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 어원으로 찾아낸 감각의 생물학

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 어원으로 찾아낸 감각의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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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용

저자:박재용
전업작가.항상근거를세우는일에집착하지만공부는할수록부족하고,세계는알수록모르겠다.과학에서시작해사회를보고,인간을만나는과정을글로엮는다.EBS다큐프라임〈생명,40억년의비밀〉시리즈의《멸종》,《짝짓기》,《경계》를집필했다.
그밖에도《궁금해!지구를살리는미래과학수업》,《요즘청소년을위한수학의결정적순간》,《여기는기상청!내일의날씨를알려드립니다》,《탄소중립으로지구를살리자고?》,《지속가능한세상을위한통계이야기》,《녹색성장말고기후정의》,《웰컴투사이언스월드》,《괴담으로과학하기》,《모든진화는공진화다》,《우리의미래를결정할과학4.0》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자연에대한호명
2장경계적생물
3장인간중심주의
4장생물이담긴곳,생태계
5장진화에대해
6장사랑의시작
7장사랑의확장
8장인간의진화
9장창발에대해
10장움벨트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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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경계와위계를허무는어원의생물학,그리고인간중심주의의탈피
우리가자연을부르고분류(taxonomy)하는방식안에는은연중에‘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라는색안경이깊게자리잡고있다.서구과학자들은수천년간현지인들이불러온이름대신,아프리카의바오밥나무에‘아단소니아(Adansonia)’라는프랑스학자의이름을붙였고,‘숲속의사람’이라는뜻의오랑우탄에게는‘작고왜소하다’는뜻의그리스어를붙여‘피그마에우스(pygmaeus)’라는학명을부여했다.
이책은고대그리스어와라틴어어원을통해우리가자연에부여한이름표뒤의권력과편견을날카롭게해체한다.나아가자연은인간이그어놓은선을결코존중하지않는다는사실을보여준다.
조류와균류가하나의몸을이루는지의류,수많은개충이역할에따라변태과정을멈춘채하나의군체(colony)로살아가는관해파리,알을낳는포유류오리너구리등무수한‘경계적생물’의존재는명확한분류라는것이인간의강박일뿐임을증명한다.생명의세계에서는대장균의하루가인간의2,000년역사와맞먹고,브리스틀콘소나무앞에서는인간의일생이찰나에불과하다.크기와시간에대한판단역시위계가아닌그저‘시점’의문제일뿐이다.

피에물든이빨과발톱너머,공진화(Coevolution)와연대(Solidarity)의생태계
생태계를흔히약육강식과적자생존이지배하는냉혹한전장으로묘사하지만,생명의지난한역사는치열한협력과공진화의연속이었다.보이지않는땅속에서는식물의뿌리와곰팡이(균근균)가서로균사를뻗어연결된거대한‘우드와이드웹(WoodWideWeb)’을형성한다.이들은가뭄에처한이웃식물에게양분을나눠주거나해충의위험신호를전달하며생태계를떠받친다.무화과와무화과말벌,유카와유카나방의사례처럼,서로가없으면번식조차불가능한‘의무적상호공생관계’는자연의다양성을폭발시킨가장위대한동력이되었다.
동물의세계에서도깊은연대와사랑의기원을발견할수있다.죽은우두머리의뼈곁을떠나지못하고만지며깊은슬픔을나누는코끼리의‘애도(mourning)’,다친동료를물위로밀어올려숨을쉬게돕는돌고래의‘연민(compassion)과연대(solidarity)’는눈물겹도록경이롭다.심지어생태계생물량의15%이상을차지하는눈에보이지않는곰팡이와세균등‘분해자(decomposer)’들조차죽은생명을다시흙과대기로돌려보냄으로써,죽음을새로운생명으로바꾸는자연만의숭고한애도를묵묵히수행하고있다.

부분의합보다거대한생명의마법,창발(Emergence)
이책은물리학과화학의분자단위만으로는온전히설명할수없는생명의신비를‘창발’이라는개념으로풀어낸다.물방울하나는천을적시지못하지만수십억개가모인강물은생태계를창조하듯,단순한세포들이모여심장과뇌를지닌‘개체’가되고,맹목적인개미수만마리가모여다리를놓고최적의먹이경로를찾아내는거대한‘집단지성’을발휘한다.
무엇보다인간역시척박한사바나초원으로내몰렸을때직립보행(bipedalism)을선택하고,두손으로불과도구를쥐며뇌용량을키운창발의산물이다.천적이없는환경에서서로협력하고유대하기위해공격성을낮추고얼굴형마저유순하게바꾼인류의‘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과정은,생명이물리적환경을넘어서로간의관계를통해어떻게새로운차원으로도약하는지생생하게보여준다.

각자의감각이지배하는고유한세계,움벨트(Umwelt)
독일어로‘주변세계’를뜻하는움벨트는각생물이자신만의고유한감각기관을통해경험하는주관적인세계를의미한다.캄캄한숲속,야행성인올빼미원숭이는색깔을버린대신명암으로만이루어진고해상도의흑백시각에의지한다.박쥐는자신이발사한초음파가반사되어돌아오는시간과파장으로나무의질감과나방의움직임까지파악하는정교한3차원입체지도를뇌속에그린다.
바닷속상어는모래에숨은가자미의심장박동이만들어내는10억분의1볼트의미세한전기장무늬를감지하며,방울뱀은온도의지도를보고,철새는지구자기장을도로표지판삼아수만킬로미터를비행한다.같은꽃을보더라도꿀벌은인간의눈에는보이지않는화려한자외선패턴을읽어낸다.
결국우리가굳게믿고있는‘동일한객관적세계’란우리의빈약한감각이만들어낸일종의착각일지모른다.무수히많은생명체가저마다의감각으로구축해낸낯설고도아름다운움벨트들을탐구하다보면,우리가은연중에쓰고있던인간중심주의의색안경이벗겨지는짜릿한지적쾌감을경험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