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에서 생각하기 (함태숙 시집)

토성에서 생각하기 (함태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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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행성의 상상력을 통한 생의 고찰(考察)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함태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토성에서 생각하기』가 시인동네 시인선 193으로 출간되었다. 함태숙 시인은 행성과 물질을 시적 대상으로 하여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친다. 이러한 상상력의 배면에는 성찰과 연대를 꿈꾸는 정치성이 함께 함유되어 있다. 함태숙의 시는 때로 복잡한 윤리적 태도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자유를 꿈꾸지만 그 자유를 통해 다시 인간의 본연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

함태숙

시인
강원강릉에서태어나중앙대심리학과및동대학원임상심리전공.2002년《현대시》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새들은창천에서죽다』『그대는한사람의인류』가있다.

목차

제1부

너의천사ㆍ13/다마스커스칼ㆍ14/감자전ㆍ16/돼지가오는밤ㆍ18/신촌우화ㆍ20/코비드연인ㆍ23/우리는혀를나눠먹었죠ㆍ26/링링ㆍ28/작은의자와작은테이블의철판요리집ㆍ30/토성에서생각하기ㆍ32/상수역4번출구ㆍ34/여자의정면ㆍ37/독후감ㆍ38/영혼은육체를모사하고ㆍ40

제2부

콜링ㆍ43/수국과나ㆍ44/작약을보내다ㆍ46/수원에서ㆍ48/강의벤치ㆍ51/포레스트ㆍ52/안목ㆍ54/델타행성ㆍ56/밤의천변에서ㆍ58/청귤이오는소식ㆍ60/회복기ㆍ62/여수에서ㆍ64/흑작약ㆍ66

제3부

북쪽의수문ㆍ69/시간의정원ㆍ70/거울회관ㆍ72/내가망친페이지ㆍ74/유체이탈ㆍ76/사물의본연ㆍ77/초록에대한해석ㆍ78/나의각다귀ㆍ80/두개의눈동자ㆍ82/두개의붉은사립문이있는화령전ㆍ84/투명한미래ㆍ85/흑염소를먹으러갑시다ㆍ86/테헤란로ㆍ88

제4부

글자의품위ㆍ91/말린꽃ㆍ92/몸끝의인드라ㆍ94/시인의부고ㆍ96/생일ㆍ98/사랑은지옥에서돌아온흰개와같아ㆍ100/너의칼로ㆍ102/거미에대한생각ㆍ104/흰새의방ㆍ106/물의관람석ㆍ108/비오는눈동자ㆍ110/너를등에업고ㆍ112

해설이재훈(시인)ㆍ11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인간의상상은땅에서출발하여가장먼우주로향한다.시에서자주얘기되는자아의세계화나세계의자아화는동일성의개념을설명하면서자주쓰이는데이런개념이시적상상력의근간이된다.인간이발딛고살아가는땅은현실세계를환기하며성찰과연대의덕목을떠올리게한다.시는근본적으로현실을성찰하는데많은시간을쏟아왔다.땅에서출발한시적상상력은이세계의온갖자연물들과모든사물들을시적대상으로선취하기도하고허공을넘어우주로향하기도한다.시적주체의시선이우주로향하는순간,시는인간의원형과시원을꿈꾼다.그러므로형이상학적사유가시의질료가되며시는제의적성격을띠기도한다.
함태숙은첫시집『새들은창천에서죽다』에서부터현실과우주의거리를시인의직관으로단숨에끌어들여광활한사유를펼쳐왔다.가령“너는몇겹하늘위공허를다데리고/네게서소멸된모든빛을다데리고/죄받듯온단다/벌받듯온단다”(「수태고지」)는선언적시행은마치신과교유하는한실존의제의적고백처럼읽힌다.수태고지를받은주체는“내속의가장빛나는영토를/가져가시고/물고기한마리를내리소서/대지의어머니가기원하자/생살이찢어지며/빗물이내리쳐/젖은채타오르는강이생겼다”(「회임」)는신화적서사를받아들인다.즉시적주체의몸은우주를관통하는하나의매개체이다.
어쩌면우리는모두하나의우주이다.시인은자기만의우주를인식하고언어화시킬수있는주체이다.이번시집에서도단단하고날선내면의언어가곳곳에서쏟아지듯흘러나온다.인간군상들이경험하는사유가행성을배경으로한상상력으로습합되고진화한다.더욱눈에띄는것은인간이라는존재가가진운명적결함을목도하는점이다.시는인간의결함을깨닫게하는유일한언어이다.하여“여긴왜시어가없지?/더이상방을잃은그들”(「사물의본연」)이라고방황의순간에서도시를찾는주체를만난다.시는“홀로서있는기둥처럼/분명서로에게로집결하던하나의문장을/구조화”하는언어이다.시인은시를통해사물의본연을인식하려는태도를가진다.이러한인식은다음의시와같은해석을낳는다.

