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의 흔적

비대칭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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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이자 한 사람의 과학자가 시도하는 은밀한 연금술
2007년 《월간조선》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익진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비대칭의 흔적』이 시인동네 시인선 172로 출간되었다. 한서대학교 항공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익진의 시는 예술과 과학의 연결이 아니라 예술이 과학을 상보하고 과학이 예술을 상보해가는, 서로가 서로를 넘어서면서 어느 쪽의 색깔도 고집하지 않는 내면적 사유의 실천이다. 가시적이면서 객관적인 세계에 대한 깊은 인식이 돋보이는 김익진의 이번 시집은 시의 영역을 우주까지 한층 넓혀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

김익진

경기가평에서태어나독일에서재료공학을전공했다.2007년《월간조선》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회전하는직선』『중력의상실』『기하학적고독』『사람의만남으로하늘엔구멍이나고』와수필집『수백억광년의사랑』등이있다.현재한서대학교항
공신소재공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제1부

별에서보면ㆍ13/예민한언어ㆍ14/시작도끝도없다ㆍ16/당신은소수ㆍ19/비대칭의흔적ㆍ20/양자우주ㆍ22/세입자가불을켰을때ㆍ24/한우주에서다른우주로ㆍ26/우리가하지않은일들ㆍ28/더스테이션ㆍ30/하늘은내어깨를부수고있지만ㆍ32/떨림의근원ㆍ34/마이크로코스모스ㆍ35/오래된독수리뼈에시를뱉으며ㆍ36/깊은우주ㆍ38/수백억광년의사랑ㆍ40/퍼레이드의근거ㆍ42/양자물리사랑ㆍ44/마음은탐험되지않은은하ㆍ46/작은벌레ㆍ48

제2부

새들은오지않았다ㆍ51/요나처럼ㆍ52/화학은무정부주의자ㆍ54/별자리를유지하라ㆍ56/우리는작은액정만본다ㆍ58/소금ㆍ60/견딜수없다ㆍ61/숲의랩소디ㆍ62/잘못된포크를사용하는이유ㆍ64/신은불완전하다ㆍ66/우주의이중성ㆍ68/겨울밤ㆍ69/빈행성의공포ㆍ70/겨울산ㆍ72/수학은악기다ㆍ74/하늘이궁금하다ㆍ76/낮잠ㆍ78

제3부

알수없는미래ㆍ81/나의계정ㆍ82/세렝게티ㆍ84/당신ㆍ86/지구가하나이기때문에ㆍ87/SNS사랑ㆍ88/하늘은음모를꾸미지않는다ㆍ90/우연히만나던날ㆍ92/나쁜생각으로눈이떠질때ㆍ94/만남도없는이별ㆍ95/도발적인상상ㆍ96/달은당신을근심에빠뜨린다ㆍ98/예쁜여자ㆍ100/사랑의중력ㆍ102/어둠이곁에앉았다ㆍ103/계약ㆍ104/맥박ㆍ106/귀향ㆍ108

해설신상조(문학평론가)ㆍ10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그동안김익진시의해설은일관되게시인의외적인경력을밝히는데서부터시작되어왔다.물론그것이독일에서재료공학을전공하고현재항공신소재공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는,시인으로서는다소특이한이력때문만은아니다.시인의소박한일상과개인적체험을서정적으로형상화한첫번째시집『회전하는직선』에서부터예술의전유물인상상과과학의전유물인기술의접목이뚜렷해서일것이라고추측한다.시에서‘확률’이나‘기하학’,‘양자물리학’과같은용어들이일반적이지도않거니와,무중력이거나중력의시공을유영하는것과관련한우주적명제들이김익진의시를뒷받침하는사유와인식의틀이되어왔음은분명해보인다.흔히‘우주적상상력’으로일컬어지는김익진시의특이성은,그의시를설명하는구심점이자중력으로기능하고있는것이다.
하지만과학과예술을이분법적으로구분하려는시도는이둘사이에우열은없다고말하면서도사실상과학은정신적능력이없음을은연중지적함으로써예술의편에서는방식이다.이는지식과논리보다직관적통찰이나감성적문체를편애하는태도이기도하다.김익진의시는예술과과학의연결이아니라예술이과학을상보하고과학이예술을상보해가는,서로가서로를넘어서면서어느쪽의색깔도고집하지않는내면적사유의실천이다.세상은시인과과학자로나뉘는게아니라자아라는소우주에주목하는내향성을가진자인가아닌가에서그유별함이드러난다.한편으로시인은모든시편을자신이라는소우주로채울수있지만그의기량이탁월하게드러나는형식을선택하기마련이다.그가자신의내면을어떻게전달하고공유할것인가에대한해답으로자신에게익숙한도구를선택함은일견당연하게여겨진다.시에서과학은낯선도구다.낯선도구는낯선예술을만든다.김익진에게는우주적상상력이야말로자신을가장잘표현하는형식인셈이다.

