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 (조광자 시집)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 (조광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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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의 제단에 바치는 레퀴엠
2009년 《시와산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조광자 시인의 첫 시집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57로 출간되었다. 조광자 시집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는 ‘슬퍼하되 아파하지 않는 애이불상(哀而不傷)’의 요체를 터득한 시집이다. 또한 등단 이후 10년이 지나 이루어진 삶의 궤적인 동시에 자신의 생애를 통해 각인된 슬픔에 대한 주석이다.
저자

조광자

시인

경남함안에서태어나2009년《시와산문》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원문학회〉〈시의밭〉동인,한국여성문학인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답장13/휘어지다14/일출16/산다는것17/분꽃18/우리집은자가격리중입니다20/요양병원22/얼음꽃23/천년의잠24/무량한슬픔26/분수28/밤길29/산길30/이력서를달다32/전봇대아래33/달팽이의기억34

제2부

칼과숫돌사이37/인드라망38/찌라시40/자재암42/오래된시계43/물에누운부처44/매듭에묶여돌다46/어디로가는중이신가48/개똥참외가내게로왔다49/바람의주소50/분갈이52/낙석주의54/붙박이꽃55/굴레56/풍경58

제3부

마음61/앙코르와트62/부르고싶은노래64/장미의부름65/당당한식사66/저승꽃68/귀뚜라미70/쥐에물리다71/짠맛72/밖에서보다74/슬픔의뿌리75/아름다운가게76/그남자의떡78/바람을피우다80/간월암82

제4부

닿을수없는슬픔85/두개의길86/법륭사기둥88/몸으로그린지도90/교동도92/교감을나누다94/부력96/어머니의유산97/너는나를바라보며눈물을흘리고98/매향리에부는봄,봄100/노숙하는꽃102/뒤편104/투석106

해설나호열(시인)107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조광자시집『닿을수없는슬픔에게』는그옛날사람들이한어린아이의죽음을애도하며바친국화의향기를오롯이품고있는시집이다.이슬픔으로부터빚어지는천갈래만갈래의물줄기는허무라는거대한강을이루며삶과죽음이한몸으로가득차서그만큼만물을포용하는바다에가닿는다.그렇다면이시집은그여정(旅程)의장면장면,삶을정의하는독백으로아로새기는것이라고생각해도마땅하지않을까.

느릿느릿되새김질하는강
가는지오는지깊은속을보이지않는다

밀림한가운데서

사자에게먹히고있는새끼를바라보는
어미의눈이저랬다

온통,검푸른동공뿐이었다
-「산다는것」전문

따로따로분석할수없는,또분절(分節)할수도없는강의속성과다름없는생존의방식은인드라망이라는거대한존재론으로받아들이기에는벅찬일이다.사자의먹이로잡아먹히는새끼를어찌할도리도없이망연하게바라볼수밖에없는동굴의왕국이바로우리가살고있는이곳,처연한“온통,검푸른동공”으로바라보는현실이아닌가.
이와같이동굴의왕국이멀리있는것이아니라바로지금약육강식의삶을둘러싸고있는세계를조광자시인은“온통,검푸른동공”으로바라본다.‘검다’와‘푸르다’의합성어인‘검푸르다’의주색(主色)은‘푸르다’이다.‘검다’가상징하는어둠과‘푸르다’가일으키는불안과공포,비참함이뒤섞인시각으로죽어가는새끼를처연히바라보는감정을뭉뚱그려유추해본다면“검푸른동공”은절망과분노를넘어서는체념에서발원한슬픔의공터라고볼수있다.
그리하여시집『닿을수없는슬픔에게』를관통하는키워드는‘슬픔’이고그슬픔은사멸(死滅)을향해가는존재를바라봄으로부터시작된다.그래서시인은검푸른눈으로,사자의먹이가되는새끼를바라보는어미의마음으로슬픔을기꺼이자신의몸으로받아들인다.그러나“눈으로본적도없는것이/날마다가슴에싹을틔우는”(「슬픔의뿌리」)형체가없는슬픔을가슴에담는다해도포획될수없다.그슬픔은엄밀히말해서150㎝의거리에놓인철로처럼“둘이하나되어가는길이어도/영원히만날수없는”(「닿을수없는슬픔에게」)개별적인것이기때문이다.
이렇게본다면슬픔은나눔으로서해소될수있다는인식은거짓이된다.한그릇의밥을나눠먹는다고해서골고루포만감을가질수없는것과같이슬픔을공유한다는판단은사회적존재임을표방하는인간계에있어서한갓헛된꿈에불과한것인지도모른다.우리는결국슬픔의밖에서슬픔을바라볼수밖에없는것이다.

생각밖에서생각을보고
가족밖에서가족을보고
도시밖에서도시를보고
지구밖에서지구를본다

개미의아우성이코끼리의고막을찢고
나비의날갯짓이태풍을낳고
꽃의태동이생명의근원이된다

까마득한,
광년전에빛났던저별빛
이곳,지구에서마주치니
안드로메다성운이고향이라고
잊었던기억되살아난다
-「밖에서보다」전문

“검푸른동공”과더불어‘밖’이라는관념은조광자시인이세계를바라보는또하나의중요한잣대이다.우리가사유(思惟)한다고할때에는반드시대상이필요하다.생각하는주체인‘나’와‘나’와구별되는‘너’라는객체가존재해야하는것이다.그러므로사유가발생할때우리는모두서로에게‘밖’일수밖에없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집요하게관계에의존하려고한다.가족이라는공동체,더나아가서국가라는울타리안에서서로의안위를담보하고자하는것이다.냉철하게보아서서로가서로의밖임을알고있으면서도우리는신기루와다름없는사랑이라는거룩함의신도가되어서로를소모하는것이다.
-나호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