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 (이용진 시집)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 (이용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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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필(鐵筆)로 꽃을 새기는 문객(文客)의 운명
1995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이용진 시인의 첫 시집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63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26년 만에 세상에 첫선을 보이지만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아름다운 이 시집은 시와 삶을 향한 시인의 치열한 육박을 보여준다. 시에 대한 생각이 오랜 시간 내면화된 터라 어떤 걸림이나 어려움도 없다. 그 자체로 시의 진경을 보여준다. 시를 읽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터이다.
저자

이용진

경북울진에서태어나1995년《세계의문학》으로등단했다.

목차

제1부

관상ㆍ13/미완의꽃ㆍ14/아직피지않은꽃을생각했다ㆍ16/저물녘ㆍ18/없는시를권함ㆍ20/첫사랑ㆍ22/시를읽다ㆍ23/꽃을보내다ㆍ24/시ㆍ26/말단의힘ㆍ28/뜸을들이는이유ㆍ30/사랑ㆍ32/낡았다는건ㆍ33/이별ㆍ34/시집ㆍ36/짝사랑ㆍ38/절필ㆍ40/뻐꾸기사경ㆍ42/너라는꽃ㆍ44

제2부

위로ㆍ47/단추ㆍ48/글꽃ㆍ50/쉼ㆍ52/코스모스ㆍ53/여름ㆍ54/오래된달력ㆍ56/제비ㆍ58/나의이력서ㆍ59/상한밥ㆍ60/보풀ㆍ62/나는가구다ㆍ64/동행ㆍ65/동행2ㆍ66/동행3ㆍ68/동행4ㆍ70/복기(復棋)ㆍ72/오래된미래ㆍ74/따뜻한꽃ㆍ76

제3부

직관ㆍ79/시인ㆍ80/몽유도원ㆍ82/노계불(老鷄佛)ㆍ84/도강록(渡江錄)ㆍ86/차를탐하다ㆍ88/요양병원ㆍ90/꽃그늘ㆍ91/검은새ㆍ92/부고를적다ㆍ94/봄날ㆍ96/월명(月鳴)ㆍ98/학생ㆍ100/내가아팠구나ㆍ102/도화(桃花)에머물다ㆍ104/화개(花開)ㆍ106/과제ㆍ108

해설우대식(시인)ㆍ10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이용진시인,참오랜만에들어보는이름이다.오래전그와함께축구를했고서예와관련된글읽기를좋아했던탓에그가보내준서예관련잡지를여러권받아보기도하였다.그리고이십여년동안마술처럼교류없는세월을잘도살아왔다.시집초고와함께온그의약력을물끄러미바라보니1995년등단하여이것이첫시집이다.쓸쓸하니반가운생각이겹쳐온다.시의길이란한번들어서면어떠한운명일지라도시의길로다시돌아올수밖에없음을절감하게되는바다.
시를읽으며변방의한검객을떠올리지않을수없었다.칼과몸이하나가되기위해온몸을베여가며연마에연마를거듭하다가흐르는물에제낯을비추는검객.시란무엇인가를찾아가는문객으로서의그의여정이그러하다는말이다.

나를앞서간선생들은한결같이
무릇시란몰자(沒字)와무문(無紋)으로빛나는것
문자로쓰는게아니라일러주었건만
성미급한나는
낙필(落筆)부터하려들었다

시간이지나
내가꺼낸말들이돌고돌아
다시나에게와서
얼룩이되기도했다

만들었던무늬를
하나씩지워가는것이문객의운명이다

오래전예언이
내것처럼여겨지는저녁

당분간
나고죽는일을말하지않더라도
얼룩과무늬를분간못하더라도
여전히계격(界格)도구획도없는
시를쓸것이다

얼룩이된무늬처럼
무늬가되는얼룩처럼
아주천천히지워지는
몰골풍(沒骨風)시를쓸것이다
-「저물녘」전문

그가의식하는시란“몰자(沒字)와무문(無紋)으로빛나는것”이다.글을잃고무늬없이빛나는경지가그가지향하는시의세계다.그러니검객을연상케하는문객의운명이란“만들었던무늬를/하나씩지워가는것”일터이다.시란“문자로쓰는게아니라”는성찰은시의문제를존재의문제로끌어올린다.존재를의미있는존재로존재케하는힘을그는시에서본것이다.오랜시간그가시를쓰지못한이유도여기에있을것이다.자신에게돌아와얼룩이되는말들에대한고뇌는영혼의방황을의미한다.얼룩을지워내는일이란한껏부풀어오른시적긴장을유지하면서도간결한시적언어의행보를의미하는것이다.염화시중의미소와같이어느지경에이르러야만서로감지할수있는세계로의진입이그가꿈꾸는시적경지라할수있다.“오래전예언이/내것처럼여겨지는저녁”에시인으로서자신의운명을받아들이고있음을보여준다.자신의언어가얼룩일지라도“몰골풍(沒骨風)시를쓸것이다”라는투철한자기인식은그가서있는시의전선이어디쯤인가를여실히보여준다.치열한인식의싸움터에서얼룩이무늬가되고무늬가얼룩이되는,그러다가모든것이지워져버리는“몰골풍(沒骨風)시를”쓰겠다는의지는시에대한그의생각을단적으로보여준다.몰골풍이란먹이나물감을찍어한붓에그리는화법이라는점을염두에둔다면시적수사니기교를넘어삶의오욕과환희가한데어우러진비의(秘意)를드러내고싶다는것이그의욕망일터이다.“세상제각기장경각인줄모르고/깊고깊게수만권경전끼고사는줄까맣게모르고/쓸데없이허튼데만기웃거렸다”(「없는시를권함」)는진술은젊은날시인으로서자신의태도에대한성찰적고백을담고있다.세상의무엇이나경전을담은집이라는인식은세계를바라보는시점에변화를주게된다.가르고나누어사고하는편협성을넘어통합적으로세계를바로보고자하는시적욕망이몰골풍의시쓰기라할것이다.
-우대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