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기분 (변희수 시집)

시민의 기분 (변희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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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지적 사물 시점
201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변희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민의 기분』이 시인동네 시인선 192로 출간되었다. 변희수 시인이 ‘사물’과 관계 맺는 방식은 철저히 사유의 경로를 따르는 데 있다. 변희수의 시에 ‘모더니즘’이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는 이러한 지성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바슐라르의 용법을 따르자면 변희수의 시는 ‘사물의 몽상’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저자

변희수

경남밀양에서태어나2011년《영남일보》신춘문예,2016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아무것도아닌,모든』『거기서부터사랑을시작하겠습니다』가있다.〈천강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을수상하였으며,2022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제1부

직물ㆍ13/환경과사람ㆍ14/π를가진것처럼말했다ㆍ16/으로에게ㆍ18/사랑의방향ㆍ20/공기의추억ㆍ22/감자를찌는동안이면되겠다싶었어요ㆍ24/텀블링ㆍ25/화본ㆍ26/물질이론ㆍ28/시민의기분ㆍ30/근린생활ㆍ32/주말ㆍ34/되풀이되는풀ㆍ36


제2부

집의구조ㆍ39/애플리케이션ㆍ40/뫼르소잔상ㆍ42/참외하우스ㆍ44/시대감ㆍ46/명랑성ㆍ48/원룸촌ㆍ50/주민과장미ㆍ52/정오라는에피소드ㆍ54/이달의시인ㆍ56/영국식정원ㆍ58/마음의생활ㆍ60/리허설ㆍ62/사랑의연대ㆍ64


제3부

퀼트ㆍ67/사과의습관ㆍ68/습작할때들은허밍ㆍ70/용역자들ㆍ72/티타임의조크ㆍ74/우중에목단이ㆍ76/기억의윤곽ㆍ78/회전구간ㆍ80/무한ㆍ82/개그ㆍ84/양파의건축학ㆍ86/청혼ㆍ88/장미의증상ㆍ90/비의관점ㆍ92


제4부

잔디가모르는것ㆍ95/아침6시ㆍ96/세계의과자점ㆍ98/옥수수가익어갑니다ㆍ100/누구십니까ㆍ102/헨젤과그레텔ㆍ104/우기의세탁ㆍ106/시네마토그래피ㆍ108/월차ㆍ110/에필로그ㆍ112/원목ㆍ114

해설고봉준(문학평론가)ㆍ11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사물’은변희수의시세계로들어가는열쇠이다.시인은「의자가있는골목-이상(李箱)에게」(2016년《경향신문》신춘문예당선작)이후지금까지‘사물’에대한독특한접근법을주축으로고유한세계를구축해왔다.‘사물’에대한관심이라는측면에서그녀의시편들은‘사물의시학’을표방한프랑시스퐁주(FrancisPonge,1899~1988)의작품들과흥미로운연관성을지닌다.퐁주는일상적인사물을소재로삼아독특한사물의시학을추구한것으로유명하다.그의대표작「비누(Lesavon)」는20여년에걸쳐쓰인것으로알려졌는데,퐁주는‘비누’를응시하고,관찰하고,만지고,내버려두고,손으로비비는일체의과정을반복하면서그시간을보냈다고한다.퐁주에게시는대상(objet)과주체(je)의놀이(jeu),즉대상놀이(objeu)이다.그는한인터뷰에서자신의시작(詩作)과정을이렇게설명했다.“〈물컵〉을예로들어볼까요?1948년이었다고생각됩니다.6개월동안다른일은전혀하지않은채꼼짝않고물이담긴컵만바라봤죠.물컵을앞에두고물리학자가되어보기도하고,사전학자가되어보기도하고,물맛을음미해보기도했어요.컵에물을채웠다가비우기도하고,다시채웠다가가만히두기도하고,오래된물에서피어오르는물방울을바라보기도했죠.그렇게저는바라보기만했어요.제가사물의내부로들어감으로써사물이스스로표현하게되기를기다리면서요.그러면사물은침묵을깨고말을하기시작하죠.”(프랑시스퐁주,『테이블』,허정아옮김,책세상,2004,147쪽)이처럼퐁주의‘사물의시학’은사물에‘대한’시가아니라사물스스로가말하게하는글쓰기라고말할수있다.
변희수의시에등장하는‘사물’역시지극히일상적인것들이다.직물,공원,나무,빨래,원목(나무),정원,잔디,비……,그녀는일상적이고사소한대상을독특한방식으로변용함으로써낯설고이질적인세계를창조한다.변희수에게시는일상적인사물(대상)을낯선것으로변주하는행위이고,그것을통해현실을지배하고있는‘사물’에대한상식적인감각과언어의규칙을뒤흔드는언어적사건을창조하는일이다.다만,퐁주의‘사물의시학’이사물이말하게하기위해시인이침묵하는방식을취한다면,변희수의‘사물의시학’은사물을일상적인맥락에서벗어나게만듦으로써,사물에대한우리의일상적감각을해체-구성하는방식을취한다.변희수의화자들은‘사물’앞에서침묵보다는적극적인말건넴을선호한다.이때시인과사물은주체-객체의이분법적관계,즉시인이자신의생각이나감정을표현하기위해사물을객관적상관물로사용하는관계는아니지만,사물에대한시인의개입이배제된관계도아니다.

