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반성 (곽경효 시집)

사랑에 대한 반성 (곽경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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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에로스의 거처
200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곽경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에 대한 반성』이 시인동네 시인선 187로 출간되었다. 곽경효 시인은 이 시집에서 처음에서 끝에 이르는 사랑의 알파벳들을 모두 소환한다. 이런 점에서 이 시집은 사랑의 거대한 아카이브이고 완성된 지도이다. 침묵의 주름에 갇혀 있던 사랑의 나비들이 폴폴 날아올라 시집을 온통 황홀한 언덕으로 물들인다. 그곳을 어떻게 헤맬지는 독자의 몫이다.
저자

곽경효

2005년《시와시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달의정원』이있다.

목차

제1부

미몽ㆍ13/상사화ㆍ14/아직ㆍ15/자기앞의생ㆍ16/벽오동심은뜻ㆍ18/너라는이름은ㆍ19/갈증ㆍ20/달팽이문장ㆍ21/그물을쳐야할때ㆍ22/봄ㆍ24/꽃피는봄이오면ㆍ25/문밖에서ㆍ26/존재의이유ㆍ28/그날ㆍ29/사랑에대한반성ㆍ30


제2부

폭풍의계절ㆍ33/이별의조건ㆍ34/꽃의뒷면ㆍ35/아집을깨물다ㆍ36/거기에당신이있었네ㆍ38/빛나는오후ㆍ39/제자리에서ㆍ40/바람에게ㆍ41/자작나무,흰뼈로서다ㆍ42/대청호에서ㆍ44/밤을잊은그대에게ㆍ45/콧등치기국수를먹는다ㆍ46/달빛슈퍼에서설레임을샀다ㆍ48/불영사ㆍ49/후회ㆍ50


제3부

예각의힘ㆍ53/다시,바람이ㆍ54/보이지않는사랑ㆍ55/독기라는말ㆍ56/길찾기ㆍ58/단풍들다ㆍ59/새장밖으로ㆍ60/등뒤에서있는ㆍ62/안면도ㆍ63/그여자가사는법ㆍ64/달이뜨는언덕ㆍ66/당신이온다면ㆍ67/하루2ㆍ68/실연ㆍ70/여름날ㆍ71/화양연화(花樣年華)ㆍ72


제4부

죽비ㆍ75/권태를읽다ㆍ76/그곳ㆍ77/흐르는강물처럼ㆍ78/나무밑에서ㆍ79/겨울풍경ㆍ80/거리재기ㆍ81/또다른고백ㆍ82/간절함에기대어ㆍ83/산정호수ㆍ84/아버지ㆍ86/종소리ㆍ87/너없이도ㆍ88/달빛사냥ㆍ89/동행ㆍ90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ㆍ9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사랑은어디에나있으며(무의식적일지라도)누구나사랑에젖어있다.그러나사랑은도처에편재하므로마치부재하는것같다.사랑은행복혹은쾌락의근원이고불행혹은불쾌의씨앗이기도하다.무의식의차원에서보면,모든것이사랑에서출발해사랑으로귀결된다.사랑이생명을낳고사랑이죽음을가져온다.“초록도관으로꽃을몰고가는힘이/나의초록나이를몰고간다.”(딜런토마스D.Thomas)이런맥락에선성장의최후가죽음이다.에로스가없는곳엔생명도죽음도없다.리비도가흘러가며생의다양한지도를그린다.리비도가지나가는곳마다에로스의복잡한방정식이가동된다.에로스는보편-현실이다.
이시집에나오는시들의절반이상이사랑에대한것이다.이시집은제목그대로“사랑에대한반성”이자성찰이다.사랑처럼보편적인것이없으므로,곽경효시인은매우보편적인문제를건드리고있는셈이다.그러나사랑을성찰하는것이보편적인행위는아니다.사랑이너무나흔하므로대부분은사랑을특별하게생각하지않는다.그리하여사랑은대체로명상의대상이아니라소비의대상이된다.이런점에서시인은흔한것을흔치않게다루고있다.시인은사랑을소비하지않고사유(思惟)한다.

내몸에는가시가돋았다
당신이가시에찔리는불온한상상을했고
잊고싶은기억과잊을수없는기억사이에서
갈팡질팡마음이흔들리기도했다

불면의밤을견디는동안
어느사이당신의이름은맹목(盲目)이되었다

생각해보니
너는나의또다른이름이다
-「너라는이름은」부분

사랑은본질적으로상상계의산물이다.사랑은상징계로진입하며상상계를복기한다.그러므로사랑은본질적으로반체제적욕망이다.사랑은대문자아버지의법칙을조롱하며상징계의벽에균열을낸다.사랑은타자를나와동일시한다.‘사랑’만이“너는나의또다른이름”이라는진술을가능하게한다.서로다른나와타자를동일시한다는점에서사랑은거울상단계(mirrorstage)의오인(misrecognition)이다.나와당신이동일시될때,그리하여하나로포개질때당신은나의“가시”에찔린다.‘나’가아닌‘당신’을나와동일시하므로사랑은“맹목(盲目)”이다.사랑은맹목혹은비논리로로고스(Logos)에저항한다.시스템의눈으로볼때사랑이“불온한상상”인이유가여기에있다.사랑은논리에포위된비논리이므로긴장과소음을유발한다.사랑이“불면의밤”을가져오는것은그것이상징계안에서상상계의문법을주장하기때문이다.사랑은늘적들에포위되어있다.

이제사랑이라는말을하지않겠다

그리운이름하나쯤지워져도좋겠다
상처를들여다보며아파했던날들을
하마터면사랑이라부를뻔했다

사랑의무게가이리가벼운것을
눈물흘리며견딘시간이
잠시지나가는한줄기소나기였음을

겨울처럼차갑지만가끔은따뜻한사랑이여
다시는내게오지말기를

아름답고찬란한그폐허,
이제는견딜수없으니
-「사랑에대한반성」전문

롤랑바르트(R.Barthes)를빌려말하면,“취소된대상으로부터내욕망을욕망그자체로옮기기위해서는,어느섬광같은순간에그사람을일종의무기력한,박제된사물도보기만하면된다.”(『사랑의단상』)위작품에서화자가원하는것은(사랑이라는)욕망자체이다.대상은단지그수단에불과하다.“하나쯤지워져도”좋은“그리운이름”은그런의미에서“취소된대상”이다.대상이취소되면서그것과더불어일어났던온갖소소한일들(“상처를들여다보며아파했던날들”)도사랑그자체가아닌것이된다(“하마터면사랑이라부를뻔했다”).그러므로시인이“아름답고찬란한폐허”라고부르는것은사랑자체가아니라그것의대상-이미지이다.그녀가견딜수없는것은사랑자체가아니라사랑의대상이다.그러므로그녀가“다시는내게오지말기를”바라는것은사랑이아니라사랑의이미지이다.상징계안에서상상계를유지하는유일한길은상상계의이미지들을희생하는(지우는)것이다.사랑은이렇게‘견딜수없는것’뒤의‘견딜수있는것’을응시한다.시인의“사랑에대한반성”은결코사랑을떠나지않는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

■시인의산문

어느하루눈부시지않은날이없었다.

생(生)의반짝이는순간들속에서
당신은
그자체로아름다운배경이었으니

내사랑은여전히보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