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림

나비 그림

$13.00
Description
사건 해결보다 미스터리 심연에
무게를 둔 추리소설
일본 추리소설의 원류를 이해하고 시대별 흐름을 알 수 있는 시리즈

우리가 탐닉하는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을 발굴하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같은 추리소설 작가들은 흥미로운 사건을 추리해가는 묘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들은 어떻게 독자들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 그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특별한 문학적 환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고려대학교 일본추리소설연구회가 발족하였고 3년여의 기나긴 논의와 연구를 거쳐 일본 추리소설의 시작과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를 펴내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1880년대 후반 일본에 처음 서양 추리소설이 유입되었을 당시의 작품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주요 추리소설을 엄선하여 연대순으로 기획한 것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서 일본 추리소설의 흐름과 경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일본 특유의 그로테스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이 시기에 다수 창작되어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 추리소설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다수의 작품이 소개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江?川??)가 어떻게 탄생하였으며, 그의 작품이 동료나 후배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의 추리소설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에는 가능한 한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 위주로 선정하여 번역하고자 했다. 그리고 국내에 소개되었더라도 번역된 지 오래된 작품은 젊은 독자들에 맞춰 현대의 어법과 표현으로 바꾸는 등 가독성을 높였다. 또한 이 시리즈는 일본 추리소설 연구자들이 수록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 한국 문학과의 관계, 추리소설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작가의 상세 연표를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로써 독자들은 추리소설 자체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추리소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

히사오주란

久生十蘭,(1902~1957)

소설가,연출가.홋카이도출생.중학교를중퇴하고아쿠다가와류노스케에사숙하며문학서를탐독했다.1920년에귀향하여하코다테신문사에서근무하던중연극에흥미를느껴1922년에연극집단‘소극회’에참가,1923년에동인그룹‘생사(生社)’를결성한다.연극을공부하기위해1929년부터1933년까지프랑스파리에유학한다.귀국한후1934년에파리체재의경험을바탕으로콘요시·타누코를주인공으로한연작집을발표한다.히사오주란이라는필명은「황금늑대」를발표한1936년부터사용하였다.범인수사나권선징악중심이아닌,심리묘사에집중하는새로운탐정소설을선보이며평단과독자의주목을받았다.
아시아태평양전쟁중이던1941년에화중(華中)지방으로종군했으며,1943년에는해군에징집되어남태평양으로파견되기도했다.한동안행방불명신고를받았으나1944년지바초시로무사히돌아왔다.전쟁후에는현대소설,역사소설,논픽션등을계속집필했다.1957년에식도암으로자택에서사망했다.

목차

/히사오주란
호반 
햄릿
나비그림

/마키이쓰마
사라진남자
춤추는말

/하시몬도
감옥방

출판사 서평

출구가보이는문에도달했건만여전히의문이남아있다면?
사건해결보다미스터리심연에무게를둔작가들

사건의결말이나해답보다미스터리의심연혹은사건의자체에무게중심을두는작가들이있다.복잡하게얽힌범죄사건은불특정다수가아닌,개인이저지른예외적이며특수한행위다.하지만한편에서는범죄나미스터리를사회속에서길러진개인에의해창출되는것으로보기도한다.

이러한측면에서보자면추리소설은이성과과학으로무장한탐정을통해어둠속사건에'계몽'의빛을던져그전말을밝히는부르주아적합리주의를반영한장르라고할만하다.‘근대’라는시대에의혹을품은‘이성’과‘기괴함’이공존하는모순적장르이기도하다.일반적으로본격추리소설의구도는단순하다.의심스러운발자국을따라간끝에다다른곳에는늘합리적해결이기다리고있다.이로써사건종료.하지만탈출구가보이는빛나는문에도달하더라도지나온미로의깊이가메워지지않는다면,그문을출구라고부를수있을까?문을열었지만다시돌아가야할것처럼해결되지않는심연이뒤에남아있다면,이추리소설에서해결된것은과연무엇일까?

하나의사건을통해의문을품었던논리적화자가특정시간과공간속구체적사실의인과관계를규명해냈지만,사건의전말이사회적구조의모순이나인간의내면에대한허무감을남기기도한다.이처럼우리가이성에의한현실적해결책이도달할수없었던공허한우주,혹은소외된인간의세계를만나게되는이야기들이‘추리’라는장르안에도있다.사건이해결된후에도여전히'생경해지는'세계,그연장선상에서추리소설의또다른의미를찾을수있을것이다.

근대로진입하던19세기말부터20세기초반,일본에서는서구의문화적세례를탐하던시기였다.이무렵일본의젊은작가들은고뇌가작품속에투영되었는데,그하나가‘근대인의내면찾기’였다.하지만이욕망은아시아태평양전쟁과전후혼란을거치면서이익추구를향한맹렬한타인의욕망에의해가로막힌다.

일본의1920년대에서1940년대에이르는시기에활동한작가중에는히사오주란,마키이쓰마,하시몬도가있다.고려대학교글로벌일본연구원과‘이상미디어’가공동기획으로펴내는〈일본추리소설시리즈〉9편에서는이들작가의단편소설을소개한다.이들은서로다른미의식과밀도로개인과특정집단의특수성이사회와접점에서돌출하는폭력과그폭력을둘러싼베일을걷어내서독자들에게보여준다.아울러범죄가개인적차원의행위가아니라집단적이고사회적차원의행위가될수있는가라는의문에답을찾도록도와준다.

