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뒤편 (김미정 시집)

슬픔의 뒤편 (김미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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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늘’과 ‘그림자’의 시학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미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슬픔의 뒤편』이 시인동네 시인선 181로 출간되었다. 김미정 시인의 이번 시집은 율격을 중심으로 한 음악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이미지로 구축되는 그림이기도 하며, 그 그림 속에 담기는 사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절제되고 압축된 형식을 통해서 펼쳐지는 이미지의 향연이 아름답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

김미정

200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으로『고요한둘레』『더듬이를세우다』현대시조100인선집『곁』이있다.제5회〈이영도문학상〉신인상,《대구문학》작품상,〈대구시조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시조21》,《대구문학》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물집ㆍ13/대숲ㆍ14/배후ㆍ15/스몸비(smombie)ㆍ16/백담에이르다ㆍ17/지문ㆍ18/저녁강ㆍ19/슬픔의뒤편ㆍ20/낡은구두ㆍ21/미래사ㆍ22/회색에관한변론ㆍ23/곤을동ㆍ24/동행ㆍ25/소리의길ㆍ26/우포를읽다ㆍ27/생각과행동의우선순위ㆍ28

제2부

검은장미ㆍ31/미쳐야사는여자ㆍ32/죽어서사는남자ㆍ33/에파타성당ㆍ34/풍금이놓인자리ㆍ35/순이삼촌ㆍ36/집ㆍ37/산내ㆍ38/문외동ㆍ39/반구대안길285ㆍ40/하양을지나며ㆍ41/무인도ㆍ42/아화역(阿火驛)ㆍ43/손편지ㆍ44/블라디보스토크ㆍ45/경주ㆍ46

제3부

결별ㆍ49/다음눈ㆍ50/처서ㆍ51/눈물ㆍ52/조응ㆍ53/메타세쿼이아ㆍ54/붉은춤ㆍ55/미궁ㆍ56/울음꽃ㆍ57/국화빵익어가는시간ㆍ58/헌의자ㆍ59/한번도잊은적없는데ㆍ60/그사이ㆍ61/무흘구곡지나다ㆍ62/엘도라도ㆍ63/마다가스카르ㆍ64

제4부

블랙박스ㆍ67/목백일홍ㆍ68/낙화ㆍ69/외딴집ㆍ70/첼로ㆍ71/그러나나는걷는다ㆍ72/발로그린그림ㆍ73/파도ㆍ74/시계ㆍ75/시간을팝니다ㆍ76/당신과나의거리ㆍ78/삼대목(三代木)ㆍ79/손ㆍ80/달빛사진관ㆍ81/겨우살이ㆍ82

제5부

희나리ㆍ85/엽서ㆍ86/마라도ㆍ87/아마도ㆍ88/가면ㆍ89/밤벚꽃ㆍ90/안녕,김녕seaㆍ91/을숙도ㆍ92/화답ㆍ93/겹ㆍ94/명성예식장ㆍ95/지팡이ㆍ96/테헤란로를걸으며ㆍ97/그사이2ㆍ98

해설황치복(문학평론가)ㆍ9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김미정시인은기존의시집에서가족사를둘러싼자서전적인개인사를시화하면서자아를탐구하기도하고,심미적인가치를발굴하기도하면서시적영역을넓혀왔는데,무엇보다구도적이고견인불발의시정신이인상적인국면을연출하고있었다.앞선시집에나타난시인의시적상상력에서특히중요한것은기억에대한서정적가치라고할수있는데,시인은이미지나버린과거의시간이지닌아름다움과정동에천착하면서그것이발산하는향기와파장을포착하여시화하는경향을보였다.
사실이번시집에서도‘기억’이라는주제는‘뒤편’,그리고‘무늬’의이미지들과결합하여다층적인의미망을구축하면서그윽한아름다움과가치를발산하고있다.또한기억이라는주제는‘그늘’이라든가‘그림자’의이미지들과융합하여깊은정서적가치를함축할뿐만아니라사유의깊이까지확보하고있어서시적상상력의성숙과함께시적사유의진전을확인할수있다.이러한점에서이번시집은시인에게기념비적인의미가될것이확실한듯한데,시인이구축한그아름답고도심오한이미지들의세계로들어가그정취를음미해보도록한다.
먼저주목되는이미지는‘뒤편’,혹은‘배후’의이미지인데,이러한이미지들은단일한이미지로존재하지않고,이번시집에서그물코에해당되는이미지들인‘그늘’이라든가‘무늬’의이미지들과어울려서한층복잡하고도다채로운의미망을구축하면서정서적자장을형성한다.미리당겨서말하자면,시인이구축한‘뒤편’,혹은‘배후’의이미지란어떤상황이나대상이지닌어두운측면으로서의그늘과같은역할을하기도하고,존재의근거,혹은뿌리와같은역할을하면서시적대상에입체감으로서의음영(陰影)을제공함으로써시적정취의깊이를더한다는점에서시인이구축한아름다운이미지성좌의한축을차지하고있다.다음작품에서‘뒤편’이란존재의약점,혹은세속적타협과같은연약함을의미한다.

