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족보 (임채성 시집)

야생의 족보 (임채성 시집)

$10.00
Description
자본과 기계의 풍경, 그리고 신화적 상상력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한 임채성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야생의 족보』가 시인동네 시인선 171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의 근저에는 자본/인간, 문명/야생, 반생명/생명의 이항 대립의 구조가 있다. 그는 모든 생명을 사물화하는 자본-기계의 어둡고 황량한 풍경을 목도하면서, ‘야생의 족보’에서 출구를 찾는다. 야생의 족보는 신화적 상상력에 의해 더욱 보강되며, 이 황폐한 세계에 생명성의 건강한 집단 무의식을 소환한다.
저자

임채성

시인

경남남해(창선도)에서태어나동국대국문학과를졸업했다.2008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세렝게티를꿈꾸며』『왼바라기』,시선집『지에이피』가있다.정음시조문학상,오늘의시조시인상,중앙시조신인상,한국가사문학대상등을수상했으며,현재〈21세기시조〉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층층시하ㆍ13/스무살의사지선다(四枝選多)ㆍ14/이카로스의날개ㆍ15/선녀와나무꾼ㆍ16/송아기와송아지ㆍ17/나는댕댕이로소이다ㆍ18/호상(好喪)ㆍ20/대치동ㆍ21/스타벅스,스타벅스ㆍ22/하현달ㆍ23/둥지ㆍ24/땅의연대기ㆍ25/카인의땅ㆍ26/18시33분ㆍ27/달팽이의주소ㆍ28

제2부

딸랑딸랑ㆍ31/아메바ㆍ32/꽃마니ㆍ33/호모포에티쿠스ㆍ34/대왕암앞에서ㆍ35/청동검의노래ㆍ36/웰컴투헬ㆍ38/졸피뎀의시간ㆍ39/혼술ㆍ40/옹이박이ㆍ41/배,탈ㆍ42/그렇게,남자ㆍ43/무임승차ㆍ44/사나이의바다ㆍ45/종이컵ㆍ46

제3부

69ㆍ49/겨울지오피ㆍ50/경의선북행전철ㆍ51/4·19탑앞에서ㆍ52/울돌목노을ㆍ53/겨울정동진ㆍ54/청령포ㆍ55/묵언화법ㆍ56/월정리역에서ㆍ58/두루미마을에서ㆍ59/욕지도ㆍ60/백야의숲ㆍ61/박혁거세의불ㆍ62/봄,2020ㆍ63/절집이야기ㆍ64

제4부

야생의족보ㆍ67/개찌버리사초ㆍ68/달맞이꽃ㆍ69/남방큰돌고래ㆍ70/연어처럼,여우처럼ㆍ71/이팝꽃ㆍ72/낙지ㆍ73/민달팽이에게ㆍ74/아무르장지뱀ㆍ75/강아지풀ㆍ76/버자이너모놀로그ㆍ77/보금자리ㆍ78/백두가솔송ㆍ79/달과의대화ㆍ80/날아라,두루미ㆍ81/들개ㆍ82

제5부

코로나시대의사랑ㆍ85/폭염주의보ㆍ86/홀로코스트ㆍ87/폐곡선의하루ㆍ88/말복(末伏)ㆍ89/다시,광복절ㆍ90/제주동백ㆍ91/성산봉일출ㆍ92/백록의눈물ㆍ93/한모살ㆍ94/빌레못굴연대기ㆍ96/가시리ㆍ100/목시물굴의별ㆍ102/달하노피곰도다샤ㆍ103/사랑이사랑에게ㆍ106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ㆍ107

