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이 불러들인 새 (안상용 시집)

선인장이 불러들인 새 (안상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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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존재 인식의 미적 구조화
2018년 《한국문학시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상용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선인장이 불러들인 새』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55로 출간되었다. 안상용이 웅숭깊게 그려 보이는 시의 묘미는 아이러니, 즉 역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역설은 삶의 다른 이름이며,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의 시선이 가닿는 곳엔 역설로 가득한, 전복이 필요한 세계가 있을 뿐이다. 그 역설의 현장으로 그는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다.
저자

안상용

시인

1970년충북옥천에서태어나2018년《한국문학시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전문인총연합회회원,시삶문학회회원,대덕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웃어봐13/유리창14/편지16/개가웃는다17/내가슴에작은별하나있다18/나비날다20/폭포21/이팝22/민들레24/멸치똥25/선인장이불러들인새26/하심(下心)28/오르가슴29/행복다방30/흑심32/가을을읽다33/기도문34

제2부

꽃이라서웃는다37/종이꽃38/잎새의변(辯)40/가을하늘41/모과나무42/국화44/마중물45/투병46/각도48/감사49/울엄마텃밭50/성에52/도둑맞은눈53/담쟁이54/겨울강56/매듭57/사랑니58

제3부

성에꽃61/냉이꽃지다62/꽃그림자64/봄날65/꽃의충격66/범람68/여름69/가뭄들다70/나여기있어요72/호두73/바람보다앞서가지마세요74/들풀76/소음77/태양의집착78/당산나무80/정적81/호텔앞네거리82

제4부

칼의노래85/숨겨놓은시간86/네모난태양88/겨울나무90/마녀91/안개92/꽃심94/바랑속꽃을만지다95/장미96/냉이98/가을아침100/치매거미101/광장102/수탉104/첫눈106

해설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107

출판사 서평

전진의장수여광이쿠차왕국을침략했을때승려쿠마라지바는사촌여동생과합방하지않으면그녀를죽이겠다는협박을받고파계할수밖에없었다.인질로끌려간쿠마라지바는산스크리트어불경을한자로번역하면서멸시와조롱과굴욕을승화시킨은유,‘색즉시공(色卽是空)공즉시색(空卽是色)’을탄생시켰고,그것은불교사상을대변하는정수로서자리잡았다.
“달이지면빛을잃는우물속달빛처럼형상은있다가도없는것,괴로움에서벗어나려고애쓰지마라,아픈늪에서깨달음의꽃은피어나리니.”이와같은발견은저잣거리를전전하며높은삶을갈망하던사람들에게희망을안겨주고,인문정신의궁극을갈망하는인류를매료시키기에충분했다.
쿠마라지바의철학과사상은시를창작하는사람에게도절대적으로유효하다.시는괴로움중에있는자,낮은곳에있는자,소외된현장에서생성된정서를미적으로구조화한결과물이기때문이다.그래서시는사장보다직원이잘쓰고,교수보다초등학교선생이잘쓰고,부자보다가난한사람이잘쓴다는말이회자되는것이다.
정서는살아가는중에일어나는여러가지감정을의미하는데,다듬어지지않은정서가미적구조화과정을거치면시의정서로거듭나게되는것이다.안상용시인은몸으로뛰며땀흘리는대가만큼만돈을버는사람이다.전공지식에얽매이지않은채저잣거리의삶에서동력을얻는시인의세계를살펴보는재미가쏠쏠할듯하다.
괴로움중에있거나낮은곳에위치해있다하더라도끊임없이우주를탐색하지않으면시는저절로찾아오지않는다.지속적으로화두를던지고그해답을찾으려고고뇌하지않으면시는끝내빛나는날개를보여주지않는다.쿠마라지바는승려이되승려가아닌굴욕을안고‘삶’이라는관념의실체를찾으려고고뇌한결과비극적카타르시스를불러일으키는은유를탄생시킨것이다.

나비한마리자동차앞유리에앉아
연약한날개를접고뚫어지게바라보고있다

무슨말을하려는듯
힘겹게기어올라눈을맞춘다

행복하냐고,
행복했었냐고

어디든갈수있는
날개를가졌느냐고

바람등에업혀
하늘을누릴수있느냐고
-「나비날다」전문

「나비날다」는족쇄를찬채날지못하는생활인의비애를형상화하고있다.어느날,삶의현장을뛰다가잠시멈춰섰는데,“나비한마리자동차앞유리에앉아/연약한날개를접고뚫어지게바라보고있다//무슨말을하려는듯/힘겹게기어올라눈을맞춘다”.마주보던시인은나비가말을걸어온다고상상하기에이른다.나비의물음은어렵거나무거운것이아니라아주기본적인것,어린아이의물음과같다.
그물음은“어디든갈수있는/날개를가졌느냐고//바람등에업혀/하늘을누릴수있느냐고”이다.나비의입장에서보면,난다는것은인간이두발로걷는것처럼기본적인사항이다.그런데시인은그기본사항조차이행할수없는처지에놓여있다.바로이러한차이에서비극은발생한다.
시인은나비처럼날고싶었던것이다.현대도시인의굴레를벗어버리고자유롭고싶은것이다.이러한갈망은시인뿐아니라현대생활인이라면누구라도생각할법한일이다.다만,나비의날개를시적은유로도입해온상상력이돋보일뿐이다.
-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