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시작하는 30일 주역 (주역이 처음인 당신을 위한 안내서)

마흔에 시작하는 30일 주역 (주역이 처음인 당신을 위한 안내서)

$17.00
Description
변화 속에서 길을 찾고,
잃어버린 것들을 사랑할 용기를 주는
삶의 지침서

황홀과 황폐 사이, 그리고 그 너머
3,000년 전 대륙의 혼란 속에서 탄생한 주역. 젊은 날 저자가 만난 그 세계는 "황홀하고 황폐한" 것이었지만, 늦가을 국화 같은 나이에 다시 만난 주역은 달랐다. 어지럽게 흩날리던 예언들 사이로 유장한 흐름이 보였고, 낙관도 비관도 초탈한 삶의 지향이 드러났다.
이 책은 30일간의 여정을 통해 상투적인 고풍과 현학으로 오염된 주역을 씻어내고, 그 살아있는 목소리를 되살린다. 저자는 '주역을 믿어선 안 되는 이유'와 '주역이 아름다운 이유'를 나란히 제시하며 양가적 태도를 드러낸다. 서로를 비난하고 할퀴는 경과 전, 미완성으로 끝맺는 설정-이 모든 허점들이 역설적으로 주역을 아름답게 만든다.
"흔들린다, 무너지지 않는다 / 바라본다, 흘려보낸다 / 큰일은 잊는다, 작은 일을 행한다." 흔들림을 인정하되 무너지지 않고, 바라보되 붙들지 않으며,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는 것. 마지막 화수미제 괘가 말하듯, 완결은 정체이고 미완은 가능성이다.
이 책은 주역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삶의 입문서다. 64괘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화해하는 법을 배운다. 주역이 처음부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단순했다. 걱정 말라고. 당신은 이미 충분하다고.
저자

이지형

저자:이지형
주역은험준한산이어서미로를지난이들에게만진경을펼친다.하지만미로와진경이따로일까.산에선꽃핀자리,꽃진자리모두아름답다.중중첩첩한주역에길을내려고오랫동안고심했다.《강호인문학》,《꼬마달마의마음수업》,《저산은내게》를썼다.학술지〈스켑틱〉에「음양오행이라는거대한농담,위험한농담」(6호),「주역을믿어선안되는7가지이유」(20호)를게재하며논란을일으켰다.〈조선일보〉에서학술기자로일했다.서울대학교에서경영학,미학을공부했다.

목차

프롤로그황홀한,황폐한

1부│흔들린다,무너지지않는다

첫째날주역을한마디로정리해달라?/둘째날흔들린다,무너지지않는다/셋째날세상사복잡해도/넷째날붉은노을의추억/다섯째날흩어지고버려진것들을사랑하다

2부│별자리는아름다울뿐아니라

여섯째날세상은끊임없이암시를건네고/일곱째날내가찾지않으면그가나를/여덟째날한자,성경,벽암록소각사건,혜능/아홉째날허황한풍경앞에서숭고하게/열째날별자리뒤에감춰진비밀

3부│바람으로세상을떠돌지라도

열한째날아름답기를쓸모없기를/열두째날무너지리라무탈하리라/열셋째날생각에사악함이없다/열넷째날후회는사라진다/열다섯째날영원회귀,니체,앤디워홀

4부│반전과역설을꿈꾸는삶

열여섯째날숨는다/열일곱째날불화로가득한이세상에서/열여덟째날은밀하게,과감하게/열아홉째날어느날문득,지상의풍경들/스무째날사대난괘또는사막을건너는법

5부│돌이킬수있다

스물한째날가을이오고또수많은일들이/스물두째날바람이전하는말/스물셋째날현명한제약이우리를자유롭게한다/스물넷째날어린여우가강을건너려는데/스물다섯째날우리의강박을허물다

6부│걱정하지않는다

스물여섯째날열개의날개/스물일곱째날계사전또는최종이론의꿈/스물여덟째날한양성곽길을산책하다가/스물아홉째날주역은어디쯤있나?/서른째날걱정말아요,그대!

