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키스를 누가 홈쳐갔을까

나의 키스를 누가 홈쳐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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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함제미인의 약속
1993년 등단 이후, 독특한 시세계로 주목을 받아왔던 정영숙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나의 키스를 누가 훔쳐갔을까』가 시인동네 시인선 170으로 출간되었다. 보이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 가령 신과 예술과 사랑 같은 것들을 위해 정영숙 시인은 시를 쓴다. 보이지 않는 것을 구원하는 것, 두 극 사이에 가치의 균등을 회복시키는 성스러운 대조의 법칙으로 정영숙의 시는 나아간다. 이 시집에는 정영숙 시인의 시가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저자

정영숙

대구에서태어났다.1993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으로『볼레로,장미빛문장』『황금서랍읽는법』『하늘새』『옹딘느의집』『물속의사원』『지상의한잎사랑』『숲은그대를부르리』,활판시선집『아무르,완전한사랑』,산문집『여자가행복해지는그림읽기』가있다.〈목포문학상〉〈시인들이뽑은시인상〉〈경북일보문학대전상〉등을수상했다.한국시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한국가톨릭문인회회원,〈시터〉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불멸의독서ㆍ13/황금빛나무를그리다ㆍ14/수박이아프다ㆍ16/입밖으로날아간물고기ㆍ18/TheLoveissomethingㆍ19/시를찾아서ㆍ20/라스코벽화ㆍ22/마르셀뒤샹의체스판ㆍ24/연꽃화엄경ㆍ25/로열플러시ㆍ26/수선화웃음으로그가오신다ㆍ28/카사블랑카ㆍ30/마음의창ㆍ32/자화상ㆍ34

제2부

살아야지살아야지ㆍ37/CROSSROADSㆍ38/그때그여름은없네ㆍ40/희망의전언ㆍ42/Lasetedivivereㆍ44/잠자는뮤즈ㆍ46/아다지오ㆍ48/1935년,〈제비〉다방스케치ㆍ50/우리함께알람브라궁전으로갈까요ㆍ52/몰도바ㆍ54/중세속으로들어간여자ㆍ56/즈스위말라드(JesuisMalade)ㆍ58/동백꽃이피어나는겨울아침ㆍ60/즈떼므ㆍ62

제3부

사랑앞에서는모든공간과시간이사라지는법ㆍ65/반쪽심장ㆍ66/이클립스ㆍ68/태양에게보내는마지막편지ㆍ70/고망(古莽)의나라ㆍ72/보이지않는나무ㆍ73/DrawingintheAirㆍ74/유월의바퀴살ㆍ76/봄꿈ㆍ78/우수(雨水)ㆍ79/이많은토끼풀을언제다먹을수있을까ㆍ80/누가나를이부름나무아래로?ㆍ82/쿠마에의전언ㆍ84/압화(押花)ㆍ89/푸른별,나의물독ㆍ90

제4부

허공백지ㆍ93/클라인병만들기ㆍ94/함제미인ㆍ96/만복사(萬福寺),봄꿈ㆍ98/백성스님의학춤을보고ㆍ100/모란한송이에담긴기억ㆍ102/태엽이나를감고돈다ㆍ103/12월은나무가뚝뚝부러지는달ㆍ104/다음생에는무채색당신을만나겠습니다ㆍ106/통도사에서읽는시ㆍ108/벽암록흉내내기ㆍ110/저승과이승과의거리30cmㆍ112/사랑ㆍ114

해설김정배(문학평론가,원광대교수)ㆍ11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시는일종의척독(尺牘)이다.시간과시간이서로의마음을나누는곁눈질의서간문이다.마음을드러내되다드러내지않으니,시를읽는마음이때로애달프다.간절함은두말할나위없다.짧은편지형식의글에시의진심을담고,함축된메시지를전하다보니,그간절함또한배가된다.정영숙시인의이번시집또한이와닮았다.그녀가시인의말을통해전한함제미인(含?美人).눈길고운미인이라는뜻으로,수선화가언제고운자태를드러낼것인가의의미를담는다.이왕말을꺼냈으니,함제미인과관련한황산(黃山)김유근과자하(紫霞)신위의이야기를마냥지나칠수없다.황산이신위에게보낸편지내용의서두는다음과같다.“매화의일은이미지나가고,수선화는아직꽃을피우지않았습니다.너무적막하여마음을가누기어려운아침입니다.”(梅事已?,水仙未花,正是寂寥難遣之辰.)뜻을풀면,분매(盆梅)의매화꽃은이미시들고,구근에서올라온수반위수선화꽃대는아직꽃을피우지않았다는말이다.어디에도마음의적을두지못한황산의애달픈그리움과갈망이그대로전해진다.그런와중에황산은문득신위가생각났음을고백한다.김소월시의한구절처럼“그립다/말을할까/하니그리워”(「가는길」)진셈이다.이에신위는한수더떠편지에대한답장으로‘수선화’와관련한시세수를황산에게지어보낸다.이중둘째수의내용은이렇다.“얄미운매화가피리연주재촉터니,고운꽃잎떨어져푸른이끼점찍는다.봄바람살랑살랑물결은초록인데,눈길고운미인은오는가안오는가?”(無賴梅花笛催,玉英顚倒點靑苔.東風吹?水波綠,含?美人來不來.)신위는황산에게매화는가고수선화는오지않은주춤한정경속에서,수선화가필때만나자는약속을전한다.서로간의함축적인약속이담긴척독을확인하는순간이다.함제미인에대한옛문헌의에피소드는황산과신위의것이기도하지만,어쩌면정영숙시인의이번시집을대변하는중요한키워드이자약속의상징이기도하다.

