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최수영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최수영 시집)

$10.04
Description
늦었지만 결코 늦지만은 않은 세계
1999년 월간 《문학21》로 등단한 최수영 시인의 첫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0으로 출간되었다. 최수영 시인은 고백과 성찰을 통해 오래되지 않은 더께를 벗겨낸다. 그 더께 아래 감춰진 희망의 빛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 희망의 빛에 담긴 마음이 최수영 시인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자 비유이고,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시작의 기쁨이다. 이 시집을 읽는 것은 그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저자

최수영

충북충주에서태어나1999년월간《문학21》로등단했다.〈문향회〉동인으로활동하고있으며,현재김제에서그림을그리며살고있다.

목차

제1부

내마음의뒤란13/A컷14/까치발15/촌지16/나팔꽃을기다리며18/별이쏟아지는마당19/
이식(移植)20/장마22/역류성식도염23/상처는소리를감추고있다24/대작(對酌)26/혼자놀기27/
감자28/삼월에내리는눈30/봄을그리며31/다시동백을꿈꾸며32


제2부

몸의말35/등굽은노인36/빈집37/겨울정경38/불면의시간39/팬터마임40/적멸의시간은그리길지않다42/
윤시월43/허기44/하늘45/우물46/들불48/눈물저너머49/홍시50/열무김치를담으며52/구충제53/선심54


제3부

시(詩)에게57/다시,시(詩)에게58/망중한59/어둠속에벨이울린다60/심야통화61/미로찾기62/화사목(火死木)64/
거짓말처럼65/송광사벚꽃길66/복병67/연잎에흐르는시간68/선운사로의동행70/길71/가을속으로72/
밤나무아직도휘둘린다74/가을을낚다75/첫타작76


제4부

서른살의봄79/뭇국이끓다80/가벼운밥상81/염문82/선물83/겨울비84/서리꽃읽는아침86/겨울나무87/
경계경보88/근황89/훔쳐보기90/는개내리면91/아가92/잠못드는밤93/달궁94/가지않은길95/길위의하루96

해설고영(시인)/97

출판사 서평

시작이있고누구나예외없이종말을맞을것이다.시작과종말사이를우리는숱한경로로각자의걸음으로지나가면그뿐이다.이처럼인생은간단하게정의된다.시작과종말은순식간에완성되는사건이고,‘기억’이남는가하는문제는실제인생에서그가치를가늠하기어렵다.그것은언제나사이,경로라고불리는과정안에서상상적으로되풀이될때만의미가분명해진다.우리는자기인생의완성된형태,혹은전모(全貌)를한눈에바라볼수없다.아무리많은사진을남기고사방벽면을거울로가득채워도마찬가지다.어쩌면비유가만들어진이유가거기있을지도모른다.순간을영원으로잡아두려는시도가글쓰기라는행위의본질이라면,비유는어슴푸레하기만한자기존재를실상(實像)으로생생하게바라보려는욕망의결과이다.그런관점에서최수영의시를이끌어가는힘은비유에서나온다고할수있겠다.그것은나와타자혹은나와사물과의관계에서맺어진갈등이나대립을비유의시선으로바라보고끌어안는최수영시인만의독특한시적전략에서기인한다.
최수영시인의첫시집,『상처는소리를감추고있다』에는절망을딛고선희망의메시지들이가득하다.그런데그희망은어떻게해서무엇이되자는식의목표지향에서떠오르는것이아니다.마치이탈리아시인체사레파베세가“세상의유일한기쁨은시작하는것이다”라고자신의암울한시대와현실속에서외쳤던것처럼최수영시인또한상처와결핍속에서희망의기운과색채를펼쳐보인다.이런시적태도는글쓰기에대한진정성을극대화시키는전략이될수도있으며,그전략은이번시집에서어느정도성취를이뤘다고볼수있다.

나무라생각해봅니다
단단하지도못하면서둥치만굵어져가는
잡목이라쳐봅니다
봄에새순을틔고
여름의그늘을가웃하고
가을엔단풍도흐드러졌겠지요
잡목일수록요란했을법하니까요
내세울것이라고까진못할
볼품없이큰둥치를내보이는
들판끝나무라해봅니다
군데군데옹이는지고
마디마디질곡의순간들도보입니다
가진것이라곤
비바람에도꿋꿋이버텨낼
더깊이살아내고자하는
튼실한뿌리뿐인
-「겨울나무」전문

시인은‘겨울나무’에빗대어자기존재를오롯이드러낸다.무릇나무라면“봄에새순을틔고/여름의그늘을가웃하고/가을엔단풍도흐드러졌겠”지만오히려겨울이되고나서야‘뿌리-둥치(줄기)-가지’라는나무전체의종적연대를확인할수있게된다.이연대확인이중요한것은눈에보이는사태의이면에는언제나보이지않는힘(원인)이있기때문이다.사계의순환을거듭겪으면서“군데군데옹이는지고/마디마디질곡의순간들”이새겨진‘둥치’는확연히드러나보이지만,나무의시작이고현재를지탱하는힘의원천인“더깊이살아내고자하는/튼실한뿌리”는실제눈으로확인하기어렵다.이종적연대는유추를통해서만깨달을수있는데그러자면‘새순’이나‘그늘’,‘단풍’같은시각적요소가나무의본체보다도드라지는계절이아니어야한다.겨울이라는계절도계절이지만“단단하지도못하면서둥치만굵어져가는/잡목”,그것도“들판끝나무”라는시인의자기정위(定位)는자학적이라할만큼침착하고대담하다.“잡목이라쳐봅니다”라는전제,즉비유임을가정하고시인은자신을‘잡목’으로환치시킨다.잡목은일상적으로‘경제적가치가낮은나무’라는의미로통용되지만,사전의기본의미는‘다른나무와함께섞여서자라는여러가지나무’이다.이시의경우두의미가중첩되어사용된것으로보이고,그위치가“들판끝”이라는점에서수사이상의효과를겨냥한다.눈앞에마주하고있는나무자체보다그이미지너머를상상하려는욕망이더커지는것이인간의본성이다.이렇듯시인이‘겨울나무’로자신을비유한이유는“비바람에도꿋꿋이버텨낼/더깊이살아내고자하는/튼실한뿌리”의존재를역설적으로강조하기위함이다.
-고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