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모르고 다 아는 이야기 (주일례 시집)

당신만 모르고 다 아는 이야기 (주일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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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간이 만드는 두 얼굴의 초상(肖像)
2015년 시집 『그리운 사람은 별처럼 산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주일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당신만 모르고 다 아는 이야기』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53으로 출간되었다. 주일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지금’ 자기 존재로 서 있는 우뚝한 초상을 보여준다. 물론 그 이미지는 불안정하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인은 ‘지금’에 집중하려 한다. 기억이 휘몰아오는 아픔을 지금의 에너지로 전환하고, 내일의 기대를 다시 지금의 동력으로 바꿔, 시인은 이 순간, 지금을 자기 존재의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저자

주일례

시인
전남영암에서태어났다.2015년시집『그리운사람은별처럼산다』를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당신만모르고다아는이야기』가있다.

목차

제1부

눈오는밤13/대못14/뒷모습에도풍경이있었다15/문16/고백17/밥18/나뭇잎은밟지않아도소리가난다19/무게20/협탁21/그리움22/당신만모르고다아는이야기23/그대에게하고싶은말24/용기25/그래도살아야하는이유26/운명27/그녀에게하고싶은말28/거리29/착각30/무릎으로부터의연락31/풀벌레처럼운다32

제2부

못35/여름이야기36/갯벌37/등38/눈쌓인아침39/길40/꿈41/외로운사람42/너는왜낙엽이냐고43/세월44/어느날아침45/치매46/뒷모습이아름다운가을47/봄48/네가보고싶다49/생각이아플수록당신이그립다50/비만오는하늘은없잖아!51/무52/가을에만나는사람53/사랑54

제3부

우리57/사랑할때는그랬다58/흔적59/생각의차이60/아들에게61/울컥한그림62/인생은한번뿐이다63/지금64/네게준상처가돌아왔을때66/그대에게하고싶은말67/사소한행복68/섬69/인생은잠깐이다70/그래도그녀는가난했다71/하늘72/좋을때73/선물74/위로75/인생에대해서76/행주78

제4부

봄날에대해서81/가을에는82/사과의기술83/배려84/착각85/민들레에게86/믿음88/신입사원89/사람이봄이다90/자화상91/시간에대해서92/대못293/어머니94/돈이전부가아니라는것을95/갈치96/그래도가야만하는98/내가놓친인연99/양파100/틈101
치매라는섬102/혼자인겨울밤104

해설백인덕(시인)10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지상의생명이란‘축복과저주’를동시에받은존재다.무엇으로부터인가,창조든진화든신(神)은아니다.고뇌의형이상학으로나아가기이전에모든생명은물질적필요에따라활동하는본능이라는한계에갇힌다.몸이먼저고사유가나중이며,사유는선험적(先驗的)이지만몸은즉물성(卽物性)으로현전(現前)한다.다가올겨울을나기위해열심히도토리를모아저장하는다람쥐를보고모든존재가미래를걱정한다고생각하기는어렵지않다.그러나자기존재의존재론적의미를묻기위해한나절바위에붙어있는거북손이나쉬지않고원을그리며도는개미는우화(寓話)밖에서는기대하기어렵다.발생과지속(성장과쇠퇴),필연적인소멸이라는서사에서진정한주인공은‘시간’이다.특히현대인은과학적으로일반화한시간을존재의근거로삼아행동한다.시간이곧축복과저주의주재자인것이다.
주지의사실이지만,시간에대해기존물리학에서는시간을마치강물을얼려놓은상태에서일정하게등분하여공간을나누는식으로설명한다.반면에앙리베르그송은이에대해강물은항상흐르기때문에이를얼리거나나눌수없다고비판한다.시간은지속의개념으로사유해야인간또는우주가창조되고진화하는것을설명할수있다는것이다.그가말하는‘지속’은단순유지가아닌순간마다무언가만들어져가고있다는의미에서활동성이다.예를들어목동이소를풀어놓고소의수를셀때소들은수를세는순간에도풀을뜯고있으므로수를세기전과이미질적으로다른소가된다.따라서균질(均質)의정확한수는확정되지않는다.어떤것을사유할때항상‘지속’이라는개념의필요성을강조하는예라할수있다.
주일례시인의이번시집,『당신만모르고다아는이야기』는‘지금’을주요테마거나기준시점으로설정한작품들이다수를차지한다.시간이빚어내는변화를함축하면서동시에지속,즉질적차이를만드는활동성을내포하고있다는의미에서‘지금’은단순하게시제상의‘현재’를지시하지않는다.따라서미분화해서불가지론에빠지고마는수학적‘순간’을의미하지도않는다.오히려이번시집에서의미하는‘지금’은시인의존재가갑자기자기눈앞에떠오르는‘계기(motive)’에더가깝다.

