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서상민 시집)

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서상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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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깨진 거울 속의 숭고함을 찾아서
2018년 《문예바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상민 시인의 첫 시집 『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이 시인동네 시인선 174로 출간되었다. 서상민의 시는 눈에 보이거나 말해지는 것 너머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규격화된 정서나 통약 가능한 세계 인식 너머에 사물과 말의 참된 세계가 있으리라는 그의 믿음은 앞으로도 그를 계속 흔들거리는 자세로 서 있게 할 것이다.
저자

서상민

시인

경기김포에서태어나한국외국어대독일어과를졸업했다.2018년《문예바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운동장의표정ㆍ13/목자는외출중ㆍ14/둥근삼각형ㆍ16/사과와식탁ㆍ18/마술사의탄생ㆍ20/나비잠ㆍ22/오해ㆍ24/눈먼사진사ㆍ26/배에관한몇가지오해ㆍ28/검은모자에서꺼낸흰나비처럼ㆍ30/별들의무덤ㆍ32/폐타이어ㆍ34/죽은새ㆍ36/랜섬웨어ㆍ38/느낌들ㆍ40

제2부

당신의행방ㆍ43/저울ㆍ44/수평잡기ㆍ46/새가울다ㆍ48/바닥ㆍ50/한낮의광장에는ㆍ52/마흔ㆍ54/철새ㆍ56/못ㆍ58/단풍나뭇잎ㆍ60/오래된책ㆍ62/붉은꽃ㆍ64/실어(失語)ㆍ66/사람들ㆍ68


제3부

그녀라는문명ㆍ71/혀의방식ㆍ72/페이스북ㆍ74/오전9시ㆍ76/토끼의간ㆍ78/깨진거울ㆍ80/시요리ㆍ82/판테온ㆍ84/비포장도로ㆍ86/잠의속도ㆍ87/낮,숲ㆍ88/k의공식ㆍ90/관계자외출입금지ㆍ92/들녘ㆍ94

제4부

풀뿔ㆍ97/완성되지못한시ㆍ98/애월,눈내리는ㆍ100/아직오지않은당신ㆍ102/툭툭ㆍ104/오줌을누는동안ㆍ106/그후로오랫동안ㆍ108/공부안하기ㆍ110/봄밤ㆍ112/모르는사람ㆍ114/풀뿔2ㆍ116/신용카드ㆍ118/돈벌러가ㆍ120/빗소리ㆍ122

해설우대식(시인)ㆍ123

출판사 서평

이세계는진실인가거짓인가.어쩌면신을통해세상을비추어보던시대의인간들은타율적일망정더행복했을수도있겠다는생각을서상민의시집『검은모자에서꺼낸흰나비처럼』을읽으면서하게되었다.그의시집이인간과신에대해이야기한다는의미에서가아니라,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이곳과저곳사이의경계를떠돌며깨진거울을들고단하나의거짓말이야말로진실이라는주문을외는시적주체의모습을하고있기때문이다.이시집의주요재제이기도한마술사에대한시적형상화는근대의합리적주체에대한회의를떠올리게한다.칸트로하여금무한한감탄을자아내게했던‘하늘에반짝이는별과마음속의도덕률’이라는완벽한세계는이미상실된상태이다.결국근대적인간들이상정해놓은절대적진리의세계란허구에불과하다는인식은인간들로하여금또다른세계를탐구하게한다.이랬을때예술적탐구는크게두방향으로나가게된다.그하나가근대적동일성의세계로부터탈주하는아방가르드예술론이며,다른하나는여기너머의본질적인세계에대한탐구라할수있다.그런의미에서서상민의시를읽는일은잃어버린낙원을찾아가는여정이라할수있겠다.거짓말과참말은진실로거짓말과참말인가하는물음에동참하는일인것이다.
『검은모자에서꺼낸흰나비처럼』에는언어혹은말과관련된여러편의시들이있다.세계를이해하는가장일반적인방식이언어라는사실은자명하다.그러나언어야말로구조된세계를강제하는가장강력한도구라는사실역시도분명하다.세계에대한앎의근원이언어로부터시작되는까닭이다.

