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다짐들 (정가을 시집)

빌어먹을 다짐들 (정가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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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상의 균열과 해체적 상상력의 세계
2018년 《애지》로 등단한 정가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빌어먹을 다짐들』이 시인동네 시인선 179로 출간되었다. 정가을의 시가 낯설게 보이는 까닭은 그가 꿈꾸는 세계가 낯설기 때문이다. (시의) 세계의 전복을 꿈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미학적 특성을 정가을 시인은 우리에게 익살스럽게, 그러나 이면의 관점으로 볼 때는 무겁게 고발하고 있다.
저자

정가을

대구광역시에서태어나2018년《애지》로등단했다.시집으로『바질토마토』가있다.

목차

제1부

아는얘기ㆍ13/태양이나뭇가지위아래로티눈처럼솟아있어한번웃고차고로뛰어갔다ㆍ14/로그인시도가감지되었습니다ㆍ16/마우스포인터ㆍ18/조촐한회식ㆍ19/오늘의백일홍ㆍ20/Bibbidi?Bobbidi?Booㆍ22/하품할때마다ㆍ24/주머니속귤두개가따뜻해지고있다ㆍ26/청도ㆍ27/브런치ㆍ28/비단무늬물뱀입술피어싱ㆍ30/장산행ㆍ32/나와다른옷의태도ㆍ34

제2부

빌어먹을다짐들ㆍ37/하얗게된사람들ㆍ38/델타크론ㆍ40/나도개피ㆍ42/밀푀유나베ㆍ43/모란은ㆍ44/거지덩굴ㆍ46/푸른노루귀ㆍ48/본색ㆍ50/재건축ㆍ51/아이라인ㆍ52/시클라멘ㆍ54/파래ㆍ56/뒤로더많이ㆍ58/oilㆍ60

제3부

크랙위ㆍ63/10시33분38초ㆍ64/거울의레트로ㆍ66/남남바람꽃ㆍ68/망ㆍ69/사과의중심ㆍ70/양ㆍ72/살필줄알아야해ㆍ74/운ㆍ75/물의집ㆍ76/욕조에누워ㆍ78/파재래기ㆍ79/핑거라임ㆍ80/대답ㆍ82/일어서면어지럽고기대면조금달아오르는ㆍ83/삼월ㆍ84

제4부

으름꽃ㆍ87/접촉자ㆍ88/양지꽃ㆍ89/귤밭옆신축빌라ㆍ90/R36ㆍ92/복도를걷는사람들ㆍ93/1511호ㆍ94/그와만두ㆍ96/무궁ㆍ97/청도2ㆍ98/소문ㆍ99/편도염ㆍ100/꿈ㆍ102/누구나반할색ㆍ103/자몽들ㆍ104

해설김경복(문학평론가,경남대교수)·105

출판사 서평

정가을시인의시세계에발을내딛었을때먼저부딪치는기이한점은바로판타지풍의장면제시에서찾아볼수있다.판타지장르의장면제시는지금우리시대의가장뜨거운문화적아이콘으로작동하여사람들의현실적심리를대변해준다.멀티미디어의대두와사이버공간을통한사회적교감,더나아가메타버스를통한사회적관계망의형성은지금우리가서있는현실이과거전원내지공장을배경으로한아날로그적현실이아님을분명하게인식하게한다.
그런점에서매체의변화와맞물려전개되는시적풍경은그매체에얹혀사는현대인의심리적투사와전개를잘보여주고있다고말해야할것이다.그러나엄밀히말한다면매체와현실의구분은있어야하는것이보통의정상적사유로보이는데정가을시인은현실적공간에사이버공간을겹치게하고,그겹친공간속에현대인이기생해있다는인식을함으로써비틀린세계인식,즉환상적세계인식을보여주고있다.그래서그녀가그리는디지털공간으로펼쳐지는현실인식은매우환상적이고게임적인,그래서가상과현실의구분을지워버리는방식으로나아간다.다음시가이런점을잘보여준다.

뭐랄까태어났는데

게임바탕화면속
수만번긴칼에휘둘려
검은숲에던져졌다가
똑같은모습으로생성되지만
계속자고있는캐릭터

뭐랄까태어났는데

중세의왕국
수백만번창에휘둘려
핏빛강물에던져졌다가
똑같은모습으로생성되지만
계속강물에던져지는캐릭터

뭐랄까태어났는데

현대의옥상
수천만번캘빈총에휘둘려
푸른옥탑방에쌓였다가
똑같은모습으로생성되지만
계속석탄처럼쌓여가는캐릭터

햇살이손등에한줄로꽂히고있다

처음의작은점
-「거울의레트로」전문

이시는이번시집에서정가을시인의의식을대변하는작품중의하나라할수있다.우선이시는판타지장르로그려지고있는게임속의이야기라는점에서현실의풍경은아니다.그렇지만게임속의환상적인내용과모습이당대의현실과무엇이다른가하고묻는것이시인의의도라할수있다.판타지장르가보여주는문법,즉클리세에따라이시의캐릭터는환생(빙의/귀환)을거듭한다.각각의다른시대와장소에나타나도(태어나도)똑같은미션을수행하는,즉그시대와장소에주어진생애를살아나간다.게임속의캐릭터나현실공간속의인간이나하나의이야기를만드는주체내지존재라는점은같다.경계를해체하고차이를부정하는태도는매우위험한발상이지만재미를불러일으킨다.그점에서현실적삶의공간을바라보는시적화자의시선은매우익살스러우면서도전복적이다.
이시의문제성은그제목에서상징적으로제시된다.‘거울의레트로’,우선생각해봐야할것이이‘거울’과‘레트로’를시인이사용한의도다.알다시피거울은반영을특징으로하고있는물건이다.그런데그거울을중첩해놓고사용하면거울은그반영을서로계속반복하여무한복제,다시말해무한증식의매우환상적인장면을만든다.여기서‘레트로’가그것을말해주는문구다.레트로라는단어의뜻이과거의것을그대로좇아하려는것으로본다면모방에초점이놓여있다.그것은거울의반영을강조하는것으로서모방의모방,반영의반영을뜻한다고볼수있다.이는무한복제와증식을가리키는의미로아주복잡한현실과의식을대변하는낱말로기능한다.때문에‘자기반영성’이포스트모더니즘의특징이라면‘거울의레트로’가바로이포스트모더니즘의속성을집약적으로제시하고있다고봐도무방할것이다.그런차원에서시인이이런제목을쓴의도를풀어본다면,이런자기복제,혹은무한증식이갖는판타지풍의이야기는불확실성과임의성이전면화된오늘의포스트모더니즘적현실을반영하고자한것이라볼수있다.
-김경복(문학평론가,경남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