출판사 서평

엘리엇은「프루프록의사랑노래」에서도시의황량한저녁하늘을“수술대위의마취된환자”라고은유한다.그런저녁은“반쯤버려진거리”,“하룻밤싸구려여인숙”,“굴껍데기와톱밥이깔린식당”을배경으로펼쳐져있다.임채성이『야생의족보』에서그려낸풍경의한쪽은이보다훨씬더잔혹하다.그것은‘탈진사회’에서지치고지쳐쓰러지기일보직전인사람들의모습인데,그들의삶은무한경쟁,완강한계급구조,저임금,주거불안,출구가없는인생속에서,속수무책이다.열린사회는틈새와탄력이살아있는사회이다.시장자본주의,독점자본주의시대만하더라도시스템의족쇄는상대적으로헐거운데가있었다.그러나후기자본주의사회엔빈틈이없다.그것은자본-기계의촘촘한격자(grid)안에사람들을밀어넣고이윤의스위치를올린다.사람들은무한경쟁,최대이윤을극대화하는회로안에서로봇처럼움직인다.기능만남은삶속에다른출구는없다.‘열심히일하면잘살수있다’는구호는먼옛날의잠꼬대가되어버렸다.잘살고못살고는개인의근면성이아니라시스템이결정한다.시스템의상부에는극소수의운좋은인간들만이들어가있다.나머지는뛰어봐야벼룩이다.임채성은이살벌하고쓸쓸하며돌이킬수없는탈진사회의끔찍한현실에주목한다.

사람위에사람있고
사람밑에사람있다

찬물도쌍둥이도위아래가있다던가,상하좌우뒤집기가금지된욕실에서목과허리굽혀얻은몸속의찌끼들을정화의식치르듯아래층에쏟을동안,

누구냐?
내머리위에똥물을끼얹는이
-「층층시하-다큐와르포사이·3」전문

이시집의첫작품은이렇게요지부동의수직적계급구조를그리는것으로시작한다.효율만중시하는사회의인간관계는‘위아래’만있고‘옆’이없다.수직의절벽같은계급구조는사람의‘곁’을허락하지않는다.계급-절벽의최상부에있지않은모든사람은“머리위에똥물”을이고산다.자본-기계를가동하는계급의이촘촘한구조를시인은“층층시하”라부른다.계급의층위마다특별한역할과차별적소득들이부여되고,이위계의“상후좌우뒤집기”는엄격히“금지”되어있다.시인은이살벌한풍경을“다큐와르포사이”라부름으로써,사실성을강화하고비유성을약화한다.‘제발,(비유가아닌)사실그대로의이모습을들여다보라’는것이다.

자동차그림자가컵밥그릇밟고간다
동공을쏘는불빛편두통을일으키고
가슴엔타이어자국
문신처럼새겨진다

불면이홰를치면찾아드는짙은허기
태양에가까워지려밤을밝힌도시에서
별은또빛을잃은채
어둠에묻혀간다

나는법을잊어버린고시원비둘기가
이력서에쏟고쏟는빙점밑강물소리
무궤도별똥별하나
한강으로떨어진다
-「이카로스의날개」전문

“컵밥”은최소한의기능만남은음식이다,거기에향유의즐거움은없다.값싸고간편하게먹을수있으므로시간에쫓기거나가난한사람들이주로애용한다.“자동차그림자”는폭주하는자본과계급의상징이다.그것은가동에방해가되는모든것의가슴을뭉개고그것에“타이어자국”을문신처럼남긴다.“고시원”은자본-기계가무력한하위주체(subaltern)에게허락한“층층시하”의한공간을상징한다.자본-기계는하위주체들이정해진컨베이어벨트밖으로나가는것을허락하지않는다.무수히써대는“이력서”는자본-기계의선택과배제기제의앞에서무력하기짝이없다.태양가까이날아오르다날개가녹아내려버린이카로스처럼,탈진사회의하위주체들에겐상승이허락되지않는다.자본-기계가정해놓은길외에다른길이없으므로그들은사실상“무궤도”의삶을사는것이나다를바없다.수직적탈진사회에서그들에게주어진것은‘추락’밖에없고,그들의쓰러짐은“별똥별”의사라짐처럼덧없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