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불을 지펴야겠다 (박소언 시집)

당신에게 불을 지펴야겠다 (박소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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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탈/은폐(隱蔽)의 뜨거움과 차가움
2015년 《심상》으로 등단한 박소언 시인의 첫 시집 『당신에게 불을 지펴야겠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38로 출간되었다. 등단 전후로 〈동서문학상〉, 〈김장생신인문학상〉, 〈백교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이미 작품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받은 바 있는 박소언 시인은 감각적인 문체를 바탕으로 추상적 관념이나 개념에 휩쓸리지 않고 비유적 사물, 즉 객관적 상관물을 적절하게 선택해서 자신의 시적 특성을 풍요롭게 가꾸어 놓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과 맞닥뜨린다는 점이 이 시집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박소언

충남금산에서태어나2015년《심상》으로등단했다.〈동서문학상〉,〈김장생신인문학상〉,〈백교문학상〉등을수상했다.현재동서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공13
쪽방14
그가16
벽화17
그남자의뿔18
부부20
물고기자리22
섬24
소통25
배웅26
상자멀미28
꽁초29
각(角)30
느리게가는상점32


제2부

외출의꿈35
완(碗)36
어머니의마중물38
얼음꽃40
밥42
리옹43
붉은스웨터44
망초꽃46
고팽이48
최후의만찬50
팔이아프다52
백모란54
누에의방56
아버지의손58


제3부

연못61
금강을바라보며62
바다를깁는여인64
홍시66
봄봄67
가시의힘68
가을산70
바다로가는계단72
하얀리본74
꽃무릇75
잃어버린봄날76
저수지78
천태산은행나무80
질경이82
불두화84


제4부

그여자의눈87
따뜻한알88
돗통시90
명품을찾아서92
문어의꿈94
실을감는부부96
속과속사이98
젖줄여행100
청풍102
영정을만나다103
이총(耳塚)104
혼불에물들다106
잃어버린여자108
퍼즐게임110

해설
탈은폐(隱蔽)의뜨거움과차가움/백인덕(시인)111

출판사 서평

모든부정적인통계적사건과사실을덮어두고,방향과결과라는측면에서만보면현대의우리는인류역사상자기자신에대해가장잘아는존재다.우리는우리의‘욕망과능력’의규모를측정하고그것을실현할‘기술과체계’의힘을매번확인한다.심지어그길의끝에도사리고있을지도모르는‘최종파멸’을거의정확하게예측하기도한다.그렇지만무의식의차원에서는여전히‘본능과본성’을오롯이가려내지못하고,다른말로‘소유와존재’를뒤바꾼일상의경험에만족하고만다.그런경험치에서‘해찰’은쉽게부정된다.성취도로계산할수없는모든것에대해적대적인것이바로지금-여기삶의양태이고정상적사고이기때문이다.
박소언시인은위의‘사실’을잘알기때문에오히려나름의‘해찰’을가감없이드러낸다.시작(詩作)이란결국인생과현실에대한오해나무지를계기로하지않고,자신의시적지향이라는빛에의해역(逆)으로밝혀가는것임을작품을통해구체적으로증명한다.

그남자엉덩이에꽃망울이부풀었다
외진곳에불뚝피어난뾰루지하나
엉덩이에뿔이라도난걸까
킥킥대며나오는웃음을참아본다
거울앞에서서뒤를자꾸만돌아보며
어린식솔운운하며탓을한다
통통히여문그남자의뾰루지
끙끙앓으며다문입은아닐까
수발들다염증난싫증같은건아닐까
뿔뚝뿔뚝꽃으로타올라
군불을지핀방처럼따뜻하다
통증이깊어져뿌리라도내리면
끈끈한고약이라도붙여줄까
뽀얀살등에티나게부어올라
살갑게맞닿아비비던저노란빛
종자같은종기로단단해지기까지
아무도몰래얼마나손이갔을까
호호불어성난뿔을달래주니
라라라콧노래부르며헛말을내뱉는다
금장같은훈장인거지
튀어나온남자의흔적이얄밉게
몽환의노을처럼빛나고있다
사는동안꽃이되라는듯
붉은외로움이야말로그남자의섬
근육질을먹고두꺼워진뾰루지가아니던가
-「그남자의뿔」전문

의도했건하지않았든,시인은창작의각시기에따라거기에중심이되는‘상징(어)’을채택하거나형성하기마련이다.따라서일상의평범한어휘가시의중심상징으로변모하는과정을살펴보는것도어쩌면한시인의시세계를이해하는또하나의방법일지도모른다.위의인용작품의경우에는‘뾰루지→뿔’의성격변화가바로그런길이라할수있다.
일반적으로‘뾰루지’는“뾰족하게부어오른작은부스럼”이라는사전정의처럼신체변화의시각적증상이다.굳이의학적전문지식이없어도그형태와발생지점을보고나름대로원인을유추하는비교적가벼운병증이다.이런사정은작품의도입부에도나타난다.“그남자엉덩이에꽃망울이부풀었다/외진곳에불뚝피어난뾰루지하나/엉덩이에뿔이라도난걸까”에서‘뾰루지’는그외형적유사성으로인해‘꽃망울’과‘뿔’로비유되고는있지만,아직도그냥‘뾰루지’즉눈으로확인할수있는어떤가벼운병증으로남는다.하지만이야기는곧반전(反轉)한다.뾰루지가생겨난원인을“어린식솔운운하며탓”을하는‘남자’와“수발들다염증난싫증같은건아닐까”생각하는시인의대화(?)가개입하기때문이다.남자의‘탓’은말(언어)의표면,즉지시된것이상의의미를찾아서는안되는‘외연(denotation)’일뿐이고,시인의속말(“끙끙앓으며다문입”)은지시된표면이아니라함축한의미를밝혀야만하는‘내포(connotation)’라는점에서이대화는진정한의미의커뮤니케이션이라할수는없다.대화상태에서말건네기가오고가는동안의미가자연스럽게흐르기보다는외연의과장(“라라라콧노래부르며헛말을내뱉는다/금장같은훈장인거지”)과내포의심화(“사는동안꽃이되라는듯/붉은외로움이야말로그남자의섬”)가단계적으로드러날뿐이기때문이다.
하지만시인은자신이직접목격한시각적사실에서출발하여그것이생성되기까지이면에쌓여온어떤진실과마주할수있는새로운시각을스스로발명해낸다.그것이이작품의제목이‘그남자의뾰루지’가아니고‘그남자의뿔’인이유다.또한,시인의시적지향이겨냥하는바를대상의크기나온도,친소(親疏)를떠나한결같이‘탈/은폐’라는방식으로드러내고있는이유이기도하다.
-백인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