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잠수복(큰글자책)

코로나와 잠수복(큰글자책)

$28.00
Description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세상에 보내는 오쿠다 히데오의 마법 같은 위로
평범한 소시민이 삶에서 겪어내는 고통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소설집 《코로나와 잠수복》이 출간됐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는 아픔과 고난 속에서 지치고 힘든 우리들을 지켜주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 다섯 편이 수록돼 있다.
아내의 외도로 상처받고 바닷가를 찾은 소설가, 조기 퇴직 권고를 거부하고 한직으로 밀려났지만 복싱에 빠진 중년 가장들, 인기 프로야구 선수 남자친구의 결혼 신청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나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걸 직감하고 잠수복으로 방호복을 대신한 아빠, 꿈에 그리던 드림카를 중고로 구입하고 이상한 내비게이션을 따라 여행한 남자가 각 장의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와 슬픔을 삭이고, 자신의 나약함을 끌어안으며 고난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과 성찰 그리고 누군가의 자그마한 위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 단편들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로 각 주인공이 처한 상황 속 복잡한 심리를 그려내며, 동시에 자신만의 따뜻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다. 어딘가 정이 가고 연민이 드는 주인공들에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들의 성장을 통해 이 복잡한 세상살이가 무엇인지 조금은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오쿠다히데오

奧田英朗
따뜻한유머와날카로운통찰력,특유의스토리텔링과캐릭터창조로독자들을사로잡는소설가.1959년기후에서태어나고자랐으며,1997년《팝스타존의수상한휴가》로늦은나이에소설가로데뷔했다.2002년괴상한정신과의사‘이라부’를주인공으로한소설《인더풀》로나오키상후보에올랐고,같은해《방해자》로제4회오야부하루히코상을받았다.2004년《공중그네》로제131회나오키상,2006년《남쪽으로튀어!》로일본서점대상,2009년《양들의테러리스트》로제43회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등화려한수상경력을자랑한다.
쉽고간결한문체로인간을유머러스하게그려내면서도,부조리한세상에좌충우돌살아가는등장인물들을통해독자들에게잊고있던가치를묻는주제의식을보여준다.포스트하루키세대를이끄는선두주자로히가시노게이고,미야베미유키등과함께본격문학과대중문학의경계를자유롭게오가는일본의크로스오버작가로꼽힌다.주요작품으로제20회시바타렌자부로상을수상한《오해피데이》,제43회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수상한《올림픽의몸값》,이외에《소문의여자》《침묵의거리에서》《나오미와가나코》《면장선거》《스무살,도쿄》《꿈의도시》《무코다이발소》《우리집문제》《우리집비밀》《죄의궤적》이있다.

목차

■바닷가의집

■파이트클럽

■점쟁이

■코로나와잠수복

■판다를타고서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코로나때문에인간의본성이다드러나는것같아”
코로나의재해속에서우울하게살아가야하는우리는
이런따뜻한소설을기다리고있었다!

“집도오래간만에사람을들여되살아난모양이다”
아내의바람으로인해충격과배신감을느낀소설가.그는소설집필을핑계로한동안집을떠나머물곳을찾다가바닷가의품위있는한고택에들어간다.집을수리하고,잡초를뽑고,해안가를산책하는등힘든현실을잊어보려애쓰지만좀처럼원하는대로되지않는다.태연하게지내는아내에대한원망은점점커질뿐,이혼생각에까지이르며괴로워하는그는우연하게현재살고있는고택에얽힌이야기를알게된다.

이제어느방에서잘까고민하다가문득바람이잘통하는2층이생각났지만,화장실문제도있고해서바로옆13평짜리다다미방에침낭을폈다.다다미는흠난곳없이아직도푸릇푸릇한향이났다.침대가아니라서그런지등골이쭉펴지는게기분좋았다.
눈을감았더니3분만에졸음이쏟아졌다.고지는의식이스러지는중,집안곳곳의기둥이삐걱대는소리를들었다.이건꿈인가,아니면실제로소리가나는것일까.정말로나는소리라면,아마도집도오래간만에사람을들여되살아난모양이다.삐걱삐걱,끼익끼익.그소리는잠에빠지기전까지계속이어졌다.
-〈바닷가의집〉중에서

“진정으로주먹을가하는것이야말로예의이며
우정의증표라는생각까지들었다”
회사내신설된위기관리부는사실조기퇴직권고에응하지않은사람들을모아놓은떨거지부서일뿐이다.본래업무와무관한공장경비보조를맡게된중년의가장들은굴욕감과무력함을매일참아내며꿋꿋하게버티고있다.우연히회사창고에서복싱용품을발견하고어설프게섀도복싱을흉내내보던이들앞에정체모를‘코치’가나타난다.촉탁직원이라고밝힌그에게서매일복싱을배우며이들은점차용기와활력을되찾게된다.

