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목 붉은 열매

마가목 붉은 열매

$14.60
Description
나무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현존할 뿐이다
다만, 나무 앞에 서 있는 사람만이
지난 시절을 돌아볼 뿐
권효진 작가는 《한국소설》에 단편소설 「사냥의 추억」으로 등단하였다. 소설집과 산문집, 시집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마가목 붉은 열매』는 2022년 출간한 『카덴자의 노래』 이후 두 번째 시집이자 산문시집으로 작가의 주된 화두인 사랑과 평화, 깨달음을 말하는 동시에 시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 있다. 자연 속에서 깨달은 것, 현존과 사랑, 시에 대한 이해 등을 소재 삼아 산문시로 표현하였다.

‘나무가 거기에 서 있는 이유’는 나무 앞에 서 있는 나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땅속 고구마와 땅콩에서 시작된 사색은 버드나무숲에 사는 바람을 지나 우주로 이어진다. ‘다시 태어나는 순간’은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은 순간에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다.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시와 만나는 순간을 통해 이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영혼의 이름’은 육신의 이름과 같지 않다. 태곳적부터 있던, 영혼이 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름이다. 잊어버린 이름을 찾기 위해 떠난 길은 여행보다 삶과 닮았다.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작가는 어미새에게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너와 아이에게서, 마주 보고 있는 자신에게서 사랑을 본다.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해 주고, 누군가의 아픔을 치유해 주고자 하는 작가의 섬세한 감정이 느껴진다.

우리가 고요하게 숨 쉬는 그 순간의 평화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우리가 눈을 감고 있을 때 느끼는 그 안온함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순간의 기쁨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그 모든 순간의 고요와 안온과 사랑의 기쁨이/ 서로 어울려 영원한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길을 찾을 수 없을 때 집 근처 동산에 오른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마가목을 보고 돌아오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뿌리내릴 마음이 생긴다. 일 년 내내 하늘을 우러르며 하늘 한가운데 빛나는 보석 같은 붉은 열매를 매단 마가목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제 모습을 드러내며 서 있을 뿐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마가목 붉은 열매는 오늘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만드는 존재다.
저자

권효진

저자:권효진
2017년《한국소설》에단편소설「사냥의추억」으로등단
2020년소설집『좀마삭에대한참회』
2022년시집『카덴자의노래』
2023년산문집『오직사랑만이희망이다』출간

목차


1부_나무가거기에서있는이유
고구마/예쁜고구마/행복한고구마/땅콩/마가목·1/마가목·2/마가목·3/마가목붉은열매/나무가거기에서있는이유/버드나무숲에사는바람/산딸나무아래에서/산딸나무아래흰고양이/은사시나무의비밀/내머리위에앉은잠자리/조각보를만들며/지금우주에서는무슨일이벌어지나

2부_다시태어나는순간
하모니카를잘부는여인/그림자놀이/도시락가방/보퉁이와모퉁이/내게온구름/구름은어디로가는가/강물예찬/하나의강/꽃바구니/피리부는소년이야기/詩에대한이해/날개/지독하게미운사람/우주의별만큼많은詩/다시태어나는순간/곱게물들어야하는데/구월아침안개에게

3부_영혼의이름
누가물으면/사막을걷는사람/한번도가본적없는그곳/꺼지지않는등불/유아독존唯我獨尊/색심불이色心不二/사마리아여인/골고다언덕의예수/한순간도멈추지않는/꽃으로피어나는말/버려야할것들/냇가에가보아라/보헤미안의침묵/영혼의이름

4부_영원한평화를위하여
우리같이/내가너를바라보듯이/네가내게말을걸어올때/너는오직기쁨이다/네가바로사랑이다/네가바로등불이다/어디를가든오직하나의태양이세상을비추듯이/둥지를지키는어미새의하루/온기溫氣/보듬어주는사람/마주보는사람/앞서가는사람/아버지의마음/창가에놓인모과/영원한평화를위하여/보은報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