뼈대만부여잡고온몸으로버티었지

바람길열어주고소리로만텅비었지

뒤편을허락하지않아그늘에도밟혔지

온몸으로버티었지,뼈대만부여잡고

소리로만텅비었지,바람길열어주고

그늘에밟히곤했지,뒤편허락하지않아
-「대숲」전문

첫수와둘째수는각장이도치된형태를취하고있는데,이러한형태는대숲이지니고있는균제된형상과질서있는사각의무늬와같은풍경을시조의형식으로구현하려는일종의형태주의(formalism)일수도있을것이다.대위적이고대구적인정제된시조의형상이이시의형식과조화를이루듯이시인이‘대숲’을통해서그리고자하는인격적가치란어떤강인하고절제된정신적가치일터인데,“뼈대”라든가“텅비었지”라는표현들이군더더기없는탈속적인삶의자세를견지하는어떤인격을상상하도록한다.구도적인삶의자세는김미정시인이첫시집에서부터견지하고있는시적태도이기도한데,시조라는것이절제와탁마(琢磨)를통해서삶의기율을확보하려는장르라고한다면,시인의이러한태도는시조의본령에속한다고할수있다.그런데주목되는점은“뒤편을허락하지않아그늘에도밟혔지”,혹은“그늘에밟히곤했지,뒤편을허락하지않아”라는구절인데,여기에이번시집의핵심적인이미지인‘뒤편’이라든가‘그늘’의이미지가등장하기때문이다.시적맥락에서보아이작품에서‘뒤편’이란어떤꼿꼿한인격이허락하지않는세속적타협의여지같은것을의미한다면,‘그늘’이란그러한견인불발의의지로인해얻게되는부정적결과로서상처라든가곤경등을함의하고있다.그러니까우리의관심사인‘뒤편’이라는이미지는인간존재의취약함이라든가떳떳하지못한약점같은의미하고있는셈이다.다음작품의‘뒤편’은좀더심오하다.

궁금한것들은늘뒤편에도사린다
조종당한순간마다뒤틀린몸의각도
등으로울고웃던흔적,감춰둔허물까지

무작정기다리던당신의등뒤에서
밀어낸걱정마저땀방울에휩싸일때
가만히물러서지않는무뚝뚝이돌림판

손닿지않는그곳물무늬가차갑다
빙글빙글돌아서때없이붉어져서
중심을더낮게잡아도드러내지않는다
-「배후」전문

“궁금한것들은늘뒤편에도사린다”라는대목에서알수있듯이이시에서‘뒤편’이란어떤상황이나현상의‘배후’로서그상황과현상이발생하도록한근본적인원인이나힘등을의미한다.그러니까‘뒤편’은모든존재의‘배후’로서배경과맥락의역할을하는셈이다.그런데“조종당한순간”이라든가“무뚝뚝이돌림판”,그리고“손닿지않는그곳”,혹은“드러내지않는다”라는표현등에주목해보면,존재의배후로서의‘뒤편’은존재를규정하고작동시키는불가사의한운명이라든가어떤‘커다란손’으로서의신의입김같은것을연상케한다.그것은“돌림판”으로서우리의운명을“빙글빙글돌”리면서도“무뚝뚝”하게자신의모습을드러내지않고신비에싸여있는것이다.그런데운명혹은섭리를함축하고있는존재의배후로서의뒤편은“감춰둔허물”이라든가“무작정기다리던당신의등뒤”,혹은“밀어낼걱정”,“물무늬가차갑다”등의표현에서추론할수있듯이냉정하고가혹하기도하며,슬픔과한탄의정동을자아내고있음을알수있다.그러니까배후로서의뒤편은냉혹하고불가피하게우리를지배하면서우리에게곤경과상처를자아내는기제임을확인할수있다.시인의시편에서‘뒤편’이라는이미지가대부분‘그늘’이라든가‘그림자’의이미지와결합하는이유가여기에있을것이다.
-황치복(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나의과거는곧나의미래라는것을아는데적지않은시간이필요했다.그사이에깊이물든무늬와새로운풍경이화음을이루어노래가되고시가되어반짝였다.그러기에자유로운울림과상상력의파장을느끼며떠나는혼자만의시간여행이무엇보다소중했다.

길위에서그냥줍기만해도벅찬,시가있어기뻤다.

나의‘슬픔’도결국나의‘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