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사와 18세기 한중 문화교류

연행사와 18세기 한중 문화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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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연행록에 담긴 문물과 사상의 국제 교류 현장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주변국의 외교 관계는 화이(華夷) 질서에 입각한 조공 체제를 따랐다. 조공의 절차는 대개 사신 일행이 황제가 있는 중국 수도에 가서 외교 문서와 조공품을 바치고, 황제가 주관하는 주요 행사에 참여하여, 답장과 답례품을 받아서 귀국하는 것이었다. 조선 후기 정기적인 사행은 동지를 전후하여 파견하는 동지사였으며, 이 밖에 외교적인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신단을 파견했다. 연행 사절의 규모는 적게는 250여 명부터 많게는 500여 명에 이르렀다. 대규모 인원이 매년 4~6개월에 걸쳐 한양에서 북경에 이르는 먼 길을 왕복했는데, 18세기의 연행 노정은 1780년에 박지원, 1790년에 서호수 일행이 열하로 간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북경이 목적지였고 경로도 동일했다.

연행사는 압록강을 건너 봉황성 책문에서 입국 절차를 거치고 심양과 산해관을 지나 북경에 이르는 동안 연로 곳곳에서 중국 문사를 만났다. 매년 같은 노정을 반복하여 왕래함에 따라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었고, 그 지역을 지날 때면 그곳을 대표하는 중국 문사를 만나 교유했다. 연행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삼사(三使)와 자제군관(子弟軍官)은 당대의 대표적인 문사이며 대부분 연행록의 저자이기도 했다. 이들이 중국 문사와 나눈 필담은 대부분 시서화에 대한 것이었으나, 그 외에 과거제도, 한중 복식의 차이점, 신간 서적, 주자학과 양명학, 청조의 금서 정책 등도 화제로 등장한다. 역관·의원·마두(馬頭) 등은 연행에 수차례 이상 지속적으로 참여한 당대의 ‘중국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행록에 단편적으로만 등장하는 정보를 보충하기 위해 저자는 각종 문집과 사서, 필기류 저작 등의 기록을 참고하여 한중 문화교류에서 이들이 수행한 역할과 활동 양상을 추적하였다. 연행 노정에서 접한 중국의 각종 문물·고적 체험과 문화교류 양상을 책문, 동팔참, 심양, 요동벌, 산해관, 계주, 북경, 열하의 8개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아울러 중국의 연희(演戲)와 음식 체험, 연행에 반드시 지참했던 한지·청심환·부채 등의 물품을 매개로 한 한중 문화교류의 현장을 그려보았다.
저자

신익철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한국한문학전공교수.
성균관대학교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태동고전연구소에서한학을수학하였다.한국한시및산문이지닌아름다움과가치를해명하는작업에주력해왔으며,많은고전번역서를펴냈다.조선시대사행기록인연행록에도관심을가지고꾸준히연구하고있다.저서로『유몽인문학연구』,『연행사와북경천주당』,『조선의매화시를읽다』,『옛선비의풍류놀이와유산문화』,공저로『여암신경준연구』등이있다.역서로『나홀로가는길』,『연사일록』,『역주소파여사시집』,공역서로『어우야담』,『교감역주송천필담』,『조희룡전집』,『역주이옥전집』,『변영만전집』,『일암연기』,『수기』,『수향편』,『영재유득공의영재집』,『역주양도팔도민은시』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장조선시대중국사행의성격과18세기연행록개관
1.중국사행의성격과연행록의가치
2.18세기연행록개관
2장삼사와자제군관의문예교류와천주당방문
1.중국문인과의교유양상
2.북경천주당방문과세계인식의확장
3장역관·의원·마두등의활동과중국체험
1.역관의중국체험과문화교류
2.의원의활동과중국문물접촉
3.한중문화교류의숨은조력자,마두·통관·갑군
4장연행여정에서문물·고적체험과문화교류
1.연행노정에서문물·고적체험
2.중국연희·음식체험과문화교류
3.연행의인정물품을통해본문화교류의풍경
5장한중문화교류에서18세기연행의의의
1.연행의전통과18세기한중문화교류양상
2.18세기연행의의의

출판사 서평

북벌론에서북학론으로,세계인식의대전환을가져온18세기연행

18세기청은현재의중국보다넓은영토를개척하며최고의번영을구가했다.같은시기조선도‘조선의르네상스’라불리는문화적부흥기를이루었다.이러한시대분위기속에서양국간의문화교류는활발하고다채롭게전개되었으며,연행을통한교류가그중심에있었다.가장뛰어난연행록으로인정받는김창업의『연행일기』,이기지의『일암연기』,홍대용의『연기』,박지원의『열하일기』등이모두이시기에저술된것은결코우연으로볼수없다.

한양에서북경에이르는여정에서조선외교사절이보고듣고경험한다양한문물,제도,교류의기록을담은연행록은국내외현실에구현된제반문화현상과사상동향,조선너머의세계를경험한조선지식인의의식변화를심도있게보여준다.청나라의선진문물을접한연행사는조선의낙후된현실을통감하며소중화의식을떨쳐냈다.만주족이라도선진문명을건설했다면중화의지위를차지하는것이정당하다는인식이생겨나면서북벌의논리가북학론으로전환된것이다.한편북경천주당을중심으로이루어진조선과서구문명의만남도18세기연행록에집중적으로나타난다.서양의학술사상과과학문명에깊은관심을보였던연행사들을통해수입된서학관련서적은조선의세계인식확장과실학사상형성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