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지나간 자리처럼 (김선용 시집)

나비가 지나간 자리처럼 (김선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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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잠자는 혀의 얼굴을 내민 슬픈 괴물의 시 쓰기
1996년 《문예와비평》으로 등단한 김선용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비가 지나간 자리처럼』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52로 출간되었다. 김선용의 시집은 자신에게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집요한 질문의 형식을 통하여 궁극의 시에 도달하고 싶다는 욕망을 핍진하게 보여준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슬픈 괴물이라고 자조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는 역설이다. 이규보가 시마(詩魔)를 이야기하며 시에 미친 자들의 병폐를 조목조목 따져 드러냈지만 이는 시를 쓰는 자부심의 이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같다.
저자

김선용

시인

충남태안에서태어나명지대학교대학원국어교육학석사졸업했다.1996년《문예와비평》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으로『소금인형의사랑』이있다.경복여고,진명여고,경민고를거쳐현재의정부소재경민중학교국어교사로재직하고있다.국제PEN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의정부문학상,경기도문학공로상,의정부시표창등을수상하였다.

목차

제1부

파라다이스간다13/달과소년14/얼음16/양수리에서17/냄새를조문하다18/사과(沙果)의말20/기억21/임진강가에서22/해일경보24/태풍경보25/내가사랑하는,나타샤는계실것입니다26/슬픔28/미소29/태안신두리사구(沙丘)에서30/내가사랑하는,나타샤는계실것입니다233/소와바다34

제2부

낮달37/사랑38/사랑239/자전거40/울엄니42/채린(彩潾)43/짜장면44/하늘로띄우는어느머슴의가을편지46/겨울편지47/그대의마음을그때보았더라면48/시작(詩作)50/선생님51/함께가자,이길을52/시(詩)의고백54/가난한날에55/가슴이아프다56

제3부

그림자의역설59/발목에도심장이있다60/새벽61/W62/언청이의노래64/언청이의노래265/효자봉을오르며66/임진강가에서267/황달70/봄72/봄눈73/뜨거운풍경74/눈물76/눈물277/거지78/우리도(島)80

제4부

목련,지각하다83/달과위성안테나84/밀월(蜜月)85/그리움86/너에게87/발에서싹이자라다88/부용천에서89/비행(飛行)90/슬픈괴물의악몽91/시집을읽으며92/애꾸눈93/연정94/가을에95/외등(外燈)96/일요일의고요97/학교를떠나며98/편지100

해설우대식(시인)101

출판사 서평

김선용의시집『나비가지나간자리처럼』은어떤것에대한간절한지향으로가득차있다.여기에서어떤것이란생활인으로살면서도끝내포기할수없는정신적가치이며좀더분명히말하면내면에출렁이는시를향한염원이라고도할수있다.‘들림’의형식으로시인의삶을지탱해온시란무엇인가에대한질문에대한답이이시집이라는말로바꾸어도무방할것이다.그가자꾸뒤를돌아보는것도삶과시라는형식이과연조화로운가하는회의와함께결백성을동시에지니고있기때문이다.시적주체로서어떻게살아갈것인가하는문제는‘시인의말’에분명히나와있다.

한남자가지나간길을
온몸으로따라갑니다.

나도뒤에오는그남자의
그남자가지나간길이되겠지요.

있는길을가는것이아닌,
길은만들어가는것

내몸에길이생겨
멀리서오시는분이있습니다.
-「시인의말」전문

시의길이란누군가의길을따라가다가어느순간자신의길을가게된다는발언은그리새로운것이라할수없지만그이후의발언은문제적이다.“있는길을가는것이아닌,/길을만들어가는것”이라는단호한선언은시적주체로서의자기확인의의미를띤다.이자기확인은역설적이게도자아분열을동반한다.“내몸에길이생겨/멀리서오시는분”이라는진술은시적주체의자기갱신의욕망을보여준다.내몸에길을내는자도멀리서오시는분도모두자신인까닭이다.멀리서오시는분은갱신된시적주체이며동시에사물화하면시의다른이름이라할터이다.이순정한시적주체의고백이이시집의배음으로흐르고있다.

강물같은편지를받았다

사랑을훔친소년
더이상자라지않는
열아홉소년의순정이
저눈발과함께
소멸해가고있다

고통도살아있어
죽어가는것도축복이라며
한몸부서지고있다

배고픈아이
기도하는아이
간절한아이

달을따먹으려
노모의집쓸쓸한안마당에서
때로는천보산(天寶山)내다뵈는
아파트갈비뼈에매달려
홍시처럼오십일년을살아온소년

이제그소년을따먹은
흰낮달이지고있다
-「달과소년」전문

이시는연대기적자화상의형식으로되어있다.“강물같은편지”는시적화자의삶의범주이며포기할수없는가치실현의장이라할수있다.소년에서장년에이르는시간동안그를매혹하고추동했던실체가바로“강물같은편지”라할수있다.물론이편지란구체적사물로서의그것이아니라시적화자스스로보내고받은자기고백과도것이다.이자기고백의염결성은“열아홉소년의순정”이“홍시처럼오십일년을살아온소년”으로지나온과정에서그변용을허락하지않는태도에서여실히드러난다.“사랑을훔친소년”이더이상자라지않는것과오십일년을소년으로살아온이유가이“순정”때문이다.순정이“눈발과함께/소멸해”간다는것은대상을향해바쳐진전일성때문이다.그랬을때“죽어가는것도축복”이될수있다.여기서죽어가는것이란신성한대상을향한제의적성격을지닌다.신성한대상의상징이바로“달”이다.“소년을따먹은”달의상징은추론컨대시의다른이름이다.그런의미로달은매혹이며죽음인셈이다.버릴수없는궁극의상징인것이다.
-우대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