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 (정경훈 시집)

아름답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 (정경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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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부재(不在), 세상에 없는 시간을 살다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로 활약해온 정경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름답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이 시인동네 시인선 145로 출간되었다. 문학의 가치는 부정성에 있지만, 그 부정성이 유의미한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반이나 일탈이 아니라 정확한 위반, 정확한 일탈이어야 한다. 이 ‘정확한’ 위반이 ‘차이’를 동반하면서 일정하게 반복될 때, 우리는 그것에 스타일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경훈 시인의 작품들은 ‘예술’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

정경훈

1996년서울에서태어나10여년축구선수로활약했다.2019년시집『저말고모두가노는밤입니다』(샘앤파커스)를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패러독스ㆍ13
오로라ㆍ14
13월11일의나체ㆍ16
말아다오ㆍ21
나는요며칠간제대로된시를쓰지못했다ㆍ24
젊은이안소프의슬픔ㆍ27
이름을좋아해주세요ㆍ28
이름을기억해주세요ㆍ30
이월이십팔일ㆍ32
나는어디선가그대의이름을부른다ㆍ35
그대는어디선가나의이름을부르고ㆍ36
이월이십구일ㆍ38
타투이스트ㆍ42
은밀하게ㆍ43
파리를가지못한젊은이의몽정ㆍ44
그핵ㆍ46
이월삼십일ㆍ50
블루문ㆍ52


제2부

백야ㆍ55
스코츠보로소녀들ㆍ56
달나라ㆍ60
들개ㆍ62
대배우와앵무새의희곡ㆍ70
너는연민의힘ㆍ74
음악이있다면영원히ㆍ75
해마의실업:바그다드카페에서ㆍ76
자화상ㆍ81
가시는좋아해주지못하나요ㆍ82
헤아릴수없는ㆍ84
오ː이ㆍ87
동숭동ㆍ90
시대의몰락에게키스를ㆍ94
내애인의시집ㆍ100
:)ㆍ104
두번째와첫번째사이ㆍ106
아인슈페너ㆍ108


제3부

찔레꽃ㆍ113
마로니에공원ㆍ114
프롤레타리아트의먹이사슬ㆍ116
알레고리의아홉번째궤도ㆍ119
이성과감성사이의블록ㆍ122
뱅쇼ㆍ124
ㄱ과ㄹ을기억하는곳에서ㆍ127
Beenㆍ130
Est-Ce-Queㆍ134
동부이촌동ㆍ137
이마에앉아서하는사랑ㆍ140
퇴적장ㆍ143
08ㆍ146
투써머ㆍ148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ㆍ14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정경훈의시는2인칭,그러니까‘당신’이나‘너’를향한발화형식을취하고있다.시집의첫페이지에등장하는연쇄적인진술,“백수는사랑을하고/사랑은백지를탐하게하고/(…중략…)/사랑을시인하게되고”(「패러독스」)에서확인되듯이‘백수?사랑?백지?시인’은패러독스한세계안에서의미의계열을형성하고있다.‘사랑’은‘백지’,즉발화에대한욕망을자극하는것에서시작하여궁극적으로는“사랑을시인하게”되는단계까지데려간다.이때의‘시인’이라는기호는두번읽어야한다.한번은‘시인(admission)’으로,또한번은‘시인(poet)’으로.분명한것은2인칭‘당신’이나‘너’와의관계인‘우리’가‘사랑’,즉‘thelove’(「13월11일의나체」)라는기호로집약된다는것이다.시인이‘시인(admission/poet)’하는‘사랑’은어떤모습일까?「오로라」에서시인은‘당신’이있어서“울다가웃다가혹은울거나울지않거나”하는것이“지극히당연한일상”이라고고백하고있다.“당신과함께”떡볶이를먹고,국을끓이고,오이를깎고,설거지를하는“뻔한과정”을머릿속에그려보다가불현듯시인은“우리의아름다운것이무서”(「오로라」)움을깨닫는다.아름다운것은왜무서워지는것일까?‘사랑’이라는사건이무섭게느껴지는까닭은그것이끝날수있기때문일것이다.실제로「13월11일의나체」에서화자는“안녕,안녕이더러운사랑아”라는진술처럼‘thelove’,즉사랑을잊어야할상황에처해있다.

