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덧붙일까요 (서희 시집)

무슨 말을 덧붙일까요 (서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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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실감(實感)과 실정(實情)의 형식

2017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서희 시인의 첫 시집 『무슨 말을 덧붙일까요』가 시인동네 시인선 196으로 출간되었다. 형식이 의미에 복무하는 형태를 가진 서희의 시는, 진솔하고 성찰적인 자아의 진정성을 기반으로 보편적 공감을 얻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서희의 시어가 가진 정직성과 형식적 일탈이 담보하는 미학적 성취는 세속의 하찮은 일상이 삶을 성장시키는 ‘한 걸음’임을 확인시킨다.

■ 시인의 말

시조에 첫발을 들여놓고 어쩔 줄 몰라 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까막눈이라서 3장 6구의 행간이 일렁거리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히 시력을 맞추는 지금,

봄이 손을 잡아 주었듯, 이 여름도 나를 이끌어 주리라 믿으며……

2023년 1월
서희
저자

서희

1990년서울에서태어나2017년《한라일보》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어등단했다.2021년〈천강문학상〉시조부문대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서재의근황ㆍ13/신발의역사ㆍ14/우물ㆍ15/낭만적해석ㆍ16/지금함박눈이ㆍ17/ㅋㅋㅋ익명이라는,폭력ㆍ18/결정적오류ㆍ20/갈피ㆍ21/사거리풍경ㆍ22/길의단계ㆍ23/부품ㆍ24/신발병원ㆍ26/일기장을펼치며ㆍ27/알바트로스ㆍ28/공갈빵ㆍ29/판도라의상자ㆍ30


제2부

쓰레기통ㆍ33/티눈ㆍ34/어쩔수없는일ㆍ35/권고사직ㆍ36/헛제삿밥ㆍ37/시간이다녀간다ㆍ38/푸른나이를벗다ㆍ39/들꽃ㆍ40/설거지ㆍ41/첫번째,한끼ㆍ42/김밥속이보인다ㆍ44/풀꽃송이ㆍ45/천국이보인다ㆍ46/팔월몽타주ㆍ47/지금나는?ㆍ48


제3부

거짓말ㆍ51/추락주의ㆍ52/행간을엿보다ㆍ53/어쩌다ㆍ54/닭장이야기ㆍ55/꼬마인형ㆍ56/퍼즐찾기ㆍ57/품격ㆍ58/한사람ㆍ60/줄자를꺼내며ㆍ61/솥ㆍ62/이력ㆍ63/손을보다ㆍ64/시시(時詩)한연애ㆍ65/수저론ㆍ66


제4부

가상에속지마세요ㆍ69/훼방ㆍ70/북한강에서ㆍ71/달의발자국ㆍ72/어둠별ㆍ73/아귀도연대기ㆍ74/명품관ㆍ76/장경각ㆍ77/잠결ㆍ78/시네마천국ㆍ79/수용소군도ㆍ80/완두콩올림ㆍ81/그림자가보이나요?ㆍ82/진주귀걸이를한소녀ㆍ83/소행성사람처럼ㆍ84


제5부

경계ㆍ87/성혼선언서ㆍ88/아직은일시정지ㆍ89/GS25시ㆍ90/팝콘ㆍ91/사이비ㆍ92/아이스아메리카노ㆍ93/경련ㆍ94/마지막열차ㆍ95/유실물ㆍ96/부부싸움ㆍ97/을지로입구ㆍ98/초저녁별하나가ㆍ99/물ㆍ100

해설신상조(문학평론가)ㆍ101

출판사 서평

『무슨말을덧붙일까』는서희시인의첫번째시집이다.삶의균열이새겨놓은기억의진정성이대다수시인들의첫번째시집이갖는일반적특성임과달리,서희의시에서는시간이퇴적된흔적을발견하기어렵다.오히려그의시에서는‘오늘의일상’과‘현재의대상’에대한진지한몰입이두드러진다.
시는삶의재현이거나감정의분출,혹은무의식의발산이다.아니다.시는인식이다.누군가말했다시피“시인은시로써살지만더정확하게는시를품은인식으로산다.”라고할때의저인식.적어도서희의시는그렇다.일찍이장폴사르트르는문학을다음과같이정의한바있다.“예술작품그자체로는생산활동이될수도없고또그렇게되기를바라지않지만,그대신생산하는사회의자유로운의식이되고자한다.”라고말이다.‘의식’이란깨어있는상태에서자기자신이나사물에대하여인식하는작용을말한다.사르트르의문학관을서희의시에적용해보자.전체적으로보면서희의시는어떤미학적방식이나특정한철학에의해유도된다기보다구체적현실과현실적경험에의한직관적인식으로이루어져있다.이직관적인식은구체적경험의세부로부터흘러나오고,다시구체적경험의세부로돌아간다.이때의경험적인식은대상의한순간에서원하는장면만을분리하여편집하는행위처럼단순하면서도선명하다.시인의경험적인식은독자들에게앎이나깨달음,혹은새로운경험이나생생한감각으로와닿는다.따라서이글은서희시에서드러나는인식의양상을따라가는데일차적목적이있다.뒤집어,대상앞에서의시인의인식을전체적으로조망한다면이는한시인의존재론적풍경이기도하다.그리고그존재론적풍경이서희시의출현이다.

이미품에든것은
밀쳐두기마련이다

오늘도서점에서
새책을골라샀다

책꽂이꽂혀있던책들
흑백의풍경이다

내일이면구간이될
오늘의신간이여

맞닿은일상들이
버릇처럼산화되고

죄없이녹슬어가는
다읽지못한하루
-「서재의근황」전문

이시는구마다한행으로잡아,각장을하나의연처럼2행씩으로만들어한연으로삼은구별배행시조다.“이미품에든것은/밀쳐두기마련”이라는진술은단도직입적이다.대상을이야기하기전에시인의인식을곧바로이야기하고그인식의근거를하나하나밝혀내기위해써내려가는방식은,시적언어로써성찰적인식을뒷받침하는서희시의독특한구조이기도하다.
화자는자신이‘오늘도’서점에서새책을샀다고말한다.오늘산신간은“내일이면구간이될”운명이고,책이꽂혀있는책장은“흑백의풍경”이다.때문인지‘역시’라는의미의‘-도’라는보조사는다소자조적인느낌을풍긴다.그리고화자의독서행위가스스로평가했을때그리만족스럽지않았음을암시한다.미처읽지못한책이계속해서꽂히는책장은현실속의책장이면서동시에화자의심리적공간이다.새책이곧바로헌책이되는일은객관적사실이겠으나,중요한건이일을통해화자는모종의부정적감정에시달린다는점이다.이러한화자의내면을주목한다면,책은“맞닿은일상들이/버릇처럼산화”된다는화자의인식을매개하는사물임을알수있다.사물이녹슬어가는산화의과정과,“다읽지못한”책들이쌓여가는과정은서로닮은듯다르다.책을사고읽는행위란시작(詩作)의가열함과세계에대한시인의대응방식에해당하고,이러한자신의일상이서서히‘녹슮’을시인은절대로용납하지않을테니말이다.
-신상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