 발문에서 박세호 시인의 시를 ‘간결한 형태, 정결한 언어’로 정리한다. 잘 다듬어진 언어는 여백으로 정돈되어 덜어낼 부분이 없다. 서정시가 죽은 시대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달려온 나날에서 찾아낸 서정을 낱낱이 담아낸 시집이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일지라도 용기와 힘을 주고, 삶을 너무 시시하지만은 않게 만든다. “온갖 일들이 썩고 쌓여도/ 일상은 물처럼 흐르고// 그런 채로 또 한가득/ 신문처럼 놀라운 것들이” 배달되어 아침이 된다.
너무 시시한 것은 싫었다 (박세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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