매화지는밤
고월(孤月)로떴습니다

당신이다니시는고샅길
비오면허리까지차는골가실냇물
밤이슥토록푸른대숲비추는

매화꽃흩날리는밤
타다만비파줄로남았습니다

달밝은밤,맑은술한잔에
행여그대긴손가락울릴까
험한재굽이굽이힘들때
혹여둥근음에쉬어가라시며

청아한피리소리
휘영청고월에걸리는밤

천년벼루속푸른달빛찍어그리는
흰화선지속
함제미인(含?美人)이고싶습니다
?-「함제미인」전문

이시집에서함제미인에대한의미가가장직접적으로드러난작품이다.표면적으로는‘나’와‘당신’혹은‘그대’를통해서로를구분하는듯보이지만,인용한시에서함제미인은수선화의기본적인의미를그대로수용한다.수선화는대표적인‘나르시시즘’(Narcissism)의상징이다.자기애적욕망을투영하는꽃으로불린다.그리스신화의미소년‘나르키소스’가연못에비친자기미모에반해빠져죽었다는전설을함의하기도한다.그자리에피어난것이바로미소년과같은이름의꽃,수선화(나르키소스)인셈이다.이작품또한앞에서언급한황산과신위의이야기가내포되지만,마지막부분에서다른질감의의미를도출해낸다.나르키소스가연못에비친자신의모습을들여다보듯시인또한“천년벼루속푸른달빛찍어그리는/흰화선지속/함제미인(含?美人)”을갈망해낸다.주지하듯정신분석학혹은신화적관점에서나르시시즘은자기애적욕망으로규정된다.하지만시인은이를자신이지나쳐버린미래의시적욕망과앞으로마주할사랑의노래로치환시킨다.그런관점에서본다면‘매화’와‘수선화’가피는그사이에서의감정은이시집에서주목해서봐야할부분이다.함제미인에서등장하는매화또한그사이에서어룽거리는,일종의약속의도정이자시적그리움이되기때문이다.동시에내가되찾아야할과거의나의모습이거나너의모습이기도하다.예로부터매화의열매는남녀의결합을상징하는주화(呪花)또는주과(呪果)로인식되었다는점이이를방증한다.
그렇다면정영숙의이번시집에서‘매화’와‘수선화’는어떤모습으로그려지고있을까.매화와수선화가시인의심리상태를적극적으로담보하는상징물임을고려한다면,“어느새눈물젖은매화꽃잎”(「압화」)이라든가,“매화꽃흩날리는밤/타다만비파줄로남”거나“매화꽃환한봄날/눈부셔앞이보이지않”(「만복사(萬福寺),봄꿈」)는다는표현은시인이지닌심리적기제를그대로은유화시킨다.대표적으로「만복사(萬福寺),봄꿈」같은작품에서는조선전기김시습이지은한문소설「만복사저포기」에스민양생의사랑스토리를시적차용하여기다림과애달픈마음을극대화한다.시인은여기에서도매화를두고“눈처럼새하얀저꽃잎은/세월의긴망치로하얗게두들겨편/삼천년기다림의은빛서간”이라고묘사한다.이러한시의전개방식은마치황산과신위가나눈서간문의내용처럼정확한의미의일치를보인다.나아가황산의척독에신위가시를지어보냈듯이시인또한그마음을함제미인의뜻에담아전하는데,가령“검은나뭇가지위눈꽃으로피어난매화꽃잎”(「입밖으로날아간물고기」)은시인이갈망하는시에대한애절한그리움의변별점으로작용한다.이미시인이언급한것처럼괴테의시「첫상실」의의미를빌린“아,누군가그아름다운나날들을되돌려주오!”(「수선화웃음으로그가오신다」)라는메시지로자신만의족적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