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 (권달웅 시집)

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 (권달웅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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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무치는 소리의 변증들

1975년 등단 이래 간결한 언어로 서정의 진경을 보여주던 권달웅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 『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가 시인동네 시인선 143으로 출간되었다. 권달웅 시인의 이번 시집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 시단의 간결한 언어와 투명한 서정의 극점을 재확인하게 된다면, 그것은 “철학자(시인)에게 검소함은 도덕적 수단이 아니라 시 그 자체의 ‘결과’”(들뢰즈)임을 알게 될 것이다. 권달웅 시인의 이번 시집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순수한 서정의 인용고사이자, 시의 울림이기도 하다.
저자

권달웅

경북봉화에서태어나1975년《심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해바라기환상』『사슴뿔』『바람부는날』『지상의한사람』『내마음의중심에네가있다』『크낙새를찾습니다』『반딧불이날다』『달빛아래잠들다』『염소똥은고요하다』『공손한귀』『광야의별이육사』『꿈꾸는물』등이있고,시선집으로『초록세상』『감처럼』『흔들바위의명상』이있다.〈신석초문학상〉〈편운문학상〉〈PEN문학상〉〈최계락문학상〉〈목월문학상〉〈녹색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함박눈ㆍ13
너없으면ㆍ14
청보리의힘ㆍ16
상사화처럼ㆍ17
누에의꿈ㆍ18
휘어진낮달과낫과푸른산등성이ㆍ20
해질녘ㆍ22
향학ㆍ24
웃음소리ㆍ25
붕어빵ㆍ26
안동포ㆍ28
토닥토닥ㆍ29
먼산을남겨두고ㆍ30
개구리떼울음소리ㆍ32
달빛이머무는자리ㆍ34
반성ㆍ36

제2부

배웅ㆍ39
바람의귀ㆍ40
까치집에불켜고ㆍ41
무명저고리매듭단추ㆍ42
사무치는이유ㆍ44
복사꽃흩날린다ㆍ45
그날의빗소리ㆍ46
은파ㆍ48
눈밭에떨어진동백꽃ㆍ49
모자ㆍ50
카피바라ㆍ52
슬픈졸업식ㆍ53
삽ㆍ54
입춘이후ㆍ56
하루살이ㆍ57
즐거운추억ㆍ58

제3부

초월에가서ㆍ61
그믐달ㆍ62
광야의별ㆍ63
유일한기쁨ㆍ64
숲속의새들ㆍ66
0번버스ㆍ67
내일또내일ㆍ68
까만열매ㆍ69
돼지두루치기ㆍ70
풍등ㆍ72
헌신ㆍ73
내마음의별빛ㆍ74
가을순리ㆍ75
병산서원자귀나무그림자ㆍ76
춘정ㆍ78
해맞이ㆍ79
아주귀한진주처럼ㆍ80

제4부

물자라의사랑ㆍ83
연필로쓴시ㆍ84
방년ㆍ86
모과ㆍ87
한발(旱魃)ㆍ88
치과에가서ㆍ90
마트료시카목각인형ㆍ91
벌초ㆍ92
헬레나벌새처럼ㆍ94
사람향기ㆍ95
박주가리박토ㆍ96
흙한줌ㆍ98
곶감ㆍ100
물이이끄는대로ㆍ101
학동몽돌ㆍ102
받아쓴시ㆍ104

해설
김정배(문학평론가·원광대교수)ㆍ10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한번쯤자연의소리에천착해본사람이라면,‘소리풍경’이라는말을들어보았을것이다.소리풍경은소리(Sound)와경관혹은조망을의미하는스케이프(Scape)의복합어로,시각적인이미지(Landscape)를귀(소리)로파악하는풍경의의미를담는다.이말에는소리를통해계절의변화와시간의리듬을느끼기도하고,때로그소리를통해어떤내면의울림을체감하는인간의모든감각과활동을내포하는개념을담기도한다.권달웅시인은이소리풍경을통해내면의경험과기억을덧입히고자노력하는청자(聽子)중하나이다.다양한사물과풍경에깃든그소리에귀를열어두고서,그는전통서정시가지닌순수한심상의세계를조향한다.그과정에서파생되는곡진하고도청명한소리들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자연이주재하는무위자연(無爲自然)의세계와주체가합일되는시적사유의근원에도달하게된다.
그런의미에서권달웅시인의『휘어진낮달과낫과푸른산등성이』는눈으로읽는시라기보다는귀로듣는시에가깝다.말그대로자연과사물의‘소리’를듣고받아적은시다.조금더편하게부연하자면,그는이번시집전반에걸쳐“나의내면과사물의풍경이등가적으로유추된/청명하고간결한시”(「시인의말」)를옮겨적길희망한다.글을써본사람은누구나아는사실이지만,역설적이게도책의서문은가장늦게쓰이는글중하나이다.어느철학자의말을빌려말하면,저술이전부끝난뒤에글의의도를재창조하는것이바로서문이다.뱀이자기의꼬리를물고빙빙도는것처럼,글을다쓰고난이후에야맨마지막에고백하는것이바로‘서문’인셈이다.권달웅시인의「시인의말」을등불삼아전체의맥락을살핀다면,이시집은그가전하는다양한청각이미지를통한내면의고백이자시의전언이라할수있다.

