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대화 듣기 (오석륜 시집)

종달새 대화 듣기 (오석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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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운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
시인으로 번역가로 인문학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오석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종달새 대화 듣기』가 시인동네 시인선 189로 출간되었다. 오석륜의 시에서는 부단히 생동하면서 조화와 화평을 조성하는 자연처럼 장식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옹호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읽는 이에게 적잖은 감동을 유발시킨다. 문장이 종결되는 순간의 여운으로부터 다시금 한 편의 시가 시작되는 오석륜의 시는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오석륜지음

충북단양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동국대학교일어일문학과및동대학원졸업.문학박사.2009년《문학나무》등단.시집으로『사선은둥근생각을품고있다』,『파문의그늘』,산문집『진심의꽃-돌아보니가난도아름다운동행이었네』,저서및역서로『일본시인,‘한국’을노래하다』,『미요시다쓰지三好達治시를읽는다』,『일본어번역실무연습』,『일본하이쿠선집』,『일본단편소설걸작선』,『풀베개』등다수가있다.현대인재개발원교수를거쳐현재인덕대학교비즈니스일본어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제1부

빛ㆍ13/할머니,여기서이러시면안돼요ㆍ14/속죄ㆍ16/탯줄ㆍ17/서설이내렸다ㆍ18/러닝셔츠를벗는김과장ㆍ20/봄날,후회ㆍ21/공룡발자국화석에서전생의유언을들었다ㆍ22/주저없이향기를만지작거렸습니다ㆍ24/이십일세기의허기ㆍ25/달팽이와의동거ㆍ26/동백꽃낙화ㆍ28/경칩ㆍ29/아버지ㆍ30/소나기ㆍ32

제2부

종달새대화듣기ㆍ35/동백꽃도봄비도바람났다ㆍ36/틈ㆍ37/개나리꽃국ㆍ38/아름다운꽃밭ㆍ39/참매미떼의선행ㆍ40/저승사자의통지서를돌려보내다ㆍ42/경주역에서ㆍ43/억새꽃밭ㆍ44/내시들의무덤에싸락눈내리고ㆍ45/호수와산처럼서로를품고있었다ㆍ46/오후세시무렵의슬픔과기쁨ㆍ48/감한알ㆍ49/벚꽃은두번꽃을피운다ㆍ50

제3부

가뭄ㆍ53/태풍의진심ㆍ54/강의실에흐르는강ㆍ56/용서받는과거사ㆍ57/살아남은팔만원ㆍ58/미륵산에서ㆍ60/시월ㆍ61/남해독일마을에서ㆍ62/오월의목멱산ㆍ64/봄비에콧소리가섞여있네ㆍ66/폭포혈관ㆍ67/대한(大寒)의건아ㆍ68/물새ㆍ69/임인년(壬寅年)삼월하순의기록ㆍ70

제4부

단풍여인과동거중입니다ㆍ73/장미여인ㆍ74/메아리여인ㆍ76/철새들의귀띔ㆍ77/꽃등연가ㆍ78/삼월의수채화ㆍ80/참나리꽃ㆍ81/매화나무의거주지이동에관한기록ㆍ82/폭설을옹호하며ㆍ85/김홍도,징각아집도(澄閣雅集圖)를풀어주다ㆍ86/겨울의독서ㆍ88/죄송,죄송,죄송,ㆍ89/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ㆍ90

제5부

친절한자동이체ㆍ93/낮잠ㆍ94/빗방울선생ㆍ95/돋보기에서꽃잎이흩날리고ㆍ96/눈사람이된선인장ㆍ98/노을경전(經典)ㆍ99/지렁이는전생에용이었다ㆍ100/비빔밥ㆍ102/달맞이꽃여인ㆍ103/화성행궁(華城行宮)에서낮달을받아적다ㆍ104/가족은꽃이다ㆍ106/쿵쾅쿵쾅ㆍ107/마른장마ㆍ108/이불ㆍ109/결로ㆍ110

해설김효숙(문학평론가)ㆍ11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이시집은존재의이유와그아름다움에관한사유를담았다.시인은외부자를타자화하지않고자신의내부로안아들여동시대에존재하는일의아름다움을써나간다.윤리를들먹거리면서삶의진실을섣불리승화하거나하지않고,만상의움직임으로부터연기(緣起)의계기를살핀다.인연을단지인간대인간의만남으로만고정하는것은인간주의자가하는일이다.그러나인연을세상만유간의경험으로바꿔하나의네트워크안에서이세계를바라보는자는인간외부의모든생명체와비생명체들까지도같은감각으로대면한다.다음같은시가태어날수밖에없는이치를이시집의어느페이지를펼치더라도찾아낼수있다.

늘마르지않는침묵과흘러갈힘과
흘러갈곳이단단히내장되어있었기에
나는그것을호수의수심이라고,지혜라고,
호수가품고있는영구불멸의좌우명이라고,부르고싶었다.

호수는이웃으로살면서오랫동안자신을지켜본산이
짙은사색으로발현한자신의그림자를선뜻꺼내주는것이고마웠다.
아낌없이그림자에담긴산의영혼과몸을섞은것은
그런까닭이있었기때문.
끊임없이화합과포용의미덕이발휘되자
놀랍게도그미덕은호수의수심과산의높이와비례하였고
그깊이와높이가서로를품을수록빚어지는절경.
절경.