살집이두둑한몸에펀치를먹여서잠시상대를기절까지시켰지만,미안하다는마음은조금도들지않았다.그보다진정으로주먹을가하는것이야말로예의이며우정의증표라는생각까지들었다.
이제위기관리부직원들의복싱에화기애애함은조금도남아있지않았다.그렇다고살벌함이앞서기보다는서로를존중하는마음이있었다.이심정을가장잘표현해주는단어는아마해방감이리라.어쩐지잔뜩흥분으로달뜬기분이었다.
“자네들제법이군.”
코치가활짝웃으며직원들을칭찬했다.
-〈파이트클럽〉중에서

“거울을보면서혼자한숨을내쉬었다.
내행복은대체어디있는걸까…….”
프리아나운서마이코는불안정한신분이지만,그녀에게는최고인기의프로야구선수인남자친구가있다.그가연봉1억엔의플레이어가되어자신에게멋지게프러포즈하기를기대하지만,현실은어쩐지그와반대로만흘러가려한다.속상한마음에점쟁이를소개받고그녀와상담을시작하면서부터,마이코는점점자신에대해더잘알아가게된다.

다행히유키도마이코가마음에들었는지둘은곧사귀게됐다.그당시,마이코는패션잡지의독자모델로서학생들사이에서는제법유명했기에,유키도그녀를곁에두고다니면서제법자랑스러웠을것이다.한마디로캠퍼스의스타끼리서로잘어울리는커플이었다.그렇게맞춰진균형이지금한쪽으로무너지려고한다.유키는성공의계단을쑥쑥올라가고있고,마이코는여전히무명의프리아나운서신세다.
다른여자를선택할지도몰라…….마이코의가슴이수런거리기시작했다.유키가홈런을칠때마다거리가점점벌어지는것같아응원도진심으로할수없었다.
-〈점쟁이〉중에서

“얘,아빠가이런모습을하고다니는기분이어떠니?”
“멋져요.”
임신중인아내,다섯살아들과함께살고있는도쿄의평범한회사원에게큰일이생겼다.자신이코로나에걸렸다는확신이강하게든것이다.방호복을구할수없어대신구식잠수복을입고생활하는그를보고사람들은그저신기하다는반응을보인다.잠수복을입고아들을산책시키고,축구도하는그에게텔레비전취재까지나올정도다.일약스타가되어‘코로나감염에대한두려움으로떠는시민의상징’이된그이지만,아내만큼은자신의증상에대해대수롭지않게여긴다.원래임신을하면담력이커지는걸까.그는몸여기저기가아프고,걱정으로벌벌떨며아무것도할수가없다.

“아직감염됐다고보기에는어려울듯한데…….그보다열이나피로감도아직없잖아?”
“이제부터올거야.”
야스히코가진지하게호소하자,아내는작게코웃음을흘렸다.
“그럼난이제출근할테니까우미히코좀부탁해.뭐필요한건없어?”
“요강이필요해.화장실에갈때마다잠수복입는게너무귀찮아서.”
“……알았어.오리발은안필요해?”
“오리발?”
“그게있어야그패션이완성될거아니야.”
야스히코는발끈했지만,일부러대꾸하지는않았다.만약지금아내의심기를거슬렸다간더욱생활이불편해질지도모른다.
-〈코로나와잠수복〉중에서

“오늘은네여행에끝까지동행해줄게”
오랫동안갖고싶었던드림카‘피아트판다’를중고로구입하게됐다.상태가너무좋은차를보고완전히흥분한주인공은내비게이션의음성을따라내키는대로달린다.그런데,주소를입력하지도않았는데내비게이션에서는계속해서안내음성이나온다.그리고,도착한장소마다이차를알아보는사람들이생긴다.이차에는대체어떤사연이있었던걸까.그리고내비게이션의마지막안내장소는어디일까.

판다는산길로들어섰다.간신히스카이라인이라는표지판이눈에들어왔다.이리저리구부러진오르막길을판다가힘차게달려올라간다.“오오!”나오키는또탄성을내질렀다.겨우850cc엔진이라고보기어려울정도로활기찼다.핸들링도훌륭하다.이것이야말로라틴계자동차의주행이다.그사장은이길을달리게하고싶어서일부러멀리있는가게를알려준걸까.그런엉뚱한추측까지하고만다.
‘목적지까지앞으로300미터입니다.’
이제슬슬도착하는모양이다.고갯길도중에확뚫린땅과함께건물이하나보였다.
‘음성안내를종료합니다.’
여기구나.가게주차장에차를세우고간판을올려다보았다.그곳에있는글자는‘카레와파스타가게’였다.
으응?나오키는얼이빠지고말았다.
-〈판다를타고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