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넝쿨장미와 늙은 개 그리고
내 소설의 시작은 붉은 넝쿨장미가 낡은 담벼락을 화사하게 덮은 유월의 어느 때부터이다. 장미가 그 잎을 미처 감추지 못하고 흐드러지게 피어서는 툭- 툭- 떨어지는데 그 그늘 아래 까무룩 졸고 있는 늙은 개 머리 위에 꽃잎들이 내려앉는 모습을 나는 넋 놓고 보고 있었다. 집 담장 밖으로 냄새나는 복개천이 흐르는 자취집 쪽마루에 앉아 열두 살의 내가 내일 일을 걱정하며 바라본 하늘에 누런 개털이 부유하며 떠다녔다. 늙은 개는 그 큰 몸을 한 번씩 털 때마다 엄청난 털을 흩날렸는데 ‘저놈의 개새끼를 총으로 탕 쏴 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개 오줌 냄새와 누런 털이 내 인생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것 같았다. 이대로 푸욱 땅속으로 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장미가 넝쿨 속에서 불타고 있었다.
넝쿨장미와 늙은개 그리고 (김찬숙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