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이윤승 시집)

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이윤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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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결코, 정주(定住)할 수 없는 삶을 위하여
2014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윤승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50으로 출간되었다. 이윤승의 시집은 ‘이미 지나왔으나, 미완인 길’에 대한 성찰과 ‘이미 떠났지만, 아직 머무르고 있는 옛집’에서 비롯한 사유의 탐색적 발견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갈 뿐이라는 시간의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이때 시인이 창조하는 시적 시간은 ‘옛집’의 이미지 틈으로 번져 지금-여기를 따스하고 애틋하게 적신다.
저자

이윤승

시인

전남완도에서태어나2014년《제주작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눈가에자주손이갔다』가있다.현재제주작가회의회원,〈한라산문학〉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마르코폴로산양13/벽도창공이될수있다고못은생각했다14/네가햇살이될때까지16/백년후18/사랑이거나다른종(種)이거나20/문장의적요22/붓24/저녁노을25/옷의사유26/휘파람28/남쪽섬30/방향이다를뿐32/해국234

제2부

솔꽃37/사과38/나무시계40/아버지가자라고있다42/하루의장례식44/예덕나무앞에서46/슬픔을말아먹었다47/바람꽃이름으로48/너에게만말해줄게50/통점53/세입자54/다이어트56/살구나무58

제3부

들꽃61/안녕분홍62/밤,구조신호를받다64/모란66/말매미새집에들다68/강가에서있었다70/채무자72/고백73/오늘의청년74/휘파람새여자76/노란시간78/정선으로간여자80/진구82/노란소국84

제4부

나의방식87/그무렵마흔살88/다시봄,이승악숲길90/빗살토기92/설중매93/노랑나비떼94/용머리해안96/젖다98/다시안동에서99/빨간장미100/등대2102/행운동103/산그림자104

해설고영(시인)10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길끝에는집이있다.그러나모든길이집에서시작하는것은아니다.따라서모든길끝에반드시집이있어야한다는것은명백한배리(背理)다.집과길은평면의두점으로이어져있지않다.오히려시공간에서끈적한액체처럼‘사이’를유동하게하는두힘이라고해야한다.시인에게집과길은모두언어와관련한다.집은존재의근거로서언어이고,길은존재를존재하게하기위한‘짓기’과정의은유이다.집과길은원형이미지지만,존재근거로서언어와‘시작(詩作)’이라는유동하는‘사이’를제거하면다양한변주가가능해진다.
이윤승시인의시집,『사랑이거나다른종이거나』는‘이미지나왔으나,미완인길’에대한성찰적이미지로가득하다.또한‘이미떠났지만,아직머무르고있는옛집’에서비롯한사유의탐색적발견으로가득하다.시인은존재를유동하게하는두개의근원적힘으로서‘집과길’을임의지점에올려놓고수시로시간을왜곡한다.과거에서현재를거쳐미래로흘러갈뿐이라는시간의고정관념을거부한다.이때시인이창조하는시적시간은‘옛집’의이미지틈으로번져지금-여기를따스하고애틋하게적신다.그러나균형이무너지는순간,시간은시인의분발을요구하고채근한다.길위에서의사유는갈라진곳과끊어진지점에대해골몰할수록더깊어진다.이윤승시인은자신의근원과시인으로서의지향이갈라선지점,혹은그것이전혀다른질감의이미지로표출되고있음을충분히자각하고있다.그런관점에서볼때이번시집은이두힘과사태‘사이’에서고심한기록이며,자기자신을오롯이비추는‘등대’를세우고자하는간절한염원의결정(結晶)이라고할수있다.

벽안에갇힌채
어둠을단물처럼음미하면서단련되었다
단련된다는것은콘크리트의이빨이다빠지도록
살아내는것이다

비명을끌어안은나뭇등걸처럼
그는전생의어느망치로살았길래
지금은되돌려져못이되었나

녹슨시간들이벽안에실핏줄처럼번져있다
오도가도못했다는
그림자같은말만하고있다
벽안의소심한주관자임을자백하고있다
저벽을들어올릴수는없을까

백년후쯤
벽이바스러져조금씩가루로흩날릴지도모른다
언젠가는콘크리트같은단단한벽을돌다리처럼
딛고건너는날이올지도모른다

오지않을시간일지라도
허방이라해도기다릴것이다
확률은낮겠지만
이미너무늦었지만
-「백년후」전문

위시는‘벽’이라는매개체를통해주체와객체가뒤바뀌는순간의경험을형상화한작품이다.‘벽’은단단한질감만으로도충분히위압적이며그견고함은시간마저차단할수있을것같다.하지만‘못’은‘벽’이세워진이후에설정이가능한존재이며,기능이다하면언제라도뽑혀쓸모를다할한시적존재로여겨진다.시인은이일반성에‘백년후’라는시간을대입하여사태의전모를다른방향에서바라보고생각한다.다른시각으로해석한다고해도무방하다.‘못’은비록“벽안에갇힌”무력한존재지만또한“어둠을단물처럼음미하면서단련”된존재이다.그사실은시인에게“단련된다는것은콘크리트의이빨이다빠지도록/살아내는것”이라는명제를경험칙으로보여준다.비록“벽안의소심한주관자임을자백”하지만‘못’이‘벽’의부수적인존재로서의자기운명을순순히수락하지않았다는것만은분명하다.
작품의후반부에서시인은“백년후쯤”시간이지난뒤못이벽으로부터해방되는날을상상해본다.아니‘못’이본래자기모습으로돌아가는상황을상상한다.“벽이바스러져조금씩가루로흩날릴지도모른다/언젠가는콘크리트같은단단한벽을돌다리처럼/딛고건너는날이올지도모른다”의추정이그것이다.여기서“모른다”의추정은결코부정이아니다.이는“오지않을시간일지라도/허방이라해도기다릴것이다”라는각오를강조하기위한전제,혹은‘못’의사태를시인의의지로전환하기위한수사장치일뿐이다.
-고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