새가식탁위에앉아있다
다문부리에서파란(波瀾)이흐르는
쭈글쭈글해지고거뭇한새가
있었다는색을지우면
공중이된다

식탁위에사과가놓여있다
어두운뿌리를격발시켜하늘이되는나무와숲
바람을피력(披瀝)하는새가날아와
사과를쪼아먹는다
목질의무늬가굽이쳐솟는
반질반질한표면위로
수만세기의별들이돋아사라지는식탁
사막의모래는바다로변하고
식탁위에서사과가날개를편다

사과위에식탁이놓여있다
식탁이사과를으깨지않는것은
깊은수심때문
어디선가망각의지느러미를펼쳐
새가날아오기때문

식탁이사과의문을연다
사과가새를몸안으로품는다
사과속씨방에까만부리들이눈뜨고
식탁이사과나무로자란다
새가주렁주렁달린다
-「사과와식탁」전문

이시는의미망을따라갈필요가없다.메시지를이해할수있는인과는어디에서도발견되지않기때문이다.시의이해를위해연구분에따라시를정리해보면다음과같다.1연에서식탁에앉은새의부리에서는물결이치고새는공중이된다.2연에서는식탁에사과가놓여있다.바람을자처하는새가날아와사과를쪼아먹는다.식탁의표면위로별들이돋았다가사라지고식탁위의사과는날개를편다.1연과2연의정확한의미파악은물론힘들다.다만식탁위에새가있고사과가놓여있다는전제자체는현실적으로수긍할만한일이다.적어도시가가시적인세계에서출발했다는것을알수있다.그러나3연에오면상황은또다르다.사과위에식탁이놓여있는역전의상황이발생한다.식탁이사과를으깨지않는것은수심때문이며새가날아오기때문이다.수심이식탁의수심인지사과의수심인지알길이없다.설령안다고해도의미의구성과관련이없다.그무엇이어도현실적인의미맥락으로부터는멀어져있기때문이다.4연에서는식탁이사과의문을열고사과가새를품는다.식탁이사과나무로자라고새가주렁주렁달린다.3연과4연은1,2연에비해상상력의비약이더강화되어있다.그이유는기호때문이다.소쉬르는기호는기표와기의로결합되어있으며그관계는자의적이고비고정적이라고했다.3,4연의비약은일반적기표와기의관계를무시한데서비롯된다.기표에대해기의는흘러가다가어느지점에서고정점이생긴다.이것은주체나의미가생성된다는의미이다.또한기표와기의는다양하게결합되고심지어고정점에대해서도다르게해석하기도한다.문제는언어로표현되지않은언어의바깥에대해서는사유할수없다는점이다.약속된기표와기의의자의적관계를무시함으로써“사과가식탁위에놓여있”을수있으며,“식탁이사과의문을”열수있게되고“식탁이사과나무로자”랄수있게된다.이러한인식은기표에고정된기의를거부하는끝없는가역적관계의설정이라는점에서차이의놀이이며기표의놀이라고할수있다.다른차원에서본다면벤야민이말한아담의언어에대한지향이라고도볼수있다.타락이전의언어로서아담의언어에대한지향은사물의본질에대한탐구라할수있다.은유체계에갇혀버린언어의감옥으로부터사물을꺼내고싶은욕망이자리하고있는것이다.
-우대식(시인)

■시인의산문

아름다움의가장근친인언어는‘불안하다’는말이아닐까?아침에일어나니새는보이지않는데새울음소리공중에가득하다.그소리는그지없이아름답고불안하다.어떤것들은아는순간시시해져서모르는게좋은때가있다.모르는것들에는오해의속삭임이깃들어있다.오해에대한매혹과집착은어느정도무지에힘입어있다.매혹과긴장의순간은지나친과잉이거나결핍의시간이며타협할수없는불안한순간이다.아름답고불안한것들이여부디융성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