부록64괘요약

출판사 서평

황홀과황폐사이,그리고그너머

늦가을,거리에황금빛낙엽이지던날이었다.누군가저자에게물었다.“그래서주역을한마디로정리하면뭡니까?”설악산을한마디로요약할수없듯,중중첩첩쌓인주역을단한문장에담는것은불가능하다.그러나저자는고민끝에한문장을꺼내들기로결심한다.“주역은불안을치유하는책이다.”젊은날,저자가처음주역을만났을때그것은“황홀하고황폐한”세계였다.64괘의질서는투명하고정갈했다.삶의무질서를바로잡아줄것만같았다.그러나몰입할수록다른속내가드러났다.2,000~3,000년전대륙의혼란과불안이텍스트전체에스며들어있었고,행간에는황폐함이가득했다.늦가을국화같은나이에다시만난주역은달랐다.어지럽게흩날리던예언들사이로유장한흐름이드러났다.변화에대한갈망,낙관도비관도초탈한삶의지향이보였다.이책은그러한재회의기록이다.30일간의여정동안,저자는상투적인고풍과현학으로오염된주역을씻어내고,주역의살아있는목소리를되살린다.

믿어선안되는,그러나사무치게아름다운책

흥미롭게도이책은주역에대한양가적태도를솔직하게드러낸다(278~293쪽).저자는학술지〈스켑틱〉에‘주역을믿어선안되는7가지이유’를게재한바있다.그런데이책의말미에는‘주역을믿어선안되는7가지이유’와‘주역이아름다운7가지이유’가나란히배치되어있다.‘주역을믿어선안되는’이유들을보자.서로를비난하고할퀴는경(經)과전(傳),주역텍스트가‘봉합’이라는사실,주역의세계에바다가없다는점,주역이지고지순한연역의체계가아니라는점,미완성으로끝맺는다는설정의허구,임의적인64괘의배열,음양이과연우주적진리인가하는의문.저자는주역의허점을숨기지않는다.

그러나바로그허점들이주역을아름답게만든다.‘주역이아름다운’이유들은이렇다.중중첩첩,세월을쌓아만든텍스트,낮과밤의흐름만으로온세상을품는절묘함,우환의끝에서‘걱정하지않는다’는낙관의선언,‘중심’을배제하는방랑적사유,직선적세계관에맞서는‘영원회귀’의발상,광막한우주에너와나를던져놓는신비,버려진메시지들로만들어낸또하나의우주.저자는말한다.주역은‘봉합’이다.서로다른시대,서로다른사람들의생각이한데모인텍스트다.경과전은서로를비난하고할퀸다.64괘의배열은무질서에가깝다.그러나바로그불완전함이주역을살아있게만든다.완벽하게체계화된이론이아니라,삶의복잡함과모순을있는그대로담고있기때문이다.특히‘중심을배제하는방랑적사유’라는표현이인상적이다.저자는들뢰즈의‘리좀(rhizome)’개념을빌려주역을설명한다.나무처럼중심을지탱하는구조가아니라,땅속줄기처럼정처없이헤매는구조.64괘와384개의효가어디에도기대지않고자신의존재를드러내는주역의모습이바로그렇다.

느낌으로돌아가기

31번째택산함(澤山咸)괘를펼칠때,만나는것은추상적개념이아니다.“엄지발가락으로느낀다,장딴지로느낀다,허벅지로느낀다.”온몸으로감각하는세계가펼쳐진다.데카르트가“나는생각한다,그래서나는존재한다”라고선언한이래,우리는오래머리로만살아왔다.주역은그이성의독재에서우리를해방시킨다.느낌으로돌아가라고,정서에귀기울이라고말한다.32번째뇌풍항(雷風恒)괘에서발견하는두글자가인상적이다.‘회망(悔亡)’.후회가사라진다.후회는세상을내틀에맞추려할때,지나간시간을붙들어놓으려할때생긴다.저자는선시를인용한다.“종일토록봄을찾아다녔지만봄을보지못했네/돌아와웃으며매화향기를맡으니/봄은가지끝에이미무르익었어라.”진리는멀리있지않다.지금선자리에서사방을둘러보기만해도세상돌아가는법은드러난다.

