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이 돌아왔다 (배두순 시집)

반달이 돌아왔다 (배두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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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반달이 돌아왔다』는 2006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한 배두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배두순 시인의 시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가 만난 무수한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시의 제목들은 대부분 그 사물들의 목록이다. 시인은 그가 만난 사물들에 자신의 내밀한 서사를 투여하는데, 이 모든 서사는 무엇보다 ‘일상’의 서사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 사물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일상성의 깊은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그런 시적 탈(脫)일상화를 통해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세상의 주름진 내막”(「호두」)이다. 그는 능청스럽게 일상성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것은 단순한 일상적 서사의 나열이 아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일상의 궁극과 기원, 그리고 마지막 내막을 알고자 한다. 현존은 단 한순간도 그 “내막”을 노출하지 않으며 수많은 주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주름들은 생성의 다양한 리듬들이다. 거기에 종점은 없다. 시는, 언어는, 그것들을 포착하려는 “진땀”의 기표들이다. 우리는 배두순 시인의 『반달이 돌아왔다』에서 이 진땀의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

배두순

저자배두순은
경남김해에서태어나국제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
2006년『정신과표현』으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숯굽는마을』이있다.
다년간의기자생활을거쳐,현재‘평택시민예술대학문예창작과’외래교수직을맡고있다.
〈경기도문학상〉〈평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호두13
연을올리다14
어느석공의길16
떡살18
억새20
공원의벤치22
옻나무24
족발과하이힐26
두더지28
맷돌30
물레방아휴게소32
저수지의의자들34
붉은사과밭36
낭만자객38
돋보기40

제2부

연못43
황태244
민속마을46
천변에들다48
심장을마시다50
고라니52
비익조53
복권가게와목련54
보리암가는길56
몽당빗자루57
맛있는장례58
불법침입자60
환영(幻影)62
착근(着根)63
마음베인날64

제3부

갈등67
가벼운사랑68
무인모텔70
붉은발자국71
아름다운수장(水葬)72
나팔소리74
소소한이별75
누드삼국지76
춤추는조등78
페페로니아79
놋숟갈80
가족모임82
이팝나무83
뻥이요!84
잡초86

제4부

무정란89
인삼차90
그리움의처소92
고향집94
풀의노래96
요양원(療養院)또는요양장(療養葬)98
꽃의이름으로100
피자를먹는저녁102
모정의강물104
주인의식105
감자꽃106
금화가쏟아지는거리108
애호박109
아버지의영토110
수면내시경112

해설|일상의사물,사물의일상113
오민석(시인ㆍ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일상의사물,사물의일상

일상성에대한독특한성찰로유명한앙리르페브르(H.Lefebvre)는일상성에세계의비밀이숨어있으며,일상성을설명하지않고세계를설명할수없다고주장했다.일상적삶의공간이야말로‘모든일’이일어나는곳이기때문이다.
세계는일상성에서생성,소멸되며,거기에생과죽음이있고절망과환희가있고비애와보람이있음을배두순시인은잘알고있다.그리하여그는일상의사물속으로들어가너무나친숙해서잊힌비밀들을끌어내고재구성하며,습관화(habitualization)로죽은사물들을흔들고깨운다.
죽은사물을살려낸시공간에일상의서사가투여될때,일상성에도일정한변화가일어난다.일상성은동일성의반복이고지각너머의죽은세계이지만,새로이태어난사물의시공간안으로들어올때되살아나는것이다.그렇게일상의사물을탈(脫)일상화함으로써시인은일상의궁극과기원,그리고마지막내막에가닿고자한다.

내안에엉켜있던실타래를뽑아내기까지
나는몇번이나하늘을우러러보았던가
몇번이나바람을불러보았던가
세상의모든바람이명치끝을통과하지않고서는
온전한세월이될수없는법
종일길들지않은바람을캐낸다
-「연을올리다」부분

그는“명치끝”을통과하지않고세계가이해불가능하다는사실을잘알고있으며,그가궁극적으로찾고자하는것은“엉켜있던실타래”를다뽑은후의“아궁이속의이야기”이다.그런그가일상의사물들을통해도달하고자하는것은잘보이지않는“비밀의뒷면”(「돋보기」)인데,재미있는것은그가이‘뒷면’에관념어가아니라사물어(事物語)를통해도달한다는것이다.
그러나배두순시인의의식‘작용’,즉노에시스의길은간단하지않다.사물들은늘어느방향으로든해석될수있고,어떤사건으로든전화(轉化)될수있기때문이다.그의노에시스는다양한통로들을경유한다.때로환영을통하거나순간의성찰을의존할때도있고,대상과온전히하나가되거나집착을버려야할때도있다.그렇게그의시들은사물들의세계로들어가그것을재구성하는다양한작용의기록이며,이과정을통해현존에도달하려는무수한길들의집합이다.

바퀴가돌때마다페이지처럼넘겨지는사연들
머물다간풍경의한대목이되살아나는사이
-「물레방아휴게소」부분

배두순시인의시들은의식의“바퀴가돌때마다페이지처럼넘겨지는사연들”의기록이고,이기록들은일상의사물들안에서발견된다.이번시집은수록된시의숫자만큼이나다양한사물들이각기제목소리를내는화음(和音)의공간이라고할수있다.단한순간도“내막”을노출하지않는세계속현존의다양한풍경들을우리는배두순의『반달이돌아왔다』에서만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