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낮잠

하염없이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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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타자의 운명을 향한 따뜻한 눈길
2004년 [내일을여는작가]로 등단한 김자흔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하염없이 낮잠』이 시인동네 시인선 169로 출간되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부각하는 김자흔의 시들은 역설적으로 비정하고 냉혹한 세계와 인간들의 넘치는 욕망을 상기시킨다. 경쟁과 약육강식으로 구성된 인간 세계의 생리와는 달리 동물과 식물들은 더 많은 것을 욕망하지 않는다. 김자흔 시인에게 그것들은 단지 더불어 존재할 뿐이다.
저자

김자흔

시인

충남공주에서태어나2004년《내일을여는작가》로등단했다.시집으로『고장난꿈』,『이를테면아주경쾌하게』,『피어라모든시냥』이있다.

목차

제1부

정족의시촉ㆍ13/만져지지않는잠ㆍ14/사막의신ㆍ16/빌려온시간ㆍ18/장미의묵시록ㆍ20/불확실한시절ㆍ22/깊은파면ㆍ24/의미겹겹의층층ㆍ26/촛불날개ㆍ28/죄많은판도라상자ㆍ30/그러다가뚝멈춤ㆍ32/당나귀와함께하는시간ㆍ34/끝내저울질ㆍ36/우린진짜바유였습니다ㆍ38/라테강의동굴벽화ㆍ40/시대적인별리ㆍ42/젖은새가와서ㆍ44/연애하는태양ㆍ46

제2부

비밀스런문ㆍ49/펠리쿨라ㆍ50/봄날의착란ㆍ52/새빨간중심부엔ㆍ54/서로는딱좋게ㆍ56/다만찔레순ㆍ58/싹수노란삼춘기고양이ㆍ60/이기적인장미ㆍ62/겹쳐지는질문ㆍ64/파닥파닥독감ㆍ66/작란하는라디오ㆍ68/뱀과고양이안부ㆍ70/하염없이낮잠ㆍ72/빨간넥타이를맨고양이는ㆍ74/토토의천국(TotLehero)ㆍ76/날마다핑퐁게임ㆍ78/미안해진봄ㆍ80

제3부

정당한연애ㆍ83/팔월과원의둘레는ㆍ84/뜨거워서파멸ㆍ86/누운그림자ㆍ88/모네의아침ㆍ90/그러고도계절ㆍ92/미니멀한내면ㆍ94/일방적리뷰ㆍ96/쓰러졌다일어선봄ㆍ98/그런후에터지는확진ㆍ100/리라별자리ㆍ102/미투혁명展ㆍ104/베스트수갑맨ㆍ106/안경도혁명처럼ㆍ108/밥줄ㆍ110/혼자하는악수ㆍ112/어정쩡한입ㆍ114

해설이정현(문학평론가)ㆍ11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김자흔의시집『하염없이낮잠』에수록된시들은,내면의소란에무심한시간을응시한다.시간의속도는상대적이다.고통을견디는시간과쾌감을만끽하는시간의속도는현저히다르다.또한,시간은모든것을덧없게만든다.인간은나름의의미를부여하는방식으로시간의속도와깊이를조절하고자한다.그러나삶이찰나에불과하다는사실을망각하려는노력은늘실패하고만다.이번시집의1부에는시간앞에서패배할수밖에없었던자들의목소리가담겨있다.시적주체는“가끔은찾아오는시간을긍정시켜보지만”,“빌려온시간은현재를지나/미래를통과해나가버렸다”(「빌려온시간」)고말한다.
타인에게전달되는언어는제대로전달되지못한채휘어진다.사람들은제각각의확신아래자기만의진실을바라보며서로멀어진다.그과정에서타인의고통은축소되고약자의목소리는쉽게묻힌다.소외될가능성을두려워하는자들은불안과공포에쉽게잠식되고감각을닫게된다.그러면서진짜와가짜는뒤섞이고,사람들은“거짓속축제”에익숙해진다.이난장앞에서시적주체는“진실은불행하였으므로오히려거짓잠이편안했”(「장미의묵시록」)다고토로한다.각자가주장하는진실은오해와폭력을낳고,누군가를소외시킨다.이잔혹한과정은언제나합리적인질서로포장된다.그래서이시의화자는“무섭도록벌어진장미의축제”와“진실이라는가면”을거부하고수면제를택한다.수면제의힘을빌려진입한잠의세계에서,시인은시를쓴다.「장미의묵시록」은김자흔시가발원하는지점을보여준다.

진실은불행하였으므로오히려거짓잠이편안했다

언제사라질지모르는위험한노래와
평안함으로오는공포,그리고알려지지않은
삶의건너편,

진실이라는가면에떠밀려대문밖으로나가보면

사방엔온통장미의축제,
무섭도록벌어진장미의축제,

곤경으로누워있던묵시록은
진짜와가짜사이의경계를모호하게지워놓고
거짓속축제를즐겼다

저마다얼굴이넷이고저마다아흔아홉의영혼이
돌이킬수없는날개로
등에기대왔다

이번엔수면제가그의잠을
온전히받아주었다
-「장미의묵시록」전문

아름다운꽃아래숨겨진가시처럼,장미의축제는기만적이다.각기다른진실을신봉하는자들이벌이는축제는지금세계의알레고리일것이다.주체는“생을위해나갔다가생을접고돌아온사람처럼”(「사막의신」)과거의기록,혹은잠과꿈으로향한다.그안에서“예측되지않는시간”(「빌려온시간」)의흐름은잠시유예된다.하지만“잊지않으려고죽은시간을보관”한“검은페이지”를넘기면“어김없이슬픔을맞이하는소리”(「깊은파면」)가들린다.시적주체가확인하는것은시간의파괴력을망각한채소모와탕진에몰두하는자들의아우성이다.“거울과악수하는법”(「혼자하는악수」)을모르는자들은계속‘자기부정’과‘자기애’의악순환에빠진다.

잊지않으려고죽은시간을보관하고있어요
종이위를스쳐간소리엔지난한시간이머물러있어요

검은페이지를걷는시간이나올때면
어김없이슬픔을맞이하는소리가들려요

그옛날인신공양으로처녀를던졌다는잉카의우물이나
귀잘라낸고흐보다더차가운귀머거리고야의
어두운연작그림처럼

어제읽은문구는언제꺼질지모르는
불길한예감으로가득차있어요
-「깊은파면」부분

거리를두고바라보면세상의온갖작란(作亂)들은,무의미한팬터마임(pantomime)에불과할것이다.아득바득살아가는모든생명들은이세계에서부질없이사라질운명을지닌객체에불과하다.시인은작란의풍경에서눈을돌려다른생명들을응시한다.그대상은그동안김자흔시인이지속적으로묘사했던고양이,물고기,암탉,꽃등동물과식물등이다.시인은인간의욕망과질서로는설명하기어려운자연의움직임과세계의소음을대비시킨다.
-이정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