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주영욱
1955년 경북 청송 출생.
1976년 《시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마른 풀』, 『동박새 생각』, 『가끔은』, 『네 생각이 났다』, 시문선 『그 겨울의 하늘수박』, 산문집 『그리움 속으로 걸어가다』, 『솔바람 속을 걷다』 등이 있다.
주영욱 시인의 시집 『갈맷빛 그리움』은 유년의 기억과 지나간 사랑, 자연과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따뜻한 서정으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상기도 부끄러이’, ‘옥피리 소리 간 곳 없고’, ‘가죽나무 긴 가지에’, ‘노을 한 자락 얹어두고’ 4부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67편의 시와 산문 「그리움, 내 시의 샘」을 수록하고 있다.
시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그 겨울의 하늘수박」 연작에는 젊은 날의 사랑과 추억이, 「층층나무」에는 아련한 유년의 기억이 담겨 있다. 간이역의 쓸쓸한 풍경을 통해 기다림과 그리움을 노래하며, 평범한 일상과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기쁨을 보여 준다.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교직 생활을 거쳐 안동에 정착한 시인에게 산과 강, 숲과 마을은 삶의 터전이자 시적 상상력의 원천이다. 안동과 경북 지역의 자연과 풍경은 그의 시에서 기억과 정서가 깃든 서정적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시인은 산문 「그리움, 내 시의 샘」에서 시 쓰기를 오랜 시간의 숙성에 비유한다. 한 알의 과일이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가을볕에 단맛을 얻듯, 시 역시 충분한 기다림과 사유를 거쳐 깊은 울림을 얻는다는 것이다.
『갈맷빛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을 향한 그리움을 오늘의 사랑과 감사로 이어 가는 시집이다. 오래된 기억과 소박한 삶의 풍경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안과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책 속에서
노을을 보고 할아버지 시인은 “하늘 어디선가 불새 한 마리 날아와 어둠의 휘장을 쪼아먹고 있다” 라고 썼는데
네 살배기 손녀는 “해님이 사랑하다가 부끄러워 빨개진 거야” 라고 말했다 -p. 29, ‘노을을 보는 두 관점’
창문 너머 환하던 봄 연둣빛 보송한 새잎 돋더니
초록 비 내리던 어느 여름날 숲은 진종일 갈맷빛 꿈을 꾸더니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온몸 불태우던 가을을 지나
마침내 오늘 명상에 들었다
가진 것 훌훌 털어버리고 맨몸 거뭇하게 드러내고서 -p. 43, ‘겨울 숲은’
이쯤에서 우리 그리운 마음은 그리움으로 보고 싶은 마음은 마음속에 남겨두자
이제 너를 만나려 하지 않는 것은 그대와 나 사이 아득한 거리에 저리도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저만치 나무숲 사이로 맑고 푸른 바람이 흘러가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새 저들처럼
한때 우리, 지나가는 바람이었으리 생각하면 가을 하늘 같은 그대 그리움으로 남겨두자 이쯤에서 우리 사랑은 -p. 76, ‘바람이었으리’
산마을을 간다 낮은 하늘은 풀빛으로 어리고 앞서 걷는 그대 그림자 어둠에 기우뚱 흔들린다
가는 길에 풀꽃 하나 따 머리에 꽂는다 무엇인가 처량하게 풀벌레 운다
밤새 그대 마을은 서성이고 먼 데 깜박이며 조는 불빛 속 그대 닮은 아이 하나 밤에 산마을을 간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 우는 밤마다 풀꽃 시들고 밤마다 밤마다 풀꽃 시들고
그대 닮은 아이 하나 밤에 잠들어 산마을을 간다 -p. 96, ‘산마을을 간다’
시에 빠져 열병을 앓던 젊은 날, ‘시인’이라는 이름은 내겐 밤하늘의 별과 같았다. 무엇 때문에 쓰는가?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쓰지 않을 수 없는 절실함 때문인가? 나에게 시 쓰기는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지난하지만 행복한 작업이다. 좋은 시 한 줄을 얻기 위해 온밤을 지새울 때가 있다. -p. 115, ‘시인의 산문_그리움, 내 시의 샘’
갈맷빛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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