변화속에서길을찾다

이책의중심에는‘변화’라는주제가자리한다.프롤로그에제시된세문장이이를압축한다.“흔들린다,무너지지않는다/바라본다,흘려보낸다/큰일은잊는다,작은일을행한다.”흔들림을인정하되무너지지않는것.바라보되붙들지않고흘려보내는것.거창한목표대신지금할수있는작은일을하는것.마지막64번째괘,화수미제(火水未濟)의해석이특히인상적이다.강을건너지못했다.어린여우가강을막건너려는데그만꼬리를적시고말았다.실패일까?저자는말한다.완결은정체이고,미완은미래를위한결여라고.아직끝나지않았다는것은절망이아니라가능성이다.주역이의도적으로완성의괘가아닌미완성의괘로끝나는이유가여기있다.삶은결코완성되지않는다.우리는모두강을건너는중이고,때로꼬리를적시고,다시시작한다.이것이저자가말하는‘영원회귀’의발상이다.직선적세계관,시작과끝이분명한세계관이아니라,끊임없이돌고도는순환의세계관.

일상의언어로만나는64괘

이책의미덕은주역을일상의언어로번역한다는점이다.산택손(山澤損)괘는덜어내는괘다.덜어내다보면어느순간내게더해진다.풍뢰익(風雷益)괘는보태는괘다.그런데나말고남에게보태라한다.수풍정(水風井)괘에서는늘한자리를지키는우물의미덕을배운다.풍택중부(風澤中孚)괘에서는두터운믿음을만난다.주역은약속한다.“당신과오래도록좋은술을마시리라.”저자는니체의영원회귀,앤디워홀의반복이미지,선불교의화두등동서양의사상을주역과연결하면서도결코현학적이지않다.한양성곽길산책,붉은노을,매화향기같은일상의풍경들을통해주역의가르침을체화한다.

걱정하지않는삶

저자가궁극적으로전하고자하는메시지는명확하다.서른째날,마지막장의제목이이를말해준다.“걱정말아요,그대!”주역이불안을치유하는책이라는첫명제로돌아온다.우환의끝에서낙관을외치는것.이것이주역이아름다운이유다.2,000~3,000년전대륙의혼란과불안속에서만들어진주역은,그모든걱정과근심을거쳐마침내‘걱정하지않는다’는선언에이른다.그것은무책임한낙관이아니다.변화를받아들이고,집착을내려놓고,느낌에충실하며,작은일을성실히행한끝에도달하는자유다.

저녁바다는저물면서더욱빛난다

이책은마흔에주역공부를시작하려는이들을위한안내서지만,사실은나이와무관하다.변화앞에서길을잃었을때,불안이밀려올때,후회가발목을잡을때.이책은그런순간마다조용히손을내민다.저자가프롤로그에서약속한풍경이펼쳐진다.서편바다위로붉게타오르는노을.저녁바다는저물면서더욱빛난다.주역은삶이얼마나아름다운지보여준다.그것은완벽한삶이아니다.흔들리고,실패하고,꼬리를적시고,다시시작하는삶이다.30일간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3,000년전의목소리가지금여기를사는우리에게얼마나생생하게말을건네는지느끼게된다.황폐했던것들속에서황홀함을발견하게된다.이책은주역입문서이면서동시에삶의입문서다.고전을읽는것이아니라삶을읽는법을배운다.64괘를익히는것이아니라불안과화해하는법을배운다.그리고마침내알게된다.주역이처음부터전하고싶었던메시지는단순했다는것을.걱정말라고.당신은이미충분하다고.버려진메시지들로만들어진이불완전한우주가,광막한우주에던져진우리를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