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권수진 시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권수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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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어느 철학자의 하루
철학자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진 권수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가 시인동네 시인선 188로 출간되었다. 권수진 시인에게 시 쓰기란 진정한 존재로의 초월에 대한 갈망이자 의식의 개시 행위이다. 사유가 끊임없이 무엇인가 되려고 하는 실천의 행위라면, 철학이 바로 그와 같고, 시적 글쓰기도 그와 같다. 철학자로서 시인이 된 권수진에게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발상이자 행동이며, 미래에 대한 탐구라 할 것이다.
저자

권수진

경남마산에서태어나2011년〈최치원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시작》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철학적인하루』와합동시집『시골시인-K』가있다.

목차

제1부

너를기다리며ㆍ13/턴어라운드ㆍ14/등대지기ㆍ16/페르소나ㆍ18/꽃놀이패ㆍ20/코스모스ㆍ22/노총각에서독거노인사이ㆍ24/지옥고ㆍ25/데칼코마니ㆍ26/독신주의ㆍ28/월영교ㆍ30/허수아비ㆍ32/소나기ㆍ34/컵라면ㆍ36/자석ㆍ38


제2부

유레카ㆍ41/몽당연필ㆍ42/아모르파티ㆍ44/프로네시스ㆍ46/카르마ㆍ48/무애가(無碍歌)ㆍ50/번개탄ㆍ52/고슴도치ㆍ53/여시아문ㆍ54/잠자는청어ㆍ56/이택재의밤ㆍ58/알파고ㆍ60/동사강목도(東史綱目圖)ㆍ62/선의의제3자ㆍ64/시계ㆍ66


제3부

고린도전서13장13절ㆍ69/시뮬라크르ㆍ70/아비투스ㆍ72/계단ㆍ74/마스크와마이크ㆍ76/아방가르드ㆍ78/계륵ㆍ80/마른멸치ㆍ82/과녁ㆍ83/동백ㆍ84/길냥이ㆍ86/목련ㆍ88/도미회ㆍ90


제4부

데자뷔ㆍ93/천직ㆍ94/법난,십우도ㆍ96/괴벨스의입ㆍ98/큰사발면ㆍ100/동행복권ㆍ102/블랙리스트ㆍ104/그런시장이있다ㆍ106/노브랜드ㆍ108/동학개미ㆍ110/대패삼겹살ㆍ112/노량진의별ㆍ114

해설김경복(문학평론가·경남대교수)ㆍ11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가끔가슴을할퀴는시를만날때가있다.일상의몽롱함과무미건조함을마치죽비로내려치는듯한통증과함께이상야릇한쾌감을동시에느껴지게하는작품.아프기도하고시원하기도하여하나의말로서그감정을다설명하지못한채,어질어질한머리로삶의어느하루를보내게하는시작품과부딪칠때가있다.그것도운명일까?자신의현존을돌아보게하는이런작품을만난다는것은행운일것이다.그런작품에서우리는예술의위대함을느낀다.고만고만한즐거움이아니라일상에매몰되어살아가는우리에게죽비의고통으로써삶과존재의의미를다시금생각하게하는작품이야말로진정한시의위엄을지니고있다고말할수있는것이다.
권수진의시「페르소나」의구절이나에게그렇게다가왔다.무엇보다시의진행가운데던진질문,“당신은하루에몇번이나당신을만납니까”에정신이번쩍들었다.나는나를생각하며살고있었던가?문득말할수없는회한이일었다.나는정말제대로살고있는것이맞나?실상,이물음은권수진시인만이던질수있는내용도아니고,나자신도이런종류의질문을평소에가끔접해왔기에이런반응을보인다는것자체가뜬금없는일일수도있다.그렇지만,왜그런지알수없지만,나는이시점에,이시구에와서전율을느낀것은사실이다.왜그렇게되었을까?그이유를해명하는것중하나는독자로서의나의심리를해명하는것이되겠는데,그것은너무나다양한심층과서사가숨어있을것같아설명하기힘들것같다.그것보다권수진의시집을읽어가는동안누구나이런감정을가지게끔그의사유가그의시세계를이렇게정교하게설계하고있고,그에따라독자역시그사유의흐름에동참하게될때번개처럼,폭포처럼비슷한감정에휩싸이게된다는설명이보다더적절해보인다.그런점에서그의시는송곳같은질문으로우리의잠자는영혼을깨우는각성제같다.
권수진의시를읽으며드는생각중하나는이시인은도대체무슨생각으로살고있는가하는것이다.정말권수진은무엇으로살고있을까?‘왜’라는질문을던지기보다이것이더궁금한것은왜라는질문이요구하는답이자칫원론적이고추상적인내용이될것같고이에비해이질문은구체적이고현실적인답을그의시에서찾을수있을것같아서다.그에따라그의시를찬찬히읽어보면마음처연해지는사연을보게된다.그의시는대개가쓸쓸한날들의기록으로가득차있다.다음시가대표적인경우가될것이다.

