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

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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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완주(完走)의 붉은 낙관(落款)
2013년 《리토피아》로 등단한 이생용 시인의 첫 시집 『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이 시인동네 시인선 146으로 출간되었다. 시는 당연한 것에 대해 거듭 질문하는 데서 나아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질문하고, 또 이해나 오해라는 방향에 대한 염려 없이 나름의 ‘길’을 구해보는 것이다. 이생용 시인은 ‘생각이 많은 것’도 ‘눈이 많은 곳에 가닿는 것’도 ‘몸이 사방으로 움직이는 것’도, 나아가 “피고 짊이 한순간이거늘/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자문(自問)에도 닿았다. 또한, 그 ‘말’이 단지 들뜬 상태의 허언이 아니라 실제가 뒷받침하는 자존(自尊)의 발언이었음도 시집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생용 시인의 발견의 깊은 눈과 옹골찬 의지가 새삼 믿음직하다.
저자

이생용

전남순천에서태어나여수에서오래살고있다.대학에서기계공학을전공하였고2013년《리토피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마라토너로보스턴마라톤을완주하였으며,현재〈갈무리〉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부식(腐蝕)ㆍ13
렙토세팔루스(icptocepalus)ㆍ14
아나고먹는밤ㆍ16
정귀훈여사의꼬막에대해말하자면ㆍ18
눈물의기척ㆍ20
상처ㆍ21
여자만ㆍ22
전어ㆍ24
새조개날다ㆍ26
숭어ㆍ28
도다리ㆍ29
짱뚱어ㆍ30
봉숭아꽃ㆍ32
화사(花蛇)ㆍ34


제2부

연민ㆍ37
유리병속편지ㆍ38
주머니속저글링ㆍ40
화아분화(花芽分化)ㆍ41
청개구리ㆍ42
동백아가씨ㆍ44
냉이꽃ㆍ46
화양(華陽)ㆍ47
촌놈ㆍ48
핑계ㆍ50
나팔꽃ㆍ51
사각의링ㆍ52
슬픔의낙관ㆍ54
무위(無爲)ㆍ56


제3부

가을배추ㆍ59
빗살무늬의기억ㆍ60
아름다운소음ㆍ62
문득그리워지는ㆍ63
적화(赤化)ㆍ64
풍경1ㆍ66
풍경2ㆍ67
목백일홍의충고ㆍ68
해국(海菊)ㆍ70
고래는어디로갔나ㆍ71
스와핑ㆍ72
리기다소나무에대한반론ㆍ74
손에잡히지않는ㆍ75
산다화ㆍ76
봄동ㆍ78


제4부

부석사에서악몽을씻다ㆍ81
느릅나무306병동ㆍ82
supermoonㆍ83
댕강꽃나무ㆍ84
해빙ㆍ86
선암사ㆍ87
고향수ㆍ88
생각많은봄날ㆍ89
다함께茶茶茶ㆍ90
내소사에는목어가없다ㆍ92
누구에게는ㆍ93
타래난초ㆍ94
동백꽃무렵ㆍ95
어머니와진달래ㆍ96
뱀춤ㆍ97
북어ㆍ98

해설
백인덕(시인)ㆍ9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시집을읽고,생각을거듭고치면서도내내R.라흐만의“몸은무덤과요람사이활기차게썩어가는정거장”이라는정의가머릿속을떠나지않았다.그렇다고‘몸과정신’을이원화해몸의부질없음과정신의순수성을주장하는고전적인풍모(風貌)도내겐없다.사실,‘시(poetry)’를비유로정의할수없다는단순한믿음때문이다.‘인생은한편의드라마’라는정의는그보편성과일반성때문에‘드라마’의정의로환원하여사용할수있다.하지만‘인생은한편의시’라는정의는성립하지않는다.왜냐하면,시는그자체로비유의산물이기도하거니와이른바보편성과일반성을획득할수없기때문이다.그저어떤구체적인개인에게만,특수한경우로‘인생은한편의시’가되기도한다.
이생용시인은‘활기찬몸’의존재임을스스럼없이밝힌다.여기서‘시인의말’은몇가지를시사한다.“마라토너로살다가/어느날시가내게로왔다.”고술회한다.다른염려를차치하고,“어느날시가내게로왔다.”라는고백은유명한P.네루다의「시」의고백과다른점이전혀없다.진솔한눈뜸에대해의심할이유도없다.하지만이어지는‘시인의말’의다른부분이시사하는점은일종의당혹과함께섣부른이해나판단을유보하도록종용한다.“죽음을불사할만큼/시에전력을다한다면//나는시인의길을/끝까지완주할수있을것이다.”물론‘전력’이나‘완주’와같은어휘가바로시인의것이겠지만,전체적인내용에서김수영시인의어떤말,“누가무엇이라비웃든나는나의길을가야만한다”와비슷한결기나비장함이보인다.또한,나의의지로완주할수있는길이‘시인의길’이라고밝힌점도사뭇예사롭지않다.

시창작재미에빠져
평생교육원수업을갔다가나오는길에
어둠속에서누군가옷소매를잡아끈다
한참이나둘러보아도기척이없다
비틀리고뻗고굽은가지들사이에
주름진혹까지달고서있는
목백일홍한그루
꼰지발을세우고서서
강의실안에서그새끄덕끄덕졸던나를
쳐다보았던모양이다
혹처럼불거진등걸마다에는
눈부시게쏟아지는햇살을담고
흐리고바람부는날에도
천둥번개를쓸어담아
한번피우면백일을견딘다는
꽃의진액을채웠으리라
그렇게수만송이를한꺼번에피우다보면
지쳐서주저앉고싶을만도한데
아직도꽃등을켜고서있는
목백일홍한그루
지나가는내발목을붙들고말을건넨다
손가락에옹이꽃을피워
백년은가시질않을
그런시한번써보라한다
피워보라한다
-「목백일홍의충고」전문

아마오래전기억을되살려그때의충격과각오를되살리기위해쓴작품처럼보인다.시인이“시창작재미에빠져”있을때의일인데,어느날은잠깐잠깐졸았나보다.그꺼림칙함이남은발걸음에‘기척’도없이누군가‘옷소매’를잡아끈다.목백일홍은시인이그학교를드나들기훨씬이전부터그자리에서수많은이들의‘시창작수업’모습을지켜보았을것이다.그런존재와의해후(‘발견’이라해도무방하겠다)는먼저목백일홍의표상이면을들여다보는행위,즉“수만송이를한꺼번에피우다보면/지쳐서주저앉고싶을만도한데”라고짐작처럼읽어보는것이고,뒤이어그현상인“아직도꽃등을켜고서있는”모습을통해,아니그두측면을다생각하는시인의적절한시각을통해‘대화’가형성된다.‘목백일홍의충고’는간단명료하다.“손가락에옹이꽃을피워/백년은가시질않을/그런시한번써보라”는것이다.좀비약하자면,이번시집은‘목백일홍의충고’에대한시인의응답이다.‘전력’과‘완주’즉,인용작품에서‘손가락에옹이꽃’으로표현된어떤방법적선택의결실이라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
-백인덕(시인)

■시인의산문

핑계가있고,

허탕치는일이많아서살맛나는세상이다.

은근슬쩍솟아나는기대감에또발걸음을한다,

거기에무엇이있을까,

내졸시(卒詩)한편이

동면(冬眠)의시간을깨고

산개울건너는뱀의꼬리를자르는순간이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