사랑빼고는남는게없으니까,사람을버릴수있었던거야숫제너하나가문제다너하나가내세계를가난하게만들었다동시에너하나를사랑해서내세계가행복에겨운거다물리적으로고통을받아야변화하던내가,너하나로족히거룩해지니,본디성체로거듭난것만같다조물주가된것만같이,세렝게티의하이에나가된것만같이,일루미나티의광추가된것만같이,책망은더이상나의성질이아닌것처럼,나는좀처럼빗겨나간다화학의주의를오용하지도남용하지도않고한치의오차도없이너하나가가히메토이소노를이룬것이다아아,종교가무슨필요가있어믿음으로세상을직시하는것이,윤회를바라며고즈넉이귀의하는것이,자연을먹고단식을하고돼지를살생하고모가지를바치는일들이내세계에서무슨소용이있겠어

(…중략…)

방만했던너하나를질투했고미욱했던나의행성을선회하며,우회하고망설이다가돌고돌아만났다세계를열거하고손바닥을마주치며,너하나에게향응하며손톱을갉는다너하나때문에여자를증오할줄이야,너하나때문에남자를저주할줄이야,너하나때문에살인을계획할줄이야이로써내세계에남아있는건불가하다불가능하고여지도없으며오롯한불능이다그렇다면,너하나는도대체무엇이냐,대지의종말에게인류애의멸종에게필사하여잉태를뿌리는연유가무엇이냐,자주적인너하나에게기거하는너하나에게변명을착상하며언어를지어보다가,너하나가남겨졌다는것이바로무진장이었음을깨닫고야만다사람은버렸다해도사랑은버릴수가없었어,아직까지명치가헛헛하다딱딱하게살아내서유연하게사랑하고싶었어,아직은척추가떳떳하다너는언젠가사랑해를뱉고,나는여전히좋아해를얼버무린다
-「이월이십팔일」부분

정경훈의시에서‘사랑’은절대적인사건이다.이시에서‘사랑’은‘너’와의관계이고,‘너’는‘너하나’라는표현처럼어떤것으로도대체될수없는단독적인존재이다.사랑이란무수한‘너’와의관계가아니라이세상에서존재하는유일한‘너’와의관계이기에특별한것이다.시인에게있어서‘너’는“너하나가내세계를가난하게만들었다동시에너하나를사랑해서내세계가행복에겨운거다”같은진술처럼‘나’의운명을좌우하는존재이다.‘너하나’로인해‘나’는거룩함을느낀다.‘너하나’로인해‘조물주’가되고,“세렝게티의하이에나”가되고,“일루미나티의광추”가된다.“물리적으로고통을받아야변화하던내”가‘너’로인해서고통없이도전혀다른존재가되는것,그리고그경험이야말로‘사랑’의위대함이아닐까.
‘나’에게있어서‘너’는메토이소노(Metoisono,聖化),곧이상적인인간이자성스러운존재이다.니코스카잔차키스의소설에서주인공조르바는완전한자유인을꿈꾸는인물이다.메토이소노는바로그가갈망했던자유인의이상적존재이다.메토이소노는물리적·화학적변화가아니라영혼과정신의변화이다.포도가포도주가되는물리적·화학적변화가아니라상징(象徵)이되는변화,결국메토이소노는영혼의문제라고말할수있다.“화학의주의를오용하지도남용하지도않고한치의오차도없이너하나가가히메토이소노를이룬것이다”라는시인의진술은이러한영혼과정신의변화를가리키고있다.하지만여기에서성화(聖化)는‘종교’와는별개이다.
-고봉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