저녁이없는삶이었다가난은늘그림자처럼따라다녔다두꺼운수험서를펼치면청춘이걸어온길목에는여기저기밑줄이그어져있었다목차를넘길때마다빼곡한활자로가득한페이지놓치면안되는문장에별을달고여백이생기는공간마다각주를달기시작했다서너평남짓한비좁은공간속에서언제쯤마지막책장을덮을지도무지알수없는기나긴여정의시작이었다여러해를넘길수록낮보다밤에활동이길어지는날들이었다점점야행성동물이되어갔다서당개삼년이면풍월을읊는다지만주변에그런일은발생하지않았다별책부록에수록된밤하늘가장먼저떠올라가장늦게지는별이샛별이고,샛별이곧금성이란걸금성의다른이름은개밥바라기별이란걸알만한여유가없었다하늘에서떨어진별들이노량진골목곳곳에신호등불빛처럼깜빡이고있었다한번건너면다시돌아올수없는젊은날의기록이었다
-「노량진의별」전문

이시는가난함자체가마치아름다운것처럼보일정도로쓸쓸한젊은날의풍경을매우서정적으로직조해내고있다.이시가아름답다면그것은쓸쓸한날들을기억하는시적화자의내면적정서가빚는충실함과애잔함에서발생할것이다.가난이어찌아름다운조건이될수있겠는가?시적내용은서울노량진에서고시공부를하던시기의곤궁함과쓸쓸함에대한이야기다.문제는시적화자의심리상태에서가난은늘지속적인현상이라는점이다.곧“저녁이없는삶이었다가난은늘그림자처럼따라다녔다”에서볼수있는것처럼가난은화자의삶과사유를옥죄는근원적조건으로주어졌다는사실의확인이다.추측건대세월이흘러아마이시를쓰고있는시점에도가난은해소되지않은조건이되어화자의운명이된것으로생각해볼수있다.그것은이시가결론적으로말하고있는“한번건너면다시돌아올수없는젊은날의기록이었다”에서환기하는‘불가피’와‘불가역’의특성때문이다.불가피(不可避)와불가역(不可逆)은인간의존재론적특성을설명하는키워드다.한번결정되면피할수없고돌이킬수없는것이운명이라면,이시의화자는끝없이가난할수밖에없는운명에처단된존재가된다.그래서보는사람으로하여금더없이아프게만든다.
그렇다면‘가난’은존재의본질적조건으로볼수있는가?아니면역사·사회적관점에서일부계층에게만나타나는예외적현상으로볼것인가?전자의질문에서가난은존재의어떤결핍요소를상징하는것으로볼수있다는점에서철학적해명의대상이된다.후자의가난은제도와능력의문제로갈무리된현실적차별의문제를가리키는것으로세계는극히이부류의사람을위축시킨다.권수진의시에나타난가난은후자의관점에서노래하고있음이명백하다.물질적가난으로인한정신적고통과현실적삶의고단함이역설적으로매우아름답게느껴지고있다는점이문제적이라면문제적이다.
현실속에서가난한사람이갖는사회적,심리적현상과그처신의형태에대해서는어느정도우리모두짐작할수있다.실제가난,그리고가난한사람은아름답지않다.그점에서가난은고통이자질곡이다.끔찍한기억이다.그런만큼좀처럼떨칠수없는형벌이된다.이시집속의시적화자,즉권수진의의식역시이런현상과행위에대해매우솔직하게그리고집요하게이를드러내고있다.그것은시인의뇌리속에가난으로인한삶의과정이하나의형벌처럼깊숙이각인되어있다는말일것이다.
-김경복(문학평론가·경남대교수)

■시인의산문

언어의궁극적종착점을향해서주마등처럼달리는열차에탑승했다.사유의극지를휘돌아서슬픔의극한을넘는동안아주가끔행복의간이역에서쉬기도했다.굳게믿었던신념이무너지고덫에걸린생쥐처럼막다른골목길에봉착한적많았다.새로운활로를찾아헤맬때마다발걸음은늘천근같이무거웠다.사랑과이별,삶과죽음그런것들이차창밖으로스쳐지나갔다.다가올미래를예측하는것만큼어리석은일도없었다.잡힐듯말듯희미한안개속에펼쳐진천로역정,지금도가시밭길이자오리무중이다.여름이가고,가을이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