너와빗줄기는무주고혼이라폭우에는강을돌아보고오는일몸속을파고들고물뱀을끄집어내고
습기를다놓을때까지세상과의일을멈추지않을거야흙탕물을튕기며우리가모르는전투가시작되었다

한번의화해가있었을지모르지우글거리는초록뱀들의터널에서최초의감정을숨기고흉해지기로한마음이
배를까뒤집으며피크닉박스안의생이쏟아진다퉁퉁불어풀려나온검정구두들
주검을품고무거워지는적란운들

함부로부러지고떠내려오는것들은누구의잠으로흘러가나핀셋으로끄집어올리는꿈속의꿈피부아래에꿈틀거리는빗줄기와말하기위해존재를구부리는최초의환형문자들

사랑이란말을고안하기위해인류가공들여온섬세한죄악들

왜이렇게된건지
그럴수밖에없는것인지

답변보다는질문이하고싶어져오래견딘지옥이있었지

눈과음부에사이좋게나눠갖고서급류를만들어가는기필코충돌하고야마는
에덴의내부가
-「초록에대한해석」전문

시인이내놓는초록에대한해석은원형의서사에가깝다.타자로대표되는‘너’와사물로대표되는‘빗줄기’는모두이세계를떠도는외로운영혼들인무주고혼이다.무주고혼의존재는근원의몸을가진다.폭우가오면강을돌아보고몸속의물뱀을꺼내는일을서슴없이한다.그것이인간이숙명처럼치러야하는전쟁이다.인간의몸속에있는뱀은원죄의상징이다.인간은“최초의감정을숨기고흉해지기로한마음”과매번싸워야한다.뱀을통해서경험하게되는것은“배를까뒤집으며피크닉박스안의생”이며“퉁퉁불어풀려나온검정구두들”이고“주검을품고무거워지는적란운들”이다.이러한이미지들은시인의사유속에서“꿈속의꿈”으로환치되어“최초의환형문자들”로화한다.
시인은원죄를껴안고사는인간의숙명을원형상징을통해고민하고있다.사랑은인간의원형적이고보편적인관념에속한다.인간은누구나탈(persona)을쓰고살아가며이것없이는사회적관계를지속하기어렵다.원형은영혼의가장밑바닥을보여주는일이다.시의이미지는폭우와초록으로가득하다.이런이미지들은“눈과음부에사이좋게나눠갖고”또한“기필코충돌하고야마는”관계속에있다.마치에덴의공간처럼.
이처럼함태숙의언어는먼기억으로부터소환된상상에젖줄을대고있다.“제가살지않은시대의글자”(「콜링」)를보며“신들의필기체”와같은언어를쓰다듬으며“신의도형”을상상한다.언어에대한감각은근원에대한희구를불러일으킨다.시의주체는“텅빈입과텅빈귀와당신의텅빈얼굴호명되어야완성되는기나긴창세”를완성하기위해언어를사용하는것이다.
-이재훈(시인)

■시인의산문

예술의질료는어떻게순도를확언할까?
더욱더많은것들의합산으로더욱더그것이되는빛들의,자기가되는방식……
이것을작품의질료성이라번역할수있을까.
각각의편수들은폐허의원재료들이며,파괴를목표하지않은창조란없음을밝힌다.
미학은폐허의징후-
손안에잠시체류했던이작디작은무력한것들을상자에실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