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불가능한 세계 (최지안 시집)

아무튼 불가능한 세계 (최지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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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환상통과 몽상의 언어
시와 동시, 두 분야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주목받고 있는 최지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무튼 불가능한 세계』가 시인동네 시인선 194로 출간되었다. 최지안은 젊다. 젊기에 그의 환상통은 더 집요하게 오래 지속될 것이다. 현실과 환상의 통증이 심할수록 시인은 더욱 다채로운 언어로 이 세계에 균열을 낼 터이다. 그 고독한 싸움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저자

최지안

1993년전북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공부했다.2019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었으며,2020년시집『이대로아무것도바라지않는』을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사라진미래의서ㆍ13/시끄럽게우아한ㆍ14/천한사랑노래를받아적었네ㆍ16/온화(溫和)ㆍ18/불멍ㆍ20/그때나는겁이났었다ㆍ22/사과의탑ㆍ23/잘지내냐고물어올때잘답하기ㆍ26/한붓그리기ㆍ28/로렘입숨ㆍ30/블루타일ㆍ32/뒷모습ㆍ34/탈리스만ㆍ36/Lazygirlㆍ39/이것이날마다아름답고이상한순서이리라ㆍ40/수천개의마트료시카를품은마지막마트료시카ㆍ42


제2부

일랑일랑ㆍ45/일랑일랑군락지ㆍ46/서문다음ㆍ48/여왕의토르소를조각합니다ㆍ50/죄없고조용한여름은어때ㆍ52/딸기수플레팬케이크ㆍ54/영원한재잘거림ㆍ56/체리나무였다니까,카사블랑카ㆍ57/수묵담채화ㆍ62/모던테이블ㆍ64/몽타주와물고기ㆍ66/L0vERsConcerToㆍ68/아라크네ㆍ70/뭔데이상자ㆍ72/이건매거진ㆍ75/XOXOㆍ78/무아의숲ㆍ80


제3부

잡목지ㆍ83/파란행복ㆍ84/헤이븐ㆍ86/더블헤이븐ㆍ88/강아지안기ㆍ90/십일월의대화주제로는더깊은것을고르는중입니다ㆍ92/솜사탕그림ㆍ93/이런미소는뭐람ㆍ94/루미나리에ㆍ96/사르디니아ㆍ98/아주변칙적인불꽃ㆍ100/몽크스ㆍ102/이미지토폴로지ㆍ104/이태원을어떻게걸어다닐까ㆍ106/그렇게모두거절당하고있다ㆍ108/차차ㆍ110/압정ㆍ112/유행성독감ㆍ114

해설이정현(문학평론가)ㆍ115

출판사 서평

시인은환상통을앓는자다.한때존재했으나지금은사라져버린것과사라졌으나여전히존재한다고믿고싶은것을되새기면서시인의언어는멜랑콜리와아이러니사이를배회한다.최지안의두번째시집『아무튼불가능한세계』는지극한환상통과결여의언어로가득하다.쓸쓸하면서도찬란한마음의동요.시적주체는목소리가없는대상의목소리를듣는다.시인이호명하는대상은“말이많은허수아비”(「시끄럽게우아한」),“같이산적없는동거인”(「온화(溫和)」),“물속에서우산을쓰는사람”(「체리나무였다니까,카사블랑카」)등이다.발화하기불가능한것들의목소리를대변하는시적주체의언어는정확한해석을비껴간다.해석은텍스트를일종의‘증상’으로규정한다.해석하는자들은증상이해소되길기대한다.문법은발화된언표의의미를해부하고,이론은환상을하나의공리로환원하고자한다.그러므로해석은곧권력의무의식이기도하다.최지안의시적주체들은‘해석’이아닌‘해체’를지향한다.시인은“다변적인것은불안해도언제나좋”(「시끄럽게우아한」)다고말한다.시집의1부에놓인「시끄럽게우아한」은시인의시적주체들이어떤대화와관계맺기를지향하는가를여실히보여준다.

말이많은허수아비를오두막에두었다.

어제날아온참새의동작에대해.어깨에쌓인빛의이명에대해영영듣기로

영화를보면꼭감상을나누고토론해야만하는
파토스와에토스를분간하는나는언제부터그따위사람인가.

한때흔들의자에조용히언어눕히는사랑의모양을그려도보았었다.

함부로허밍하는아름다움이여.다변적인것은불안해도언제나좋으네.

이불을당기면발이차가워져서방을채우는공기의모양이나밤의살결을이해해볼수있다.이해라는말도위기,천장을채우는묵묵함이있을뿐인데너는뮤트를묵살하고몰래발휘젓는백조의밑.다만내가조용할때,다만너마저불타거나잠기지않길바랄뿐,불가능한세번째여름열기앞에서

이세상의완전무결한애인들은모두철학적으로죽었다.생각이너무많은것은살아가기에불리해.유불리를떠나위험해져.

이론과공상을집어치우고우리그냥누워있자.그러나절박하게
-「시끄럽게우아한」전문

사람들은자신의지식과상상으로타인과세계를쉽게규정하기를좋아한다.그러나때로는“이론과공상을집어치우고”,“그냥누워”서로를바라볼때우리는규정하기어렵지만견고한유대감을느낀다.모든것을해석하여정리하려는시도는더큰결여를동반할수밖에없다.이세계에서결여는자주약점이나치부로해석된다.하지만결여를메우고완벽을추구하는노력은역설적으로이세계를단조롭게만든다.애매함이사라진‘스마트한세계’에서시는알고리즘의연산반응결과로전락한다.알고리즘이조종하는세계안에서인간은행위능력과자율성을잃게된다.‘AI시인’이등장하는미래를다룬「사라진미래의서」에는해석의알고리즘이언어를단조롭게만드는아이러니한세계가묘사된다.그세계에서시는알고리즘의연산작용이낳은배설물이거나의미없는말뭉치에불과하다.시인은“2550년”,“2620년”이라는미래를호명하지만특정한시간은중요하지않다.“2550년”의풍경은이미우리에게당도한미래이므로.지금시는광고문구나‘밈(Meme)’보다낡은것으로취급되고,난해한언어들은시험출제에적합하도록‘정리’된다.빠르게이해되지않는언어는배척당한다.‘누군가’를이해하려는복잡한언어보다는,‘누구나’이해할수있는숫자와이미지가더환영받는다.누구나자신을생산하고연출해야하는세계에서시적은유는힘을잃는다.
-이정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