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인문학 (홍소식 시집)

복숭아 인문학 (홍소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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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복숭아로 배우는 인문학 특강
경영학을 전공하고 현재 백석대학교 경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홍소식 시인의 첫 시집 『복숭아 인문학』이 시인동네 시인선 186으로 출간되었다. 홍소식의 시는 인간성을 집어삼키는 도시에 맞서 인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인문학은 물론 시가 품고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인문학자가 된다.
저자

홍소식

시인
전남나주에서태어나연세대정경대학원을졸업하고경기대에서경영학박사를받았다.2019년《열린시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하이닉스인재개발원장을역임했으며,현재백석대학교경상학부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제1부

환승ㆍ11/일요일ㆍ12/설계ㆍ14/청첩의목적ㆍ16/조율ㆍ18/공생ㆍ20/시(詩)는고양이로소이다ㆍ22/현(絃)ㆍ24/스케줄ㆍ26/잔상ㆍ28/우물과노인ㆍ30/상상ㆍ32/복숭아인문학ㆍ34/리모컨ㆍ36/경계1ㆍ38/난민의의미ㆍ40/프롤로그ㆍ42


제2부

연어떼가돌아올시간ㆍ45/이중성ㆍ46/지팡이ㆍ48/애인ㆍ50/이방인의거울ㆍ52/건조대ㆍ54/독거ㆍ55/이방인ㆍ56/애인의존재ㆍ58/할미꽃ㆍ60/바람의결ㆍ62/고독ㆍ64/걸레ㆍ65/낚시의재발견ㆍ66/경계2ㆍ68/애인의방향ㆍ70/그녀는내게ㆍ72


제3부

주목ㆍ75/트라이앵글ㆍ76/열목어ㆍ78/소진(消盡)ㆍ80/돈다는것ㆍ82/그거아니ㆍ84/갱년기ㆍ86/중년ㆍ88/파지ㆍ90/난민ㆍ92/제비집,헐리다ㆍ94/아치ㆍ96/소리집ㆍ98/뿌리ㆍ100/도어락ㆍ102

해설이현호(시인)ㆍ103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문사철(文史哲),즉문학과역사와철학으로대표되는인문학은그범주가매우넓다.인간의의지와관계없이자연계에나타나는현상을연구하는자연과학을제외한모든학문영역이인문학이다.이견이있기는하지만,사람을대상으로하는학문이라면대체로인문학이라고불러도큰무리가없다.한마디로인문학은사람이란무엇인가를연구하는학문이다.
그렇다면인문학을공부한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문학작품을읽고,역사를외우고,철학자들의고담준론을이해하면되는것일까.법을잘안다고법을잘지키는것은아니다.인문학도마찬가지다.목적과수단이전도되면인문학은인간을이해하는것이아니라인간에관한지식만쌓는데그치고만다.그런인문학은공염불이나다름없다.
인간을진심으로궁금해하고이해하려고애쓰는것을인문학자가가져야할태도라고한다면,우리는모두태어날때부터인문학자다.아이와부모는서로를살피고,아랫사람과윗사람은서로를파악하려하고,연인은못내상대방의마음을알고싶어하기때문이다.시인은그중에서도제법뛰어난인문학자다.시인만큼사람의마음과생각에,또사람과사람의관계에예민한족속도드물다.시인이인문학자라면,시집은논문이나연구서쯤일터.특히홍소식시인의이번시집은그제목에서부터얼마간이러한사실을표방하고있다.
보통논문은서론,본론,결론으로이루어진다.좀억지를부리자면,『복숭아인문학』의시편들도(시집에서3부로나눈것과상관없이)크게세부류로묶을수있다.첫째는서론에해당하는것으로시인의눈에비친세상과그속에숨은진실을폭로하는시들이다.둘째는본론으로서그러한세상을살아가는온갖군상의모습과그들의처세를이야기한다.마지막은결론격으로시와인생의의미를되짚는작품들이다.
한권의시집을이렇게도식적으로읽는다는것은물론어불성설이다.모든시는저마다해석의다양성을품고있을뿐더러이시집에는저세가지로함부로구분할수없는시편도많다.그런데도이런무리수를두는까닭은이글의성격에충실하기위함이다.먼저시집을접한사람으로서느끼고생각한바를알기쉽게풀어서설명하는것이해설이니까.그러니이글은그저『복숭아인문학』이라는숲을지나는여러갈림길중한길의길라잡이이자시집끝에붙은긴각주일따름이다.모든인문학이그렇듯이.

