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집념 (이병주 소설)

우아한 집념 (이병주 소설)

$13.00
Description
노년의 이병주가 열정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으로 바라본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내면 풍경. 이병주 소설 《우아한 집념(執念)》은 법률적인 문제와의 조합을 다룬 「거년의 곡」, 시대사적인 환경 속의 개인사를 모티브로 한 「아무도 모르는 가을」, 그리고 작가정신의 근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우아한 집념」을 모은 책이다. 이 세 편의 소설은 모두 강고(强固)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병주도 60대가 되자 세상을 보다 유연하고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가 담긴 1980년대 초반 그의 소설들, 인본주의자의 눈으로 세상살이의 새로운 지혜와 남녀 간 사랑의 다양다기한 모습을 그려내는 작품들을 직접 만나보자.
저자

이병주

(那林李炳注)
1921년경남하동에서태어나일본메이지대학문예과에서수학했다.1944년대학재학중학병으로동원되어중국쑤저우에서지냈다.진주농과대학(현경상대)과해인대학(현경남대)에서영어,불어,철학을가르쳤고부산《국제신보》주필겸편집국장을역임했다.
1961년5·16이일어난지엿새만에〈조국은없고산하만있다〉는내용의논설을쓴이유로혁명재판소에서10년선고를받아2년7개월을복역했다.한국외국어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에서강의하다마흔네살늦깎이로작가의길에들어섰으며1992년지병으로타계할때까지한달평균200자원고지1,000여매분량을써내는초인적인집필로80여권의작품을남겼다.
1965년「소설·알렉산드리아」를《세대》에발표하며등단했고『관부연락선』,『지리산』,『산하』,『소설남로당』,『그해5월』로이어지는대하장편들은작가의문학적지향을보여준다.소설문학본연의서사를이상적으로구현하고역사에대한희망,인간에대한애정의시선으로깊은감동을자아내는작품들은세대를넘어주목받고있다.
1977년장편『낙엽』과중편「망명의늪」으로한국문학작가상과한국창작문학상을수상했으며,1984년장편『비창』으로한국펜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거년(去年)의곡(曲)
아무도모르는가을
우아한집념(執念)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열정적·운명론적사랑의정체
이병주소설《우아한집념(執念)》은법률적인문제와의조합을다룬「거년의곡」,시대사적인환경속의개인사를모티브로한「아무도모르는가을」,그리고작가정신의근본에대한문제제기를하는「우아한집념」을모은책이다.이세편의소설은모두강고(强固)하고열정적인사랑을주제로하고있다.
원래이병주의소설은자연히자신의실제적체험을바탕으로역사해석의빛깔을띨수밖에없었다.그러나그의60대곧1980년대로넘어서면,당대사회도안정국면으로접어들고그자신도작가로서의역할에익숙해졌으며세상을보다유연하고폭넓게바라보는시각을얻게되었다.그러한변화가담긴1980년대초반그의소설들,인본주의자의눈으로세상살이의새로운지혜와남녀간사랑의다양다기한모습을그려내는작품들을직접만나보자.

「거년의곡」,현실주의와이상주의의거리
“토론이끝난뒤어쩌다진옥희가이상형과단둘이남게되면‘현실제란놈,영리하기도하고좋은놈인데그속물근성엔딱질색이란말야.철저한현실주의자,타협주의자다.청년이벌써저런모양으로되어갖고장차어떻게할거란말인가.’하고개탄하는이샹형의말을듣게되었다.현실제는현실제대로진옥희에게말했다.‘나를현실주의자라고비난하지만현실을무시하고어디에생활이있겠어.현실을잘이용할수있는자만이이상을운운할수있는거야.현실을무시한이상주의자는결국패배할수밖에없어,현실주의자는법률을자기편으로할줄아는자다.”
이소설은197×년늦은여름의어느날,청평호에서발생한보트전복사고와그로인해한젊은남자가익사한이야기가외형적인얼개를이루고있다.죽은남자의이름은현실제이고함께보트를타고있던젊은여자는진옥희다.두사람은S대법과대학4학년재학중이며,현실제는재학중에고등고시사법과에합격한전도양양한수재다.진옥희또한4년간수석을해온재원이다.
나아가이름그대로이상주의를대표하는이상형과현실주의를상징하는현실제의대립까지더해진다.이렇게심화되는삼각관계는단순히진옥희가현실제를죽였느냐그렇지않느냐가쟁점이아니라,법률을매개로한이상주의와현실주의가어떤상관성과배타성을갖게되는가를탐색하려는작가의고민을보여준다.여기법률적계산보다더부드러우나더완강한이병주의인본주의,인간중심주의가숨어있는형국이다.

「아무도모르는가을」,인습의멍에와폐절의사랑
“드높고맑은가을하늘!효준이정성들여심고가꾼나무들이얘기를시작하려는참인지몰랐다.나는내생각을쫓기시작했다.직접내가들은것은아니지만‘왜내가무정부주의자가되려고하는지오빤정말모르겠어요?’‘왜내가좌익운동을하는지오빤정말모르겠어요?’하고울부짖는윤효숙의소리가귓전을울리기라도하는것같았다.”
이소설은제도의관습을넘어서지못하고좌절한슬픈사랑의이야기다.남자의이름은윤효준,여자의이름은윤효숙이다.이들은삼종간,곧8촌간이다.이두사람을관찰하고사건을설명하는화자‘나’는윤효준의친구이다.윤효숙의꿈은윤효준을통해‘나’에게전달되는데여의사에서무정부주의자로그리고좌익운동가로순차적인변화를보인다.
도저히이루어질수없는두사람의사랑을회상하며관찰자‘나’는이두사람을위해서가아니라,‘아무도모르는가을’을위해눈물을흘린다.꼭두사람의이야기만이아니라,우리의삶에개입하는불가항력적운명의이름을그렇게부른것이아니고무엇일까.

「우아한집념」,세속을넘는결곡한사랑의힘
“저이혜숙은이순간을얼마나고대해왔는지모릅니다.그러나전복수를하려는게아닙니다.선생님께인생을가르쳐드리려는것뿐입니다.제가만든스크랩을보셨지요?그것은선생님의문장이좋아서,또는선생님에게대한애착으로만들어진것이아닙니다.성실이어떤것이며,정성이어떤것인가를언젠가한번은선생님께보여드리기위해만들어진겁니다.”
이소설은밝고경쾌하고재미있다.마치한편의우화(偶話)를읽은것처럼후감이개운하다.소설의독자를쾌청하고후련한느낌으로인도하는것은,20여년전유현이생명의씨를뿌리고그경과를알지못하는이혜숙과한정숙모녀때문이다.이모녀가이십년세월을건너뛰어서유현을만날준비를한그과정은놀랍고도감동적이다.
소설의전개와결말은일반적인도덕률에비추어보면,상식의범주를벗어난이야기구성이다.그러나소설적담론으로이를축조했을때,그리고작가의감옥체험등실제경험을여기에더했을때,독자는흥미진진하고잘짜인한편의소설을만나게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