‘서구=근대’라는이행기에고뇌한젊은작가들
‘근대인의내면찾기’엿볼수있는작품남겨

‘소설의마술사’등의수식어로불리는히사오주란이남긴추리소설은20여편에지나지않지만,그는작품을통해지적으로세련되면서도때로는섬뜩한미의식의세계를선보였다.
특히「나비그림」은1940년대말,전쟁에서돌아온한청년에대한의혹을그린다.일본이저지른전쟁이한개인의삶을흔들고,윤리적파탄을초래하는지를드러낸다.‘오데온의하늘색라벨이붙은고색창연한레코드’를통해흘러나오는〈마리포사(나비)〉라는곡의희미한노랫소리처럼매혹적인주인공야마카와.교사인그는여학생들에게‘비에맞으면녹아서’사라질거라는걱정을자아내는유약하고감성적인화족청년이다.그를둘러싼족벌네트워크는전쟁터에서그가살아남도록모든권력을동원한다.그역시전쟁의폭력을묵인하고이용하다가겨우살아서전쟁의시간에서빠져나온다.그렇게빠져나왔건만,그의영혼은소설속나비그림처럼위태로워지고…….결국나비날개의가루처럼가볍게날아오른다.

히사오주란의대표작중하나인「호반」은1937년작품으로이기적이면서자의식이강한,귀족출신의주인공이등장한다.외모콤플렉스가있는그는유럽유학에서돌아온후아름다운아내와결혼하는데,그의콤플렉스에기인한성격적결함,폭력성등이드러나고급기야아내를살해하는비극적인상황으로치닫는다.하지만이사건은보이는것이전부가아니었다.죽은것으로알려진아내와주인공이진짜살해한사람은누구인지를쫓는내러티브가흥미롭게이어지면서끝까지의심의시선을거두지못하게한다.느티나무에시체를매달고‘훌륭한예술작품이라도완성한듯’바라보는일그러진미의식이마지막을장식하며묘한여운을남기는작품이다.

히사오주란은연극분야에서희곡집필및연출등활발한활동을보였는데,연극에대한그의관심은단편소설에서도찾아볼수있다.〈신청년〉에발표한「햄릿」의작품배경은1946년여름으로,어느피서지호텔의베란다와안개낀밤의별장난롯가를중심으로한노인에대한소문이화제에오른다.그는무대추락사고이후자신이햄릿이라고생각하며살아가는인물이다.
근대일본에서셰익스피어작품번역은일본사회의‘서구=근대’라는문화로이행을상징하는중요한사건이었다.이소설에서기억과함께정체성을잃어버렸던햄릿은방공호의폭발과함께다시세상으로귀환한다.하지만패전후연합국총사령부(GHQ)통치기를거치며새로운국가상을타성적으로세워간일본처럼,이이야기속햄릿의귀환또한주체성이결여되고,따라서새로운인간으로서부활에대한기대는하기어렵다.그는그저아름다운노인으로늙어갈뿐이다.

1927년에발표한마키이쓰마의「춤추는말」은일본의전통목조가옥에서피어오르는연기를배경으로에도시대의서민적정서를반영하는인정물의통속적향기를뿜어낸다.이와대조적으로「사라진남자」는코스모폴리탄으로서무국적세계에대한로망을지닌인물과그가떠도는망망대해를배경으로사건이펼쳐진다.두작품은모두주인공이이야기속세상에서사라지는반면,세상에남는자들은사라진이들이몰랐던거대한구조와그것이지닌힘을파악하고,조종한다.

하시몬도의「감옥방」은『신청년』1926년3월호발표된작품이다.이작품은고바야시다키지(小林多喜二)가1929년에발표한사회주의소설명작인「게공선」에앞서집필된것으로,지옥같은작업장에서노동자들이가혹한노동에시달리는현실을묘사하고있다.노동강도와열악한환경등에분노한노동자들,그들에게감옥방상황을외부에알릴수있는드라마틱한복수의기회가찾아온다.그리고다시오지않을이마지막기회를이용하기위해처절한생존계획을짜낸다.하지만그들을기다리던것은그들이미처읽지못한또다른판,권력구조를유지하기위한또다른각본이었다.

◆일본추리소설시리즈◆

①세가닥의머리카락
구로이와루이코,아에바고손,모리타시켄지음|김계자옮김
②단발머리소녀
오카모도기도,사토하루오,고다로한지음|신주혜옮김
③살인의방
다니자키준이치로외지음|김효순옮김
④도플갱어의섬
에도가와란포지음|채숙향옮김
⑤어느가문의비극
고사카이후보쿠,고가사부로,오시타우다루,쓰노다기쿠오지음|엄인경옮김
⑥유리병속지옥
유메노규사쿠|이현희옮김
⑦그남자가죽였을까
하마오시로,기기다카타로|조찬희옮김
⑧흑사관살인사건
오구리무시타로|강원주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