화려한불빛유쾌한웃음으로위장된도시는
탐욕스런하루를마감해간다
그불빛은내방에들어오면얼음같이차가운빛깔인데
당신의방에서는어떤모습일지궁금하다

혹시지금도역겹게위장된무지개색일까
아님당신의본색일까

조작된도시에서유쾌한웃음은웃음을체크한다
당신의웃음을알턱이없으니나는항상배가고프다
내가얼마나웃었는지는화장실거울만이안다
가끔낯선웃음이주파수를타고달려오기도한다
위로를가장한조롱과비웃음

매일사표를품에안고다니는나는그림자에가깝다
그림자는그림자를보고매일웃는다
웃음은소리보다냄새가더지독하다
같은냄새를풍기는자들의웃음이도시의불을밝힌다
나를훈계하던그림자가힐끔힐끔내눈치만본다
정말로배가고프면웃는연습을더하라는뜻일까
-「이방인의거울」부분

이왕에『복숭아인문학』의시들을세갈래로나누었으니,서론에해당하는작품을먼저살펴본다.앞서이야기한대로여기에속하는일군의시들은시인이자기가속한세계를어떻게인식하고있는지를보여준다.「이방인의거울」의표현에따르면,우리가사는세상은“화려한불빛유쾌한웃음으로위장된도시”이자“조작된도시”다.이때화려한불빛은“얼음같이차가운”도시의실상을감추기위한것이며,유쾌한웃음역시마음에서우러나오는것이아닌가면의웃음이다.이허황한불빛과웃음을거두어낸도시는“탐욕”이들끓는공간.“눈치”없이“본색”을드러낸자는퇴출하고,약한자에게는“위로를가장한조롱과비웃음”이돌아오는비정한곳이다.
「이방인의거울」이그리는도시는생존을위해서로속고속이는적자생존의세계다.“매혹적인선한눈은은밀한범죄를모의하기위한/확대된동공의표출/솜털의부드러움은상대의방심을위한털의가식”(「이중성」)이라는구절처럼,이곳에서는선의(善意)마저도속임수에불과하다.“마주보는속임수들의집합”(「돈다는것」)에다름없는이세계에서는“인터넷전화사기로수억을날”리는(「낚시의재발견」)사기가빈번하고,세상을바로이끌어야할지도층은“포토라인에서성실히조사에임하겠다는/판에박힌거짓말”을늘어놓으며,“거짓말이세상을이끌어간다는자조”(「그거아니」)섞인말이진리로서통용한다.죽은노인이자신의장례식을찾아가는시「경계2」(“모두가호상이란다/사실만큼사셨지라우/철없는아들놈까지거든다/그것도내면전에서/얼마나짐이되었을까/며느리손님맞는얼굴에화색이돈다”)를보면,유일하게믿을만한가족조차도서로를짐으로여길뿐이다.
『복숭아인문학』의세계가시인이상상력으로축조한곳이라면좋으련만,시집을읽어내려갈수록우리가깨닫는것은엄혹한현실이다.“우린얼마짜리관계일까”(「청첩의목적」)를계산해서결혼식축의금을내고,“자동응답기처럼반복되는기도문”(「일요일」)으로죄의식을세탁하는모습은그야말로다큐멘터리다.이처럼이시집은주머니를뒤집듯이우리사회의어두운면을보여주며,도시가애써숨겨왔던우리의민낯을폭로한다.위에서인용한시들을읽다보면자괴감에얼굴이붉어지고,진심보다도타인의마음을그때그때상황으로미루어알아내는눈치야말로인문학의정수인듯싶어못내씁쓸해진다.
-이현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