지구의절반은밝음
다른한쪽은어둠

무한대
하늘끝자락

무게의변화없는
회전속,나를잡고있는궤도
반복되는일출

약간은쓸쓸한감옥
권태와지루함,
중력에잡힌삶

그러니서로사랑하라하지요

우리의춤은왈츠보다큰
공간의음악,
아담의노래

어둠속으로날고있는궤도는
혼돈뒤에고요함

비대칭의흔적
-「비대칭의흔적」전문

시집제목으로삼은작품이기도한「비대칭의흔적」은과학과문학이접목된김익진시의특성을효과적으로보여준다.비대칭은대칭이아닌것,또는대칭을이루지못하는것이다.물처럼양이증가한다고행복이증가하는건아니지만급감하면고통을주거나,있을땐소중함을모르는데잃고나면회복하기가어려운건강등은비대칭의실제적사례다.이러한사전적지식에도불구하고김익진시에서의비대칭이갖는의미는모호하다.이모호함을극복하기위해우리는한편의영상을보듯이이시를동적인이미지로시각화한후그것을지켜보는상상을할필요가있다.요컨대시의1연과2연은지구를타자로설정한다.그런후,지구를한초점으로하면서지구주위를도는타원궤도에서가장먼지점인원지점에위치한시선으로지구를느리게비추고있다.
「비대칭의흔적」과유사한방식의작품으로써미디어예술가샘테일러우드(SamTaylor-Wood)의동영상을들수있다.이작품은탁자위에과일을쌓아놓고그것이점점썩고메말라서사라지는과정을카메라로촬영하여60배속으로빠르게돌린영상물이다.과일에서서히푸른곰팡이가피고진물이흐르고구더기와파리가들끓다사라진후,진물도마르고과일의흔적만검은상흔으로남은이작품의제목은〈정물화StillLife〉(2001)다.카메라와시간을이용한이미디어예술을힌트삼아이제우리는김익진의시를다시들여다볼필요가있다.시의눈이우주적거리의외부에서카메라처럼비추고있는지구는무한대의공간속에서고요히떠있다.
그러나실상지구는자전축을중심으로하루에한번씩,서쪽에서동쪽으로어마어마한속도로회전하는하나의구체(求體)이다.영상은문학에소리를덧입히지만,반대로김익진의시는소리를철저히소거한채정적인움직임만을보여준다.그것은“공간의음악,/아담의노래”이므로실로우리의가청권밖이다.지구의외부를향하던시선은지구내부의‘나’로초점을이동한다.소리가소거된영상속에서중력에사로잡힌‘나’는우주적시공간과동일시되는‘우리’로확장되고,우주의리듬과동일시된‘우리’는다시인류의기원인‘아담’으로수렴된다.과학이논리를초월하는순간과학은시가된다.비대칭이라는실제적조건속에서살아가는우리가,“그러니서로사랑하라하지요”라는시의전언을교훈이아니라공감의정서로감각할수있는이유는이러한신비로움에있다.
지구의중력은달에비해6배다.지구에서물건이낙하하는속도가달의여섯배라는말과도같다.시는이러한지구의중력에잡힌삶을한계의다른이름인‘감옥’이라고표현한다.중력을벗어날수없는지구는,아니한계를지닌아담으로대표되는인간은과거의흔적에불과한존재로써현재를살다가,부재로인한상실감을후손에게유산으로남기고가는지도모른다.이렇듯김익진의시는과학기술이문학에유비적사고의영감을전해주는양상을나타낸다.정리하자면「비대칭의흔적」에서‘비대칭’은지구라는행성에서살아가는존재의유한성을,‘흔적’은존재의부재로인한상실감을환기한다.시는유한한존재들의한계와소멸의비애를말하려우주속의지구를거대하고단순한형태로조망한다.그것은실재를초과하지만이미지로구축된가상의시뮬라크르((simulacre)가아니라실재그자체다.그리고이러한설정은우리에게마치사차원의세계에서유영하는것같은신비로운느낌을선사한다.

■시인의산문

꽃잎에물방울이매달려있다.
고요하다.
곧터질듯미세입자로가득하다.
꽃은고요하지만단호하다.

우주는격렬함이전의순간처럼소용돌이치고
태초의시간은이미먼곳에가있다.

선과점사이에서
나는언제나이별중

기다림은우주의에코,
모든과거는개인적인신화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