시가써지지않는날이면
햇살이바글거리는
과수원복사꽃받아쓰고

시가써지지않는날이면
숲에서자욱하게우는
풀벌레울음소리받아쓰고

시가써지지않는날이면
소슬한가을바람에지는
장독대붉은감잎받아쓰고

시가써지지않는날이면
약속한첫눈처럼날리는
밤하늘별똥별받아써라
-「받아쓴시」전문

의도한듯의도하지않은듯,권달웅시인은이번시집의서문격인「시인의말」과시집의마지막시로수록한「받아쓴시」를수미상관의형식으로묶고있다.처음과끝의그시적간극은이번시집의시원(始原)이바로자연의본원인‘소리풍경’을시로받아적는것으로부터시작됨을말해준다.그소리는자연과사물의풍경전반에걸쳐묻어나는데,예를들면‘풀벌레울음소리’,‘파도소리’,‘개구리떼울음소리’,‘빗소리’,‘아가의첫울음소리’,‘보리잎과보리잎이부딪치는소리’,‘누에가뽕잎먹는소리’,‘새소리’,‘물소리’,‘피아노소리’,‘어머니의바디소리’,‘바람소리’,‘기침소리’,‘만세소리’,‘음식이익는소리’,‘연필깎는소리’등등이다.특히시인의내면을가장크게대변하는‘바람’의이미지는자연과사물의소리를더욱내밀하게변주하는이시집의근원적인대표심상이된다.권달웅시인은다양한바람의표상을통해자기삶에내재한은은한그리움과삶전체를환유할수있는실존적자각을드러내기에주저하지않는다.가령,“대숲을흔드는바람소리”(「너없으면」)나해질녘듣는“바람소리”(「해질녘」),“바람소리만가득한허공”(「까치집에불켜고」)과도같은이미지를통해자신의기억속에있는순수한‘바람’의주체를타자(독자)의영역으로까지변증해나가기도한다.이제그바람소리는시인이“아무리그리워해도가슴을후비는바람소리뿐”(「복사꽃흩날린다」)이거나“빈집에몰려가는바람소리가또나를배웅”(「배웅」)하는내면의쓸쓸한기억으로자리하면서자신이견뎌야하는삶의페이소스로인식하게된다.
이처럼권달웅시인은다양한청각이미지,구체적으로말해‘바람소리’에자주귀를기울임으로써,시인으로서포착할수있는소리풍경과그속에담긴실존적자의식그리고자기갱신의의미를더욱공고히확보해나간다.기본적으로시인이인지하는바람은“귀가크며”,“계절의순환”을다듣는표지이며,심지어“보이지않는풍경/천리밖세상까지내다보는/바람의귀”(「바람의귀」)로인식되는실존적자의식이다.그래서일까.시인은세상의모든소리가들리지않거나멀어지면,그리움과불안으로더욱사무치는존재로전이된다.
-김정배(문학평론가·원광대교수)

■시인의산문

시는내면과대상의등가적유추에의해이루어진창조물이다.시인은적절한비유의대상을찾아떠도는나그네이며,고통스러운삶을감내해나가는수행자이다.시인은대상을통해현실을재인식하고삶의갈등과부조리를투영함으로써구원을얻는다.그런점에서시인은고통스러운현실을감내하고극기하는정신주의자다.나는담백하고간결한언어로도달하지못한삶의슬픔과허무,안타까움과쓸쓸함을이미지로표상한다.나는문명의인위성과자연의순수성,이상반된두개의연민속에서시를쓰고이미지를찾는다.문명에의해사라져가는자연성과,문명에길들어가는인간의삶을조응하기위해시를쓴다.자연은현실과동떨어진것이아니다.나는본성을잃어가는오늘의삶을성찰하기위해,그대상을자연세계에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