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 (정성환 시집)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 (정성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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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난한 기다림의 시학
2017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정성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이 시인동네 시인선 206으로 출간되었다. 정성환의 시편들은 간결하면서도 따뜻하다. 더러 만해(卍海)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어법 속에 자신만의 명쾌한 진실을 설하고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포즈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오랜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삶의 더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더께가 상처를 덮고 새살을 틔워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저자

정성환

부산에서태어나2017년《시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당신이라는이름의꽃말』이있다.한국작가회의회원.기아자동차홍보실을거쳐현재영산대학교에재직하고있다.

목차

제1부

자전ㆍ13/금동모과상(木瓜像)ㆍ14/나를위한기도ㆍ16/아이스아메리카노ㆍ18/노동의경전ㆍ19/시를읽었다ㆍ20/시래기다발ㆍ22/심장이뛰는이유ㆍ24/밑줄ㆍ25/꽃들의세계ㆍ26/나침반ㆍ28/책갈피ㆍ30/돌탑ㆍ32/상실의기술ㆍ33/부끄러움에대하여ㆍ34/너를위한기도ㆍ36


제2부

남천2동주민자치센터앞ㆍ39/사람이따뜻한이유ㆍ40/봄ㆍ42/아내는해녀ㆍ44/정년퇴직ㆍ45/사랑을이겨내는일ㆍ46/꿈ㆍ48/사월이맘때ㆍ50/화양연화ㆍ51/배교ㆍ52/사랑설명서ㆍ54/마음을사용하다ㆍ55/벚꽃엔딩ㆍ56/당신을기다립니다ㆍ58/꽃과돈ㆍ60


제3부

가을저녁의시(詩)ㆍ63/어떤하루ㆍ64/상처도꽃이된다ㆍ65/하루만산다면ㆍ66/그림자ㆍ69/꼭그만큼ㆍ70/언제나처음처럼ㆍ72/추분(秋分)ㆍ73/누구나살아나는자리ㆍ74/뻔한거짓말ㆍ76/플랜Bㆍ77/슬픔의총량ㆍ78/쉬운사람ㆍ80/스팸문자ㆍ81/보이저호(號)ㆍ82


제4부

시련이힘이다ㆍ85/2월진화론ㆍ86/비보호좌회전ㆍ87/영도다리가되고싶었다ㆍ88/뭐가그리대수냐ㆍ90/불의꽃ㆍ91/나물털털이를먹다가ㆍ92/제자리걸음ㆍ94/섬ㆍ95/황혼의로맨스ㆍ96/동백꽃말ㆍ98/그랬으면좋겠다ㆍ100/여름꽃밭ㆍ101/해몽ㆍ102/사랑한다는것ㆍ103/입ㆍ104

해설우대식(시인)ㆍ105

출판사 서평

정성환의시집『남천2동주민자치센터앞』을단숨에읽었다.왜소소한일상이아름다운지혹은그것들이아니면이세계의어떠한서사도없는것인지를속으로짐작하며읽어내려갔다.오랫동안시를쓰면서갖게된날선마음과알게모르게염세적세계로물든마음을잠시털어내는시간이기도했다.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말을거듭생각하면서살아온터이지만늘생각만으로그치고말았던사정을이시집을보며다시곱씹어보게되었다.“날마다가난하게기다립니다”(「당신을기다립니다」)라는그의시구는수사학적진술이아니라시를향한진심을담고있다.가난하다와기다린다는상이한용언의결합이야말로이시집의핵이라할수있다.가난한기다림을통해스스로가체득한범박한일상의아름다움이시집전체를채우고있다할것이다.

떨리는겨울바람마저도
따뜻한입김되어언손녹여주듯

아무리차가운것도
사람의몸속들어갔다나오면
다따뜻해진다

하물며사람의맘속
들어갔다나왔다면얼마나더뜨거워지겠는가

이미용서했다는말
벌써잊었다는말

아프게아프게
심장에서데워진말들은오래뜨겁다

매일용서한다는말
매일잊는다는말

밖에서꽁꽁얼지않도록
밖에서서성이지않게꼭안아주라고
따뜻한것이다
-「사람이따뜻한이유」전문

이한편의시속에는이시집전체의속성을규정할만한가치가있다.그것은바로사람은따뜻하다는것이다.특별히더재미난관찰은사람을“몸속”과“맘속”으로나눈다는것이다.기왕의육체와정신이라는이원론과는다른층위의정서적체감으로다가오는이시구속에는사람의본질을나누고구분하기보다는일원(一元)상으로제시하려는욕망이내재해있다.“몸속”과“맘속”의등가성은약간의차이가있음에도불구하고따뜻하고뜨겁다는속성을공유한다는것이다.“심장에서데워진말들”이란사람이사람으로만났을때겪게되는진정한관계성에비롯되는것이다.이러한시적인식은이세계는살만한곳이냐는물음에서출발하고있다고볼수있다.시가범박한일상에서출발했지만시적화자가추구하고자하는세계가그리만만한것만은아니다.가령“매일용서한다는말/매일잊는다는말”은심장으로데워야하는말이기때문이다.“용서”라는말은대타적관계성에서비롯된말로듣고나면고개를주억거리게하지만“잊는다는”말에와서는자세를고쳐다시읽게된다.“밖에서꽁꽁얼지않도록/밖에서서성이지않게꼭안아주”어야하는말이“매일잊는다는말”이라는사실은시적화자의관심이초월적세계에그끈이닿아있다는것을의미한다.잊는다는말에생기와온기를불어넣어소중한가치로받는다는사실은일상을살면서도정진하는수도사의면모를보여준다.어쩌면잊고싶다는욕망은욕된세계를건너온자가지닌지혜의형상이기도하다.그것은또한자신의경험이나앎을토대로한시비(是非)의마음을넘어서고자하는욕망에잇닿아있다.
-우대식(시인)