이때,슬그머니찾아온노을이
펼쳐진절경을공짜로즐기는것이미안하다고하며얼굴을붉히자
아,절경에불이붙고
하루에한번씩불이붙는이풍경을지켜보던
나와그녀도
이순간을놓치지않으려고
호수와산처럼서로를품고있었다.
-「호수와산처럼서로를품고있었다」전문

오석륜시는대체로내용이난삽하지도,형식이길지도않다.가공하지않은아이의말처럼순연한기호들이한편의시를이룬다.나아가청년같은발상으로이세계를대면하는감각은시인의심층정서가바로그러하다는점외에도,시인이지금바라는바를언어화한다는점에서도의미가있다.위의시는나와그녀의관계성과그것의소중함을별다른수사없이써나간다.시인이쓴“지혜”,“화합과포용의미덕”은자타간관계의미학을감성만으로는이뤄낼수없다고말하는듯하다.호수에투영된산그림자는서로를품어안은형상이고,“나와그녀”의관계성도놀라우리만치산과호수를닮았다.노을이번지는정경에는산과호수,그리고나와그녀도황홀경속에서서로를품어안은채그대로풍경이되어있다.번잡한세계를벗어나고요속에잠길때에도자신곁에없는듯있는그녀의존재감이야말로서로함께하는삶을가능케한다.그러나모든관계성이란것은“지혜”를“영구불멸의좌우명”으로삼지않는다면쉬이단절되고만다.이러한성찰과함께시인은침묵이필요할때를알고,그럴때지혜가깊어지는이치도알수있다고말한다.외롭고슬픈시간을살아가는자의마음에선명하게새겨진삶의경구같은시한편을위에서보았다.
시는산문과달리기승전결이분명하지않고,어떤국면을날카롭게베어내듯이현상한다.시인이짧은시에서벌이는이러한실험을눈여겨볼만하다.지성인의전언을앞세우지않고그것을이미지로대체하고,최선의시쓰기를짧은형식에서구현하면서단형시의매력을한껏발산한다.이것은시인이침묵과언표사이,이성과감정사이의협곡을통과하면서얻어낸,옹골진언어로짠것이다.그것을간추려야만소중한경험을내재화하면서지리멸렬을쇄신할수있다는감각이시편마다흐른다.

펄펄날리던벚꽃이파리는
고마웠다
열린창문안으로들어가
꾸벅꾸벅졸고있는아기의얼굴에달라붙어
다시,다시,꽃을피운다는것이

더하여,
아기의볼이뿜어내는향기에달라붙어
희미해져가는자신의향기도
다시,다시,살아나고있다는것이
-「벚꽃은두번꽃을피운다」전문

고요한공간에서의미없이떨어져내리는꽃잎의움직임이비로소의미의지점으로나아가는장면을우리는보고있다.기표를따라시선을옮기다보면벚꽃잎하나의움직임을따라마음도붙들려간다.벚꽃잎이떨어져내리는것으로그치지않고다시금한차례의전환을거쳐“두번”에이르렀을때벚꽃의낙화와그의미가선명해진다.벚꽃잎과아기볼의유사성은양자의보드라운감촉으로언표되고,고요한공간에고요가더해지는분위기도소리없이떨어지는꽃잎과졸고있는아기의모습으로현상된다.이시에서도인간과외부자의교섭은침묵속에서이뤄지고,생명의기운은고요속에서지속한다.
이렇게오석륜의언어는우리가한껏게을러져야만발견할수있는지점에놓여있기도하다.그런점에서오석륜시는현대가요구하는속도를전략적으로배반하면서쓰는것이다.소란스러운삶의현장에서유보되기만했던발견의지점은시인이그곳을떠나면서비로소열리기시작한다.언어가시형식을입기시작하는곳도바로그러한장소다.시인이보아낸것을쓰되,시선의분산이아닌그것의이동으로발견의지점을열어보인다.인용시에서보는것처럼꽃잎의감정인‘고마움’이야말로인간-아기에게닿으려는또다른인간의마음일것이며,아기에게서생동하는생명의기운으로다시금생을감각하는생명체의생명원리다.감정을제거한채현상만보여주는듯한이시는시각이촉각으로전이하면서공감각을유발하고,이때심층의미가생성된다.
-김효숙(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한개인에게숙명처럼주어진허기와가난,그리고행복한일상들을조합하고분해하여,새로운언어로번역하거나압축된아름다움으로찾아나가는과정에서아,하늘이농담을던져주었다.고마웠다.그농담을조금씩알아듣는내가대견스러웠다.그것은형언할수없는따뜻한위로였고,세상을살아가는힘으로작용하였다.시의범주에자연현상이동참한것은그때문이다.농담은서로를잘알아야건넬수있는신뢰가전제되는것이아닌가.더불어,전생에서현실세계로또후생으로이어지는삶에,우주가관여해주고있다는상상력은내시의근력이다.무엇보다내삶에동참해준아름다운사람들에게내영혼의일부가읽히는것만으로도과
분한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