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김보람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김보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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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형의 한계를 뛰어넘는 언어의 연금술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김보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이 시인동네 시인선 191로 출간되었다. 김보람의 시조는 뜻밖으로 읽는 재미가 있다. 정형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틀에 갇혀 있지 않으며 도발적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정형을 뛰어넘는다. 정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보람이 보여주는 언어의 연금술에 주목해 보자. 현대 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보람

시인

경북김천에서태어나2008년〈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모든날의이튿날』『괜히그린얼굴』,연구서『현대시조와리듬』이있다.한국시조시인협회신인상을수상했으며,〈21세기시조〉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밤의서점ㆍ13/덧붙임ㆍ14/깊이와기울기ㆍ16/밤과반의페이지ㆍ17/13월의비ㆍ18/0ㆍ20/00ㆍ21/신발의이름은둘ㆍ22/비너스는우리를눈뜨게하고ㆍ24/달빛이라는의자ㆍ25/슈필라움ㆍ26/얼음강을건너는심경ㆍ28/이별혹은잠시ㆍ30/물의부록ㆍ31/입체적이면연속적인ㆍ32/이를테면모르는사람ㆍ34/유리천장ㆍ36

제2부

태어나는계절ㆍ39/이후ㆍ40/오늘은ㆍ42/아마도홀로ㆍ43/오늘의운세ㆍ44/No-bodyㆍ46/까미ㆍ47/1년1분전ㆍ48/확률은잠못이루고ㆍ50/밤의뒤편ㆍ51/애증의되풀이ㆍ52/매달림의진화ㆍ54/우두커니나의뮤트ㆍ55/함께걷는방식ㆍ56/자주참는마음ㆍ58/겨울은웃었고우리는멈췄다ㆍ59/나는나의에코르셰ㆍ60

제3부

타인의방ㆍ63/섬으로부터ㆍ64/당신은뭍을나는바다를바라본다ㆍ65/산책수업ㆍ66/화살나무의이력ㆍ68/감추는사람과감은눈ㆍ69/호수의( )은/는2인용이다ㆍ70/모를때를사랑하면ㆍ72/힘과벽ㆍ73/악의숲ㆍ74/안전한고독인줄모르고ㆍ76/새해ㆍ77/빗자루와돗자리ㆍ78/숙제가많은개의밖이다ㆍ80/빈방있어요ㆍ81/배웅일지ㆍ82/타워ㆍ84

제4부

시점ㆍ87/일인극에지치면이곳으로와ㆍ88/합정ㆍ89/우울의복습ㆍ90/우물-집ㆍ91/잘도착했어요ㆍ92/벚꽃의신비가한낮을끌어당긴다ㆍ93/오늘도길을잃었나봐요ㆍ94/애플데이ㆍ96/동기화ㆍ97/끝줄로부터무한하게ㆍ98/이불의생령ㆍ100/바다가되려는비ㆍ101/보고싶다는말ㆍ102/너에게나라서ㆍ103/온실에서자라나는건강하고안전한말ㆍ104

해설강웅식(문학평론가)ㆍ105

출판사 서평

무엇보다먼저아래의작품을보자.

숨을참으면
당신의무의식

도처에서보고야마는사람이된다

바닥의기분은멀어서
절망이없는곳

층층사이를옮겨다니는날개와균형

지우면서세우고잊으면서들키는

저,
먼,
뒤,
실패한우상의꼿꼿한상징물
-「타워」전문

너무자세하게그리고너무많이말을해서는안된다는금지의규칙에제약을받기라도하는것처럼,위의시에서어떤화자는말을아낀다.위의시를읽고있노라면,어떤화자가어떤상황에서어떤말을하고있다는인상보다는,차라리우리는그누군가가몇개의문장들의파편적조각들을이렇게저렇게엮어서배치하고있다는느낌을더강하게받게된다.게다가“저,/먼,/뒤,/”라는구절에서보는것과같은대단히짧은호흡의극단적인행갈이와불과열개의행으로이루어진짧은길이의작품에도입한다섯개의행간띄움은우리가이시의의미를파악하기위해시도해야하는어떤맥락의구성작업을부단히지연시키고심지어방해한다.그의미를쉽사리노출하지않는시어와구절들의불투명성과형태적측면의돌출은독자들로하여금이시를어떤이야기나관념의형성을목표로하지않고오로지형식그자체로살아남아자립하는것을목표로하는형태주의의시와연관시키도록유혹한다.이쯤에서이번에는위의시를아래와같이변형시켜보자.

숨을참으면당신의무의식
도처에서보고야마는사람이된다
바닥의기분은멀어서절망이없는곳

층층사이를옮겨다니는날개와균형
지우면서세우고잊으면서들키는
저,먼,뒤,실패한우상의꼿꼿한상징물

위와같이변형된모습은,부분적으로다소어색한부분이아예없는것은아니나,그럼에도두개의평시조를이어놓은연시조처럼보이기에충분하다.원래의작품과그것을변형시켜놓은것은따지고보면동일한것이지만,그둘사이에는그것들을동일한것으로보기어렵게만드는일종의심연이가로놓여있는것같다.그런데우리는전자를후자로변형시켰지만김보람시의형성은후자의형태에서전자의형태로전환되는과정을따르는것같다(그녀는시조시인이아니겠는가!).얼른보아서는결코시조처럼보이지않는,김보람시인의작품들의배후에는항상이른바‘3장6구,45자내외’라는시조양식의그림자가짙게드리워져있다.각장의전구와후구를나누어행갈이를하고그것들을다시한행띄우는등원래시조의형태를다양한방법으로변형시키면서도,그녀는여섯구각각을구성하는글자수(3ㆍ4),특히종장첫구의글자수(3ㆍ5)의고정규칙을충실하게따르고자한다.그렇게평시조의기본규칙을준수하면서도그녀가최종적으로완성해놓은작품들의형태는다채로운변형의과정을거친것인데,문제는그런변형의정도이다.평시조세개를다양하게변형시켜이어놓은형태를보여주는아래의평시조의경우,

최초의장면으로직전의감정으로비너스,둥근빛속에은거하는몸의……아늑한동굴입니다,어두워서깊은것
-「비너스는우리를눈뜨게하고」부분

에서보는것처럼,세개의장을한행으로이어붙여놓거나,역시세개의평시조를변형시켜이어놓은다음의경우,

수상해
수상해
문틈에서
문틈으로
출몰하는
출현하는
엔진이
불길이
연기가
잿더미가된
일부가
전부가
-「악의숲」부분

에서볼수있는것처럼,여섯개의구들그각각을반으로나누어다시그것들을모두행갈이하여배치해놓음으로써,그녀는전통적인시조의정형화된형태에서되도록멀리벗어나고자한다.그런데그녀는그런변형의과정에서애초에시조의규칙을따른정형의형태를구축해놓고그것에다도식적인변형을가하는것같지는않다.세개의장을한행으로이어붙여놓거나열두행으로나눠놓거나하는적극적이고과격한변형의경우이든,또는‘3장6구’로이루어진시조의전형적인형태에서각장을각각한행씩띄워놓는소극적이고온건한변형의경우이든,각각의시편은애초에그것을촉발시킨어떤시적직관이나시적인식에서비롯된것같은그나름의고유한형태를취한다.요컨대김보람의시는,정형시인시조의기본적인형태를그것의심층구조로서간직하고있지만,“자유시의진실한이상(理想)은형(型)이없는것이아니라한개의시에한개의형을발명하는것”이라는자유시의이념을따르는듯하다.
-강웅식(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