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국에는 언제 처음 커피가 등장했을까? 그동안은 1896년 고종이 마신 커피가 한국 최초의 커피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한국에서 활동했던 베르뇌 신부가 작성한 서한에 따르면, 커피의 한반도 상륙은 이미 최소 1861년에 이루어졌다. 이는 기존의 정설보다 커피의 한국 유입 시기를 35년 앞당기는 기록이다. 이후 커피는 1884년 조선 상류층에서 ‘최신 유행품’이 되었다. 커피는 외래문화로서 조선에 전래되었지만 식후에 숭늉과 차를 마시던 한국의 음용문화와 맞아떨어져 결국 한국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한국 커피사에서 1945년 광복과 1950년 전쟁 시기에 미군에게서 유입된 인스턴트커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공화국이 근대사회에서 신분제의 봉건국가를 무너트리고 등장함으로써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권리를 부여했다면, 인스턴트커피는 가히 1970년대 한국을 커피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인스턴트커피는 특정 인구만 즐기던 커피 문화를 대중화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원두커피 열풍이 불면서 인스턴트커피의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저가 커피 향유도 사그라들었다. 현재 한국사회의 커피 소비는 원두커피를 중심으로 한 커피 전문점의 활성화, 기존 인스턴트커피의 고급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커피문화의 고급화는 일상생활의 미학화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도 했지만, 여기에 진입할 비용이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문화적 구별 짓기와 과시, 차별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오늘날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한국 사회를 읽는 하나의 지표이자 키워드가 되었다. 커피는 한국사의 흐름과 맞물려 한국사회의 변화를 드러내는 창이 되기도 하고,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커피가 한국에 전래하여 한국인의 삶에 녹아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커피가 현대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인 젠더, 다문화, 인권 유린 등과 연결되어 어떻게 사회 모습을 투영하는지 추적하였다.
한국의 커피 수용과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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