몇번을찍어도버스카드에잔액이없자
버스기사얼굴이조금씩일그러지기시작했다.
혹시나해서지갑을뒤지기시작했다.
지갑에돈이없다.
마음은조급하고
이미출발한버스를
강제로잡아탄상황이라
창피하고난감했다.
버스에서내리고
승객들시선도같이내리고
불편한마음도함께내렸다.
누군가나를보던시선이
예전에내가누군가를봤던시선이었다.
남의시간을뺏는건
누구에게나그런의미였다.
-「시간에대해서」전문

인용시는이번시집에서‘시간’이표면에드러난유일한작품이다.일종의낭패체험을담담하게서술하고있는데,“이미출발한버스를/강제로잡아탄상황”이나“불편한마음”으로내릴수밖에없었던이유를해명하려는것이아니라“남의시간을뺏는”것의‘의미’에대한역지사지(易地思之)의‘순간’을보여준다.
일상에서시간은곧‘돈’처럼일종의교환가치로환산된다.굳이그런상황의부자연스러움이나그런사유의부작용에대해길게언급하고싶지는않다.‘시간이돈이다’라는명제는신자유주의시장경제의지배아래일상을영위할수밖에없는모든현대인의태생적비극이라는것만인식하면될것이다.시인은“누군가나를보던시선이/예전에내가누군가를봤던시선이었다.”라는것을깨닫는다.바로그‘순간’은돈이나기타,다른가치로계량화할수없는생명의지속으로서의시간의역할이드러나는지점이다.일종의곤란이시인에게‘존재로서의자기자신’을확인시키는셈이다.

예전에보지못한세상을본다
시뻘건너로인하여아득했던흔적이예쁘고
이토록가슴이저미는그리움
너는저별이고억새이며바람이다

사람이지나가는순간을알수있다면좋겠다
소중한사람이너임을알고표현하는순간을놓치지않았으면좋겠다
언제나너를보고있는것처럼
네안가득나라는사람이살았으면좋겠다

네가가을이구나느끼는순간
우리삶이제대로보였으면좋겠고
가을이우리를지나가는동안
삶이우리를안고이렇게썼으면좋겠다
-「나뭇잎은밟지않아도소리가난다」전문

시인은계절이바뀌는순간에직면해있다.일상을살아갈수밖에없는우리는강제된시간에우리자신을맞춰야한다.하루24시간,일주일,한달등.사계(四季)는특별한의미를지닌것으로인식될수있지만사실우리가사는행성의위도에따른기후현상이라는근거외에는특별할게없다.하지만사람은자연적인만큼문화적인존재이기때문에사계를경험하는것은늘‘환절기’라는인습적인정서적격변기가형성될가능성을열어준다.
인용작품은“예전에보지못한세상을본다”라는고백적명제로열린다.제목에‘나뭇잎’이등장하기때문에계절이가을이라는걸쉽게유추할수있다.이런유추에의지해“시뻘건너로인하여아득했던흔적이예쁘고/이토록가슴이저미는그리움”으로이어지는시행을이해할수있다.시인은지금에서서계절의변화라는항구적이며동시에일시적인현상의이면을바라보고자한다.계절에서자기에게로정서적유발요인을끌어오는감정이입은사실은자기내면의심적바람(希)을드러내려는몸짓이다.시인은2연에서“사람이지나가는순간을알수있다면좋겠다”라는자기기도(企圖)를슬쩍내비친다.그렇지않은가,계절은나의관여(關與)와별개로압도적인힘으로시간의제길을따라흘러갈뿐이고,그소용돌이속에서‘지금’을건져스스로서자면‘순간’에집중할수밖에없다.
-백인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