마르지않는빨래를만져본다

소매깃과포켓속에들어있던
구름들이울먹거린다
왜모여서다들그러고있니
장마를구박한다
한번터진울음이그치지않는다

불어터진해를건지러강으로간사람이
탈모가시작된머리를긁는다

장마에더높이튀어오른다는물고기처럼
물기를털어내던손이턱을괴고
아가미를뻐끔거린다

언젠가만난사교적인사람들이떠올라
습기라는말을황급히누른다
마르다가무늬가되어버린얼룩이

파편으로튄다
어떤별보다더빨리돌기위해서
탈수기속에팔다리를집어넣고돌린다

오늘의춤은오늘의회오리
드럼통이내는빗소리에흠씬두들겨맞는다
멍든곳에서물비린내가난다
-「우기의세탁」전문

하지만‘사물’에대한변희수의인식에서우리가발견해야할것은‘모더니즘’이라는레테르(letter)가아니다.우리의삶에서시/예술이갖는위상이상투화된감각,그러니까우리의정신을무능력에서해방하는것이라면,이때시인과사물은주체-대상관계가아니라동맹관계라고말해야할것이다.아니,‘사물’에대한인식의변화라는존재론적사건을경유하지않으면우리의경화(硬化)된감각이쇄신되기어렵다는점에서‘동맹’이아닌‘의존’관계라고말해야할지도모른다.일찍이철학자M.하이데거는‘사물=도구’가유용성,즉쓸모의사용사태를벗어나는순간에대해이야기한적이있다.그에따르면‘사물’은‘쓸모’라는맥락에서인간과관계를맺으며,그때우리는‘사물’을유용한도구로만생각할뿐그것의본질에대해사유하지않는다.하지만그‘사물’이‘쓸모’라는맥락을벗어날때상황은달라진다.하이데거가사례로언급한고흐의〈구두〉가대표적이다.
하이데거는이그림에서실용적인사물로서의‘구두’가아니라그것이현실에서겪게되는삶의흔적,즉존재를읽어낸다.하이데거에따르면고흐의그림은‘구두’라는사물이아니라사물의‘존재’를드러내고있다.하이데거는사물이아니라사물의‘존재’를드러내는것,우리가사물의기능과표면적인성질에시선을빼앗겨생각하지못하는본질을드러내는것이예술의역할이라고주장했다.그런점에서하이데거가이야기하는‘알레테이아(Aletheia)’는숨겨진비밀이아니라숨겨져있지않음에도불구하고우리가좀처럼발견하지못하는것,왜곡되거나은폐된상태로존재하던것을드러나게하는것이다.이러한논리에따르면‘사물’의본질은현존재인인간이존재함으로써만드러날수있지만,우리는이본질의드러남이라는존재론적사건을통해비로소유용성의세계바깥으로나아가므로사물이해방의길잡이라고말할수도있을듯하다.
-고봉준(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시민에대한보고서를썼다.

시민은역사를계급을근대를혁명을그리고더이상쓸말이없었을때시가편애의방향을틀어서시민을사랑하기시작했다고.그때부터시민에게는기분이라는높고깊은추상이따라다녔다고.확장되고분열한흔적들이시민의전형적인결핍으로나타났다고.시의정치에관여하다가생긴후유증처럼시민과기분사이의오해와갈등그리고다시화해의제스처와쏟아지는악수들.